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오모 "뉴욕이 우한이냐"..트럼프 '봉쇄' 무산시킨 한마디

정효식 입력 2020. 3. 29. 10:48 수정 2020. 3. 29.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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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3개 주 강제 봉쇄 방안 꺼내자
쿠오모 "연방이 주에 전쟁 선포한다",
"대통령에게 주 봉쇄 권한 없다" 맞짱
쿠오모, 바이든의 부통령 후보로 거론
WP "여성인 휘트머 주지사가 더 적격"


트럼프 전쟁물자법 발동 이어 민주당 주지사에 연전연패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과 함께 버지니아주 노포코 해군기지에서 출항하는 병원선 컴포트 호 앞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는 이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뉴욕을 포함한 3개 주를 강제 격리하겠다고 나섰다가 "뉴욕이 중국 우한이냐"라는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의 한마디에 반나절 만에 철회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신종 코로나(코로나 19) 대응책을 놓고 민주당 주지사와의 대결에서 연전연패한 셈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제이 인슬리 워싱턴 주지사가 "뒷짐 진 대통령이 아니라 미식축구 우승팀 쿼터백 같은 전투사령관을 원한다"는 말에 주저하던 국방물자생산법을 강제 발동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1시 30분 트위터로 "최대 감염 지역인 3개 주의 강제 격리를 곧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기자들에게 "뉴욕시의 다리와 터널을 봉쇄하는 게 아니라 뉴욕을 떠나 플로리다 등 다른 주로 가는 것에 관해 얘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가 중국 우한과 이탈리아 밀라노처럼 지역 봉쇄 카드를 꺼낸 건 미국 내 진앙이 뉴욕 대도시 권역에서 중·남부로 번지는 데 따른 극약 처방의 성격도 있다.

존스홉킨스의대에 따르면 이날 자정 현재 누적 감염자 12만 4464명(사망자 2191명) 가운데 뉴욕 5만 3520명(834명), 뉴저지 1만 1124명(사망 140명), 코네티컷 1524명(사망 33명) 3개 주가 50%가 넘는다. 미시간 4658명(112명)플로리다 4038명(사망 56명), 일리노이 3498명(47명), 루이지애나 3315명(137명) 주로 확산도 빨라지고 있다.

주요국 코로나19 확진자 발생 추이(한국 29일 오후 1시 기준). 그래픽=신재민 기자

하지만 앤드루 쿠오모 주지사는 "뉴욕이 중국 우한이 아니다"라는 한마디로 9시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의 방침을 철회시켰다. 공산당 일당국가인 중국과 달리 미국은 각 주가 독립적인 입법·행정·사법권을 행사하는 연방제 민주국가다. 대통령이 권고 수준이 아니라 주민의 이동 자유를 제한할 권한이 있느냐는 논란까지 촉발시켰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28일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CNN 방송에서 "이는 연방정부의 주에 대한 전쟁 선포"라며 "강제 격리가 어떻게 법적으로 가능한지 의학적으로도 무엇을 얻으려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무질서와 대혼란만 야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지리적으로 주민을 가두는 것은 '격리(quarantine)'가 아니라 중국이 우한 시민에 했던 '봉쇄(lockdown)'"라며 "우리는 중국이나 우한에 사는 게 아니며, 이는 불법이라고 믿는다"라고 했다.

쿠오모 주지사는 "뉴욕·뉴저지·코네티컷이 끝이 아니다"며 "다음 주 뉴올리언스와 루이지애나가 그다음엔 미시간 디트로이트가 될 수 있고 전국으로 옮겨갈 것"이라고도 비난했다.

3월 둘째 주까지 6주간 검사 지연과 의료장비 부족 사태와 같은 연방정부 대응 실패로 세계 최대 신종 코로나 감염국이 된 데 따른 비난 여론을 돌리려는 정치적 동기를 의심한다는 뜻이다. 네드 러몬트 코네티컷 주지사도 "대통령의 발언과 향후 행정 조치가 혼란과 함께 주민을 패닉에 빠지게 할 것"이라고 가세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저녁 8시가 넘어 트위터로 "백악관 코로나바이러스 태스크포스팀의 권고와 뉴욕·뉴저지·코네티컷 주지사와의 협의 아래 질병통제센터(CDC)가 강력한 여행 경고를 발령하고 주지사들이 집행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격리는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물러섰다. 강제 봉쇄 대신 CDC가 2주 국내 여행 제한을 권고하는 선으로 타협한 셈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쿠오모 주지사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콕 집어 '전화하지 말라'는 대상으로 꼽았던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주 주지사가 민주당 대선 선두주자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러닝메이트, 부통령 후보로 강력히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쿠오모는 이번 위기 대응에 가장 칭찬을 받는 주지사"라고 하면서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와 함께 민주당 대선 부통령 후보로 부상한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AP=연합뉴스]

쿠오모가 앞장서 연방정부의 늑장 대응을 지적하며 대량 검사를 하도록 정책을 바꿨기 때문이다. 동생 크리스토퍼 쿠오모 CNN방송 앵커와 인터뷰 도중 "아무리 바빠도 엄마가 전화 한 통 하래"에 "엄마는 내가 가장 사랑하는 아들이래"라는 우스개 설전으로도 유명세를 탔다.

신문은 하지만 "쿠오모는 부통령 지명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고, 바이든도 여성을 부통령 후보로 지명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휘트머 주지사가 적격"이라고 전했다. 미시간은 대선 본선 승패를 좌우할 주요 경합주이기 때문이다.

휘트머는 2018년 선거에서 "빌어먹을 도로부터 고치자"는 중도실용 공약으로 당선한 비교적 젊은(48세) 주지사다. "연방정부 비축물자 지원분이 일개 병원의 한 번 교대 근무에 쓸 분량"이라고 했다가 트럼프에게 "고마워 않는 주지사"로 찍혔다.

바이든 전 부통령도 전날 "트럼프는 휘트머 주지사에게 속도와 디테일(세부 사항), 사람이 중요하다는 점을 배워야 한다"고 하기도 했다.

워싱턴=정효식 특파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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