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중지 강력권고에..문 걸어잠근 클럽, '불금'에 몰린 곳은

김민중 2020. 3. 28.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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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밤 서울 강남구의 한 클럽 앞. 일시 영업 중단으로 한산하다. 이가람 기자

“불금(불타는 금요일)인데도 강남 클럽들이 모두 문을 닫았네요. 아마 처음일 거예요.”

27일 늦은 밤 서울 강남경찰서 생활질서계 관계자가 기자에게 이같이 말했다. 중앙일보는 강남서·강남구청의 유흥시설 합동점검을 동행 취재했다. 정부의 영업중단 권고 등에 잘 따르고 있는지 확인할 목적이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종교시설과 실내 체육시설, 유흥시설 등 대형시설을 대상으로 “4월 5일까지 운영을 중단해달라”고 강력히 권고했다.


“국민이 살아야 클럽도 산다”
이날 강남 클럽들은 일제히 문을 걸어 잠근 상태였다. 점검반은 오후 11시부터 1시간가량 동안 클럽 6곳을 돌며 휴업 사실을 확인했다. 오전 3시부터 영업하는 한 클럽에 대해선 추가로 전화를 걸어 “영업하지 않는다”는 말까지 들었다. 한 클럽 문에는 ‘국민이 살아야 클럽도 산다’ ‘관공서 권고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여 이번 주 영업을 자체 휴업하기로 결정하였다’는 내용의 공지문이 붙어 있었다. 강남구청 위생과 관계자는 “클럽들은 정부 권고가 나온 22일부터 모두 영업을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한 클럽의 총관리인인 김모(29)씨는 “정부 권고대로 4월 5일까지 문을 닫고 이후에는 상황을 보고 오픈 날짜를 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권고에 따라 경제 활동을 포기하는 만큼 그에 걸맞은 지원을 많이 해달라”고도 말했다. 김씨의 클럽은 당장 1억원에 가까운 월 임대료를 내는 게 부담이다. 이 클럽에서 주로 일당을 받으며 일하는 가드, 서버, 바텐더, DJ 등 50명가량은 실업자 신세다.

27일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한 클럽. 편광현 기자


이태원 26개 클럽도 다 문 닫아
비슷한 시각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의 클럽들도 일제히 휴업 상태였다. 용산경찰서와 용산구가 합동 점검에 나선 결과 26개 클럽이 전부 문을 닫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 클럽의 경우 일반주점으로 신고하고 불법 영업한 사실이 지난주 적발돼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상태였다. 금요일에 이태원 클럽들이 모두 문을 닫은 것도 이날이 처음이라고 한다. 용산구 보건위생과 관계자는 “지난주까지 클럽 몇 곳이 영업을 강행했다”며 “비판 여론이 거세고 정부 권고까지 나오니 결국 문을 다 닫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 클럽 관계자는 “리모델링을 하는 시간으로 활용하고 있다”며 “4월 10일쯤 다시 오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사실상 클럽인 감성주점 등은 북새통
주요 지역 클럽들이 문을 닫았지만, 풍선 효과가 발생하고 있어 우려가 나온다. 사실상 클럽처럼 운영되면서도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된 감성주점과 헌팅포차 등에 사람이 쏠리고 있다. 이런 시설들은 정부의 집중 점검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실제로 이태원 최대 클럽 앞은 클럽에 들어가려는 사람들의 줄이 없어지고 인근 라운지바 등을 이용하려는 손님들의 차량들로 붐볐다. 해당 클럽의 관계자는 “클럽뿐만 아니라 다른 유사 업종들도 임시 휴업에 동참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사실상 클럽처럼 오랜 시간 머물며 춤을 추는 곳에 대해선 엄밀한 모니터링을 통해 규제를 점점 확대해 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한편 봄이 되면서 상춘객(賞春客)들이 야외 활동을 늘려가는 움직임이 보이는 것도 신종코로나 방역에 위험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경기 고양시에 거주하고 서울 종로구에서 회사원으로 일하는 윤 모(32)씨는 “요즘 일산 호수공원이나 청계천,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등에 가보면 많은 사람을 볼 수 있다”며 “전반적으로 좀 더 사회적 거리 두기에 신경을 써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27일 밤 서울 강남구 한 헌팅포차 앞. 이가람 기자


“자발적 사회적 거리두기 노력 필요”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느슨해지면 그만큼 신종코로나 확산이 빨라질 수밖에 없다”며 “정부가 강제하는 데는 한계가 있으므로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노력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편광현·이가람·김민중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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