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親조국'으로 지지층 결집한다는데..20·30은 與비례당에 등 돌렸다

손덕호 기자 2020. 3. 29.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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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與비례당 투표하겠다' 2030 전주대비 9%p ↓
취업난 20대, 미래 불안한 30대
열린민주당 친조국 마케팅, 조국 사태 기억 소환
'조국 옹호 반성' 정의당 4%p↑ 상승

"'조국 사태'는 정확하게 규정하면 검찰의 쿠데타다"
4·15 총선에서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로 출마하는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이 지난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적은 글이다. 그는 이 글에서 '검찰발 국정농단 세력'이라며 검사명단을 공개했다. 명단은 공개와 동시에 논란이 됐다. 이 명단에는 윤석열 검찰총장을 비롯해 조국 수사를 담당했던 고위 검사 14명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난 1월 법무부 검찰 인사에서 지방으로 좌천됐다.

정치권에서 황 전 국장이 "현 정부의 법무부 블랙리스트를 공개했다"고 비판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의 황 전 국장은 조 전 법무부 장관 시절 검찰개혁추진단장을 지낸 대표적인 친(親)조국 인사다. 그는 이 글에서 "조국은 조광조, 윤석열은 간신 윤원형"이라고도 했다.

'친(親)조국 친문(親文)마케팅'의 반작용

이런 발언들이 2030 표심(票心)에 영향을 준 것일까. 한국갤럽이 지난 24~26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 ±3.1%p)에서 '비례대표 투표에서 어느 정당에 투표할 것이냐'는 질문에 민주당의 비례정당 더불어시민당은 전주 대비 8%p하락한 25%, 정봉주 전 의원이 이끄는 열린민주당은 전주 대비 5%p 상승한 9%로 나타났다. 특히 두 당의 합계 지지도는 34%로 전주(더불어시민당 33%, 열린민주당 4%)보다 3%p 하락했다(자세한 여론조사 개요 및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런데 연령별로 2030세대의 감소폭이 컸다. 20대의 범여(汎與) 비례정당 지지율은 전주 대비 9%p(34%→25%)하락했고, 30대도 같은 폭(47%→ 38%)으로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 정의당과 국민의당 지지율은 큰 폭은 아니지만 20대는 4%p, 30대는 1~3%p씩 올랐다.

민주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고 범여 비례정당을 구성할 경우, 지지층이 결집해 정의당으로 대표되는 비례진보정당 표가 옮겨오거나, 시너지를 못 내더라도 민주당 표를 나누어 가질 것으로 기대됐다. '2030'세대는 대표적인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으로 꼽힌다. 그런 이들이 범여 비례정당으로부터 등을 돌린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4월 총선 비례대표 후보에 대한 공천작업을 마무리한 범여 비례정당이 열성 지지층 결집을 위해 내세운 '친(親)조국 친문(親文)마케팅'의 반작용으로 분석했다. 강성 지지층을 향한 '조국 대 반(反)조국' 프레임이 불공정 이슈에 민감한 2030 유권자가 민주당으로부터 등을 돌리게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2030에 강렬하게 남은 '조국사태'의 기억

신율 명지대 교수는 2030세대의 범여 비례정당 지지율 하락에 대해 "열린민주당의 '조국 대 반조국' 프레임이 민주당을 지지하는 중도 표심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신 교수는 이어 "지난해 조국사태 때 전세대를 통틀어 특히 20대가 가장 민감하게 반응했다"고 했다.

'조국 사태' 때 2030의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하락폭이 가장 컸다. 조 전 장관이 사퇴한 작년 10월 3주차(18일) 갤럽조사에서 문 대통령 직무 긍정율은 취임 후 가장 낮은 39%를 기록했다. 연령별로 30대의 당시 지지율은 전주 대비 14% 하락한 46%를 기록했고, 20대는 8%가 빠진 41%를 보였다

열린민주당의 친(親)조국 후보자 검증이 시작되면서 이들의 도덕성 문제가 도마에 오른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주 열린민주당 비례 6번인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는 본인의 음주운전 전력에 이어, 미성년 아들의 국적포기에 따른 병역 기피 의혹을 받았다. 비례 2번인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은 본인은 '친일 척결'을 외치면서 정작 판매가 1억원이 넘는 일본차 브랜드 '렉서스'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나 지탄을 받았다.

◇ 비례대표 후보자 도덕성 검증 도마 위에

열린민주당에서 조 전 장관에 대한 강경 발언을 연일 쏟아내면서, 민주당이 주도한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은 물론 모(母) 정당인 민주당까지 덩달아 '친조국' 이미지가 강화되는 효과도 있다. 민주당이 비례연합정당을 구성할 때 녹색당⋅정의당⋅민중당⋅미래당 등을 배제하고 조국 수호 집회를 주도한 개싸움국민운동본부(개국본)가 주축이 된 그룹을 선택한 것도 악영향을 미쳤다.

같은 기간 조 전 장관의 아내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공판에서 "조 전 장관 딸 이름으로 발급된 표창장이 정상 발급된 것이 아니다" "조 전 장관 딸은 KIST인턴에서 엎드려 잠만 잤다"는 등 조 전 장관 측에 불리한 증언들이 쏟아져 나오기도 했다.

이에 대해 작년 조 전 장관 반대 촛불집회를 주도한 김근태(29)씨는 통화에서 "범여권 비례정당이 '조국'의 부도덕성을 외면하는 것에서 나아가 도리어 적극 변호하는 모습을 보고 20대를 비롯한 국민들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 씨는 "문재인 대통령과 586 운동권 집권 세력은 박근혜 정권에서 촉발된 공정사회에 대한 열망을 타고 정권을 잡았지만 시민들에게 실망감만을 안겨줬다"고 했다. 김 씨는 국민의당으로부터 총선 비례대표 4번을 받았다.

민주당에 실망한 20⋅30 유권자의 마음이 정의당과 국민의당으로 이동하는 것도 눈 여겨 볼 부분이다. 최근 정의당은 지난해 조 전 장관 임명에 찬성했던 것을 반성한다는 메시지를 내보냈다. 비례대표 2번을 받은 장혜영(33) 청년선대본부장은 지난 25일 "언제부턴가 정의당은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조 전 장관의 임명에 대해 단호한 입장을 밝히지 못했다"고 했다. 이어 "정의당은 힘이 없으니 타협하는 것이 아니라, 더 치열하게 싸웠어야 한다"며 "깊이 반성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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