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민식이법 악법논란' 왜?..사고시 '운전자 과실 99.98%'

유동주 기자 2020. 3. 27.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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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앞 어린이 교통안전을 강화하고 교통사고 발생시 운전차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의 일명 '민식이법(어린이 보호구역 관련 법 개정안)'이 시행된 25일 서울 시내 한 초등학교에 이를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있다. /뉴스1
스쿨존에서 발생한 교통사고로 숨진 김민식군 엄마 박초희 씨, 아빠 김태양 씨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에서 도로교통법 개정안(민식이법), 하준이법(주차장법 개정안) 통과를 지켜보고 있다. 2019.12.10/뉴스1

코로나19 확산으로 4월6일로 미뤄진 초·중·고 개학을 앞두고 지난 25일부터 시행에 들어간 '민식이법(개정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대한 논쟁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2월10일 국회를 통과한 지 3개월도 넘었고 시행 3일차에 들어갔지만, 아직도 민식이법에 대한 잘못된 언론보도가 계속돼 국민들을 혼동케 하고 있다.

국회 본회의장 '찬성' 누른 국회의원들도 몰랐던 민식이법 내용…헷갈리는 이유?
민식이법은 그 구체적 내용이 제대로 알려지기도 전에 급하게 국회를 통과하면서 당시 본회의에서 '찬성'버튼을 누른 국회의원 239명조차 법안 개정사항을 제대로 몰랐다는 비판이 있었다. 게다가 민식이법을 추진하던 측에서 실제 통과된 법안 내용과 다르거나 잘못된 해석을 퍼뜨려 SNS와 맘까페를 중심으로 잘못된 정보가 퍼져있다. 대다수의 국민들도 법안 개정 내용을 잘 모르거나 틀리게 파악하고 있다.

27일 오전 언론보도 중엔 "'운전자 과실이 없더라도 사고 장소가 어린이 보호구역이면 무조건 형사처벌을 받는다'는 식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다"란 보도가 있다. 이 보도는 '운전자 과실이 없더라도'라는 '전제'를 넣었다. '운전자 과실이 없다면' 어떤 교통사고에서도 운전자는 처벌받지 않는다.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이 보도는 '운전자 과실만 없다면 스쿨존 인사사고에서 형사처벌을 받지 않을 수 있다'는 안일한 인식을 갖도록 할 수 있다.

교통사고 형사처벌에 있어 '고의'는 물론이고 '과실'도 당연히 형사책임을 진다. 민식이법이 논란이 되고 있는 이유는 '운전자 과실이 없는 경우'에도 처벌 가능성이 있어서가 아니다. '운전자 무(無)과실'인 경우에만 처벌받지 않는단 점 때문이다. 교통사고에서 '운전자의 과실이 없을' 가능성이 극히 낮다.

확률 0.02%인 '운전자 무(無)과실'인 경우에만 민식이법 처벌대상 안 돼
통계에 따르면 한해 발생하는 보행자 교통사고는 4만~5만여건이다. '보행자 과실'이 원인인 사고는 2013년 기준 10건이었다. 최근 통계엔 보행자 과실에 대해 별도 집계가 없지만, 매해 약 0.02%도 안 되는 미미한 정도만 보행자 과실 사고일 것으로 추정된다. 나머지는 모두 운전자 과실이다.
다시 말해 보행자 교통사고에서 법규위반 등을 포함해 운전자 과실이 될 확률은 99.98% 이상이다.

한 관계자는 "차 대 사람사이의 교통사고에선 거의 대부분 운전자 과실로 처리된다"며 "보행자를 친 사고가 운전자 무과실로 나오는 경우는 없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민식이법이 논란인 이유는 어린이 보호구역 내에서 규정속도(지역에 따라 시속 30~50킬로미터 이내)로 주행하더라도 어린이를 다치게 하거나 사망사고를 내면 거의 100%의 확률로 운전자 과실 사고가 돼 처벌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어린이를 다치게 하거나 사망케하는 인사사고를 내면 '무조건(100%)' 민식이법 대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처벌은 감경사유가 있으면 민식이법에 규정된 형량보다 낮아질 수 있지만, 일단 스쿨존에서의 어린이 인사사고는 모두 가중처벌 대상인 점은 맞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신설된 제5조의13(어린이 보호구역에서 어린이 치사상의 가중처벌)에는 "자동차(원동기장치자전거를 포함한다)의 운전자가 '도로교통법' 제12조 제3항에 따른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같은 조 제1항에 따른 조치를 준수하고 어린이의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하여야 할 의무를 위반하여 어린이(13세 미만인 사람)에게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제3조 제1항의 죄를 범한 경우에는 다음 각 호의 구분에 따라 가중처벌한다"로 돼 있다.

이를 해석하면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도로교통법 제12조 제3항에 따른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같은 조 제1항에 따른 조치인) 규정 속도 시속 30킬로미터(학교 앞 도로 폭에 따라 지자체에서 40킬로미터 혹은 50킬로미터로 지정가능)를 준수하지 않거나(OR) △어린이 안전에 유의하면서 운전해야할 의무(전방 주시 의무 등)를 위반해 업무상 과실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하여 어린이를 다치거나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에 민식이법에 의해 가중처벌이 된다.

결국 민식이법 적용이 안 되려면 △운전자가 '규정 속도'를 지키면서(AND) △전방주시 등 '모든 안전유의 의무'를 준수하고(AND) △동시에 운전자 무(無)과실인 경우 뿐이다.

사람이 다치거나 사망하는 교통사고에서 '운전자 무과실'로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약 0.02%).
따라서 스쿨존 내 어린이 인사사고는 모두 민식이법 처벌 대상이라고 봐도 무방한단 지적이 나온 것이다.

도로교통공단 자료에서도 2016년~2018년 스쿨존내 차대사람 사고에서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 41%, △운전자 안전운전 의무 불이행 23%, △ 신호위반 17% △기타 운전자 법규 위반 12.8% 로 집계됐다. 결국 스쿨존 어린이 인사사고에서 명확한 신호위반이나 법규위반이 아니더라도 '보행자 보호의무 위반'이나 '운전자 안전운전의무 불이행'이라는 명목으로 64%가 처리되고 있단 것이다.


자녀 등하교시키던 학부형, 다른 아이 부상·사망사고 내면 '징역형' 처벌될수도
평소 교통질서를 지키는 평범한 운전자라도 어린이 보호구역(스쿨존)에서 교통사고를 일으키는 경우 자칫 '패가망신'하거나 '가정파탄'에 이를 수 있단 걱정이 과장된 게 아니다.

학부형이 자녀를 등하교시키기 위해 서두르다 스쿨존에서 다른 아이를 부상입히거나 사망에 이르게 하면 과실이 큰 경우엔 징역형도 선고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망사고의 경우엔 벌금형이 아예 없고 3년이상의 징역형 또는 무기징역형이다. 다치게 한 경우에도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4월 개학이후 자동차로 자녀 등하교를 시키던 학부형들이 스쿨존에서 서두르다 자칫 횡단보도나 차도에 뛰어드는 어린이를 치게 돼 인사사고를 낸다면 졸지에 '징역형'에 처해질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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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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