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 말래도 꾸역꾸역.." 관광객 고집에 진해 등 출입 전면통제

나진희 2020. 3. 29.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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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경남 창원시 진해 로망스다리가 폐쇄되어 있다. 부산=뉴스1
“제발 오지 말라는데도 그렇게 주말에 관광객들이 꾸역꾸역 와요. 그래서 며칠 전부터 로망스다리, 경화역 쪽 다 폐쇄했어요”

27일 경남 진해에 거주 중인 직장인 김모(33)씨는 “꼭 올해 꽃놀이를 해야하는 것도 아니고 진해는 ‘코로나19 청정 지역’인데 외지인들 때문에 확진자가 나올까 봐 걱정”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이날 0시 기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국내 사망자가 139명을 기록하며 확산세가 꺾이지 않은 가운데 봄철 벚꽃 개화 시즌을 맞은 관광지 지역주민들의 시름도 깊다. 축제를 취소하고 차량 진입 등을 통제했음에도 기어코 지역을 방문하는 관광객들 때문이다.

◆진해 “벚꽃 질 때까지 전면 통제”

평소 같았으면 관광객 맞이에 한창이었을 지자체들이 빗장을 걸어 잠그고 나섰다. 관광객 유입으로 인한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국내 대표 벚꽃축제인 ‘진해 군항제’를 주최하는 경남 창원시는 최근 군항제를 취소하는 것도 모자라 진해구 주요 벚꽃 명소를 대상으로 벚꽃이 질 때까지 방문객과 차량을 전면 통제하겠다고 알렸다. 축제를 취소했음에도 벚꽃이 피면 인파가 몰릴 것을 대비한 것이다.

시가지 곳곳엔 ‘군항제 취소에 따라 진해 방문을 자제해 달라’는 현수막도 내걸었다. 단체관광을 우려해 국내외 여행사 2만2300여곳에 방문 자제 공문을 보내기도 했다.

진해뿐 아니라 서울시도 송파구 석촌호수에서 열리는 봄꽃 축제를 취소한 후 석촌호수를 폐쇄했다. 부산시도 ‘부산낙동강 유채꽃 축제’를 취소하고 낙동강 대저생태공원 유채꽃 경관단지 차량 진출입로와 주차장을 전면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축제 취소됐는데도 관광 온 60대 남녀 확진

이들 지자체가 전면 폐쇄라는 ‘강수’를 둔 데에는 축제를 취소해도 여전히 관광지를 찾는 시민들 때문이다. 지난 23일 부산에서 전남으로 꽃놀이를 다녀온 60대 남녀가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들은 산수유 축제가 취소됐음에도 지난 18일 전남 구례군 산수유 마을에 갔다가 경주지역 35번 확진자(60세 여성)와 접촉해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김씨는 “진해도 아직 벚꽃이 3분의1 정도밖에 안 피었는데도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며 출입이 통제된 곳에서도 일부 관광객은 ‘벚꽃만 보고 가겠다’며 차에서 내려 ‘인증샷’을 찍고가 불안감이 크다고 했다. 그는 “진해 쪽을 통제하니 폐쇄 안 한 창원병원쪽 등 다른 관광지에 또 사람들이 많더라. 지역 주민들도 싫어한다. 제발 내년에 오셨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원희룡 제주지사. 제주=뉴시스
◆제주도, 관광온 모녀에 최소 1억원 구상권 청구하기로

관광객 몸살에 ‘구상권 청구’라는 강수까지 둔 지자체도 나왔다. 제주도는 코로나19 관련 증상이 있음에도 제주 여행을 한 미국 유학생과 모친에 대해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 

제주도는 지난 26일 “제주 여행을 한 후 확진판정을 받은 유학생 A(19·여)씨와 어머니 B씨를 상대로 민사상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방침”이라고 26일 밝혔다. 코로나19 유증상 상태에서 제주를 여행하거나 여행을 계획 중인 입도객을 상대로 강력히 경고하기 위한 차원이다. 신천지를 제외하고, 코로나와 관련해 지방자치단체가 개인에게 손해배상을 요구하려는 움직임은 이번이 처음이다.

제주도는 A씨가 제주 입도 첫날인 지난 20일 저녁부터 오한과 근육통 및 인후통을 느꼈고, 지난 23일 오전에는 숙소 인근 병원을 방문할 정도로 코로나19 증상을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강행했다는 점에서 고의가 있었다고 보았다.

제주도는 이번 관광업계 등과 피해액을 산정 중이며 청구되는 손해배상액은 1억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보고 있다. 27일 현재까지 A씨 모녀와 접촉한 47명이 격리됐고 이들이 방문한 장소 20곳에 대해 방역과 휴업 조치 등이 이뤄졌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제주도민들이 일상을 희생하며 청정제주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만큼 이런 일이 다시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도민을 대신해 소송을 준비하는 것”이라며 “방역지침을 지키지 않는 등 일부 이기적인 입도객 및 그 보호자에 대해서는 철저히 조사해 단호히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 제주도의 방침”이라고 밝혔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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