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n번방 전신 'AV스눕' 회원 122만명중 형사처벌은 48명뿐

박상준 기자 입력 2020. 3. 27. 03:02 수정 2020. 3. 27. 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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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경이 아동, 청소년 등의 성 착취 영상이 유포된 텔레그램 '박사방'에서 영상을 보기만 한 회원들까지 처벌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이른바 'n번방'의 전신(前身)으로 통하는 인터넷 사이트 'AV스눕' 회원 122만 명 중 형사처벌을 받은 사람은 48명뿐인 것으로 확인됐다.

동아일보가 법원의 1심 판결문을 통해 확인한 결과 재판에 넘겨져 형사처벌을 받은 AV스눕 회원은 48명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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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음란물사이트' 1심 판결 보니.. 23만건 유포한 운영자 1년6개월형
9명만 실형.. 39명은 가벼운 처벌, 상습 불법촬영자에 벌금형
초범-자백 이유로 선고유예.. 판사들 "심각한 범죄, 형량 높여야"
검경이 아동, 청소년 등의 성 착취 영상이 유포된 텔레그램 ‘박사방’에서 영상을 보기만 한 회원들까지 처벌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이른바 ‘n번방’의 전신(前身)으로 통하는 인터넷 사이트 ‘AV스눕’ 회원 122만 명 중 형사처벌을 받은 사람은 48명뿐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가운데 39명은 징역형의 집행유예나 벌금형 등 가벼운 처벌을 받았다. 초범이라는 이유 등으로 선고가 유예된 회원도 3명 있었다.

회원 수가 122만 명에 달했던 AV스눕은 경찰 수사로 2017년 4월 사이트가 폐쇄됐다. 당시 수사를 맡았던 경기남부지방경찰청 관계자는 “영상을 보기만 한 회원들은 수사 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회원 중 음란물을 게시한 사람들을 수사해 검찰에 넘겼다”고 했다.

동아일보가 법원의 1심 판결문을 통해 확인한 결과 재판에 넘겨져 형사처벌을 받은 AV스눕 회원은 48명뿐이었다. 48명 중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받은 회원은 9명에 불과했다. 2013년 12월 AV스눕 사이트를 만든 A 씨(36)는 아동, 청소년 성 착취물을 포함해 불법 영상 23만 개를 유포했는데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A 씨는 이 형량이 그대로 확정됐고 지난해 만기 출소했다.

나머지는 징역형의 집행유예나 벌금형 등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다. 대학생 회원 2명은 AV스눕에 올라와 있던 몰래카메라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은 뒤 여성들의 신체를 107차례나 불법 촬영했는데 모두 벌금형이 선고됐다. 초범인 데다 20대의 어린 나이라는 것이 벌금형이 선고된 이유였다. 재판부는 피해 여성들의 2차 피해를 막기 위한 불법 촬영물 몰수 명령도 내리지 않았다. 이들 2명은 2016년 1심 선고 당시 24세로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25)과 비슷한 나이였다. 현행법상 불법촬영죄는 5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재판에 넘겨지기는 했지만 선고가 유예돼 사실상 처벌을 면한 회원들도 있었다. B 씨(25)는 불법 촬영물 43장을 AV스눕 사이트에 올린 혐의로 기소됐는데 범행을 자백했다는 이유 등으로 선고가 유예됐다. 미성년자인 여고생의 신체 등을 찍은 사진 30여 장을 AV스눕 사이트에 올린 혐의로 기소된 한 회원은 초범이라는 이유로 판사가 선고를 유예했다. 같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또 다른 회원 1명도 선고가 유예됐는데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대법원 젠더법연구회 소속 판사 13명은 26일 ‘아동·청소년 이용 음란물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의 전면적 재검토 요청’이라는 제목의 글을 법원 내부망 코트넷에 올리고 “텔레그램 n번방 사건으로 온 국민이 충격에 빠졌다. 아동, 청소년 성 착취 영상 유포 등의 범죄는 다른 디지털 성범죄와 본질적으로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며 형량 강화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또 “미국에서는 아동 성 착취 영상을 한 번 내려받은 사람이 징역 70개월과 보호관찰 10년을 선고받았는데 한국에서는 70건을 내려받은 사람이 벌금 300만 원을 선고받는 데 그쳤다”며 “지금까지의 처벌은 범죄의 심각성을 반영하지 못했고 재범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박상준 기자 speak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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