일요일마다 교회로 쏠리는 시선..개신교계 "불공정한 억압"

김세희 2020. 3. 26.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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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정세균 국무총리는 대국민 담화에서 "집단 감염 위험이 높은 종교시설과 실내 체육시설, 유흥시설은 보름간 운영을 중단해 줄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며 "행정명령을 따르지 않는 경우에는 시설 폐쇄는 물론 구상권 청구 등 법이 정한 가능한 모든 조치를 적극 취하겠다"고 이전보다 강경하게 경고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인 22일 일요일, 서울에서만 282개의 교회가 주일 현장 예배를 진행했습니다.

서울시는 383건의 방역수칙 미이행 사항을 적발하고, 행정지도를 통한 시정 요청을 했습니다. 모든 교회는 이를 즉시 받아들였지만, 전광훈 목사가 시무하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 소속 사랑제일교회만 이를 거부했고, 결국 집회금지 행정명령이 내려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개신교 대표 연합기관인 한국교회총연합(한교총)이 정부 조치를 강하게 비판하며 정세균 국무총리의 사과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어떤 이유에서일까요?


한교총 "교회 행정지도 불공정"…총리 사과 요구

한교총은 어제(25일) 낸 성명서에서 "정부는 실제 감염 위험이 있는 여타 시설에 대해 관리 감독을 강화하지 않으면서 마치 정통 교회가 감염의 온상인 것처럼 지목해 선한 기독교인들의 명예를 훼손하면서까지 정치 행위에 집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 정부가 "교회의 사회적 거리 두기 운동과 헌혈 캠페인, 예배 형식 변경, 자체 방역, 취약계층 지원, 마스크 제작 지원과 대구 경북 지역 지원, 작은 교회 후원 등의 자발적 협조를 과소평가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지난 22일 주일에는 몇몇 지역에서 공무원과 경찰까지 동원해 예고 없이 교회를 방문하여 온라인 예배를 준비하는 예배자들을 감시하고 방해했다. 이는 역사상 유례없는 교회에 대한 불신과 폭력 행위"라며, "정부는 '공정'을 표방하면서도 국내 모든 상황에 그대로 적용할 수 없는 규정을 교회에만 적용함으로써 스스로 공정 정신을 훼손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한교총은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에 있어 봉쇄 없이 '자발적 참여'와 '불편 감내'라는 민주적 방식에서 벗어나 강요와 처벌을 앞세운 독재적 방식으로 회귀하고 있음을 극히 우려한다"며 "총리는 교회에 대한 공권력 행사와 불공정한 행정지도를 사과하고 취소하라"고 요구했습니다.

개신교 연합기관 잇따른 반대 성명 "교회 억압 중단"

또 다른 개신교 연합기관인 한국교회연합(한교연)도 같은 날(25일) 대표회장 권태진 목사 명의의 성명을 통해 "한국 교회에 대한 억압과 위협을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습니다.

한교연은 "한국 교회는 감염병 확산 방지를 위한 선제적이고 자발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래서 생명처럼 소중하게 여기는 주일 예배마저 온라인이나 가정 예배로 전환해가며 전 국민적 고통 분담에 동참해 왔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그런데도 총리는 교회 폐쇄, 예배 금지, 구상권 청구 등 입에 담을 수 없는 살벌한 용어로 한국 교회를 겁박했다"며 "이는 코로나 감염병 종식을 위해 자기 희생을 감수해 온 한국 교회를 범죄 집단으로 둔갑시켜 전체를 매도한 행위이자 묵과할 수 없는 선전포고"라고 항의했습니다.

NCCK "정부·교회, '생명과 안전' 위해 상호 주체적으로 협력해야" 촉구

그동안 정부의 사회적 거리 두기에 적극 동참해온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역시 오늘(26일) 호소문을 내놨습니다.

NCCK는 '2020년 부활절 연합 새벽예배를 내려놓으며'라는 제목의 호소문에서 "코로나19 위기상황에서 방역 당국과 교회는 국민 생명과 안전이라는 공동 목표를 위해 상호 주체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우선, 교회에는 방역의 대상이자 주체라는 생각을 가져달라며 "현장 예배를 드릴 수밖에 없다면 방역 당국 요원들을 감시자가 아니라 안전 도우미로 인식하고 함께 안전한 예배환경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당부했습니다.

또 방역 당국에도 "한국교회를 방역의 대상으로만 생각하고 관리하며 명령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한국교회를 지역사회 방역의 주체로 세우기 위해 더 가까이 대화하고, 과학적 예방 정보를 나누며 공조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요청했습니다.

NCCK는 '한국전쟁 70년'을 맞아 용산교구협의회와 함께 부활절연합 새벽예배를 준비해왔지만, 코로나19 방역에 적극 협조하는 차원에서 각자의 자리에서 드리는 예배로 대체하기로 결정했다며 이같은 내용의 호소문을 발표했습니다.

문체부 "개신교계, 방역 지침 준수에 협조.노력해와...이해와 동참 간곡히 요청"

개신교계에서 이 같은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가 잇따라 나오는 것은, 일부 교회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 감염으로 인해 교회 전체가 부정적으로 매도되고 있다는 인식 때문입니다. 특히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의 집중 방역 대상 가운데 하나로 종교시설이 꼽히면서 그동안 쌓여온 서운함은 반발감으로 표출되는 모습입니다.

급기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오늘 긴급 입장문을 내고 "대다수 개신교회가 이미 주일예배를 영상 예배 등으로 대체하고 부득이 공동 예배를 드리는 경우에도 정부의 방역 예방지침을 준수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노력해 주셨다"며 개신교계 달래기에 나섰습니다.

문체부 장관은 "종교 시설의 현장 점검도 우리 국민들의 건강과 소중한 생명을 지키고 사회적 안전을 위한 부득이한 방역 조치였음을 너그러이 양해해 주시기 바란다"고 밝히고, "정부도 촘촘한 검역과 방역 체계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만전을 기할 것"이라며 "국민 모두의 안전을 위해 종교계의 협조와 적극적인 이해, 그리고 동참을 다시 한 번 간곡히 요청드린다"고 강조했습니다.


4월 5일까지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 요청…천주교 "미사 재개 시점 4월 6일로 연기"

한편, 개신교의 반발이 이어졌던 지난 25일, 천주교는 4월 첫째 주에 재개하기로 했던 미사를 다시 한 번 연기해 초·중·고교 개학 예정일인 다음 달 6일부터 재개하기로 했습니다.

정부가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요청한 보름의 기간까지는, 여전히 열흘가량 남았습니다. 이런 가운데 일요일은 또다시 다가오고 있습니다. 종교의 자유와 국민 건강을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 사이에서 교회들이 어떤 선택을 내릴지, 다시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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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희 기자 (3he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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