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말하는 '나에게 한국은 0000 곳이다' [한국형 외국인 혐오 보고서]
국제사회는 인종차별과 혐오를 추방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다. ‘안티 혐오’를 말할 때 빠지지 않는 나라가 독일이다. 독일은 형법에서 ‘특정 인구집단에 대한 혐오를 선동하거나 그들에 대한 폭력적 또는 독단적 조치를 요구하는 행위’, ‘특정 인구집단을 모욕하거나 악의적으로 비방해 타인의 인간적 존엄성을 침해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표현의 자유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미국의 경우에는 아직 구체적인 혐오표현 규제 법률이 마련되지 않았다. 민권법, 장애인법, 고용법 등을 통해 분야별로 차별을 제재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웃 나라 일본의 경우에는 2017년 ‘헤이트 스피치 억제법’이 제정됐지만, 이후 벌칙 규정이 만들어지지 않으면서 ‘혐한’ 등 혐오 집회가 끊이지 않고 있다. 다만 지난해 가와사키시가 ‘헤이트 스피치’를 하면 벌금을 물리는 조례를 통과시키는 등 지역별로 자정 움직임도 일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인권위법으로 인종차별과 외국인 혐오를 제재하고 있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하다. 처벌에 강제력이 없고,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을 경우 그나마 제재할 근거조차 없는 현실이다. 인종차별과 외국인 혐오를 포괄적으로 막기 위한 관련법도 국회 계류와 폐기를 오가며 13년째 ‘논의 중’이다.
외국인 혐오와 인종차별에 대한 대응은 어떨까.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는다’, ‘처벌의 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유튜브와 SNS에는 지금도 혐오표현이 넘쳐난다. 일부에서는 경제적 이익이나 정치적인 이유로 혐오와 차별을 조장, 활용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관계자는 “인권위법에 따라 인종을 이유로 고용이나 교통수단 이용, 직업훈련 등 영역에서 합리적 이유 없이 차별을 받은 경우 인종차별 조사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인종차별이 인정되더라도 인권위는 손해배상·원상회복·재발방지 조치 등을 개인 또는 단체에 권고할 수 있을 뿐이다. 권고는 무시하면 그만이다. 이 경우 인권위는 해당 개인이나 단체명을 익명 처리해 언론 등에 공개할 수 있지만, 아직 그런 사례는 단 1건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혐오표현은 차별받지 않을 권리와 표현의 자유 사이에서 아직도 논쟁 중이다. 혐오표현의 문제성은 누구나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인 방식에서는 합의점을 도출하기 어려운 현실이다. 이준웅 서울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최근 SNS 등에서 외국인에 대한 혐오표현은 물론 실제 혐오 범죄까지 이어지면서 규제의 정당성이 커진 상황”이라면서도 “하지만 이 같은 이유로 개인 표현의 자유를 손쉽게 제한하는 방식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특별기획취재팀=안용성·윤지로·배민영 기자 ysah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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