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일레븐)
한창 뜨거워야 할 피치가 아직 차갑게 식어 있다. 코로나19가 이 땅의 모든 축구를 식힌 탓이다. 덩달아 우리들의 가슴도 달궈지지 않아 서늘하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일이다. 언제고 다시 뜨거워질 K리그를 기다리며, 과거 <베스트 일레븐(월간 축구)>이 전한 기사와 함께 지난 37번의 시즌을 돌아봤다. 큰 이슈부터 작은 기록까지 가능하면 놓치지 않으려 노력했고, 당시의 생생함을 전달하기 위해 잡지에 실린 내용을 그대로 사진으로 옮겼다. 아직 숨죽이고 있는 K리그를 기다리는 데 ‘K리그 타임머신’이 작은 보탬이 됐으면 싶다. / 편집자 주
2000 삼성 디지털 K-리그 이듬해 K리그의 공식 스폰서는 포스코다. 이에 따라 리그 공식 명칭도 2001 포스코 K-리그로 바뀌었다. 4강 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챔피언결정전으로 이어지던 포맷은 3라운드 단일 리그(총 27라운드)로 재편됐다. 1999년에 처음 4강 플레이오프가 도입된 지 단 2년 만에 다시 단일 리그로 돌아온 것이다.
성남 일화, 안양 LG, 수원 삼성, 부산 아이콘스, 포항 스틸러스, 울산 현대, 부천 SK, 전남 드래곤즈, 전북 현대, 대전 시티즌이 참가한 팀 수는 열 개로 직전 네 시즌과 동일했지만, 경기 수는 직전 두 시즌에 비해 다섯 경기 줄어 135경기 체제로 리그가 펼쳐졌다. 조별 라운드와 토너먼트 등 이원화되었던 지난 네 시즌의 컵 대회 포맷에서 다시 단일 대회 방식(아디다스컵 2001)으로 회귀했다. 아디다스컵에서는 열 팀이 44경기를 치렀다. 토너먼트를 따로 다른 대회명으로 운영하지 않고 아디다스컵 안에서 각조 2위까지 네 팀이 4강전을 치러 우승 팀을 가렸다.
이 시즌엔 외국인 선수 보유 및 출전 한도에도 메스가 가해졌다. ‘2002 한일 월드컵 지원으로 인한 대표 선수 차출로 한시적 운영’이 이유였다. 이에 따라 팀당 외국인 선수 등록 인원은 일곱 명으로 대폭 늘었다. 그렇지만 출전 인원은 세 명으로 기존과 변함이 없었다. 이 제도는 2002년 월드컵 당해 연도까지만 유지되다가 2003년에 폐지됐다.
한편, 이 시즌엔 2000시즌 리그 우승 팀과 FA컵 우승팀이 단판으로 겨루는 2001 포스데이터 수퍼컵(잉글랜드로 치면 커뮤니티 실드 개념)이 열렸는데, 안양 LG가 전북 현대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또한 1988년부터 이어온 신인 드래프트 제도가 마지막으로 시행된 시즌이었다.
2001시즌은 그해 3월, 프로리그는 물론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 그리고 실업 대회까지 일제히 개막을 알렸고, 생활 축구에선 FILA컵 직장인 대회 등이 열리는 등 월드컵을 한해 앞두고 그 어떤 때보다 힘찬 출발 음을 뿜어냈다. 개막 전 대회인 안양 LG와 전북 현대의 2001 포스데이터 수퍼컵에선 대회 역대 최다 관중인 2만 118명을 기록하며 힘차게 기지개를 켰다. 그해 한국 축구의 키워드가 ‘변화’였으니 응당 수긍이 가는 행보였다.
쇄신을 기치로 내건 K리그는 리그 운영의 혁신과 컵 대회 축소를 내세웠다. 이에 따라 연장전과 승부차기를 폐지했고, 90분 승부제(정규리그에 한정)를 도입하는 등 선진 시스템을 받아 들였다. 초등부 대회부터 실업 대회까지 리그제로 전환을 시행했다.
6월 17일부터 10월 28일 4개월가량 펼쳐진 정규 리그에선 디펜딩 챔피언 안양 LG의 2연패와 전통 명가 성남 일화의 부활, 그리고 수원 삼성 등 신흥 강호들의 활약상에 초점이 맞춰졌다. 프로 최고 연봉 수령자 전북 현대의 김도훈은 득점왕 2연패의 야망을 향해 시동을 걸었다.
4파전 양상으로 볼 수 있던 시즌이었다. 성남 일화가 초반 강세를 보이다가 7월 중순부터 포항 스틸러스가 치고 올라가 보름가량 선두 자리를 유지했다. 8월에는 수원 삼성이 끼어 들어 포항 스틸러스와 2강 구도를 형성했다. 9월에는 안양 LG가 선두권에 가세했고, 부산 아이콘스도 살짝 얼굴을 드러냈다. 그러나 10월부터는 성남 일화의 독주였다. 성남 일화는 폐막 라운드까지 7주나 선두를 지켜내며 6년 만에 정상을 탈환했다.
성남 일화는 시즌 막판 안양 LG, 수원 삼성과 손에 땀을 쥐는 우승 레이스를 펼친 끝에 11승 12무 4패 승점 45로 우승했다. 2위 안양 LG가 승점 43이었으니 실로 대단한 접전이었다. 이 시즌 2군 리그에서도 정상에 오른 성남 일화는 1993~1995년 리그 3관왕에 이어 6년 만에 챔피언이 됐다. 지난겨울 연고지 문제로 가슴앓이를 했으나 우승으로 성남 시민들에 소중한 선물을 안겼다. 성남 일화는 우승 상금으로 1억 5,000만 원을, 안양 LG는 1억 원을 챙겼다. 안양 LG는 1군과 2군 모두 준우승에 그쳐 아쉬움을 삼켰다.
이 시즌 정규 리그 타이틀은 외국인 선수들이 휩쓸었다. 수원 삼성 산드로가 13골을 기록하며 득점왕에 올랐다. 산드로는 경기당 0.59골이라는 절정의 골 감각을 과시했다. 울산 현대의 파울링뇨(11골)와 부산 아이콘스의 우성용(11골)을 따돌리고 얻은 타이틀이었다. 산드로는 특히 만 21세 7개월의 나이로 득점왕에 등극하며 1988년 포항제철 이기근이 보유하고 있던 역대 최연소(만 23세 2개월) 정규리그 득점왕 기록을 1년 7개월이나 앞당겼다.
어시스트왕 역시 외국인 선수의 몫이었다. 그것도 수비수였다. 부산 아이콘스의 측면 수비수 우르모브는 무려 10개의 도움을 기록하며 전남 드래곤즈 김종현(8개)과 성남 일화 신태용(7개)를 따돌렸다. 산드로는 500만 원, 우르모브는 300만 원을 상금으로 받았다.
베스트 11로는 최전방에선 득점왕을 겨룬 산드로와 우성용이, 미드필드는 신태용, 서정원(수원 삼성), 송종국(부산 아이콘스), 남기일(부천 SK)이, 수비 라인에서는 우르모브, 김현수(성남 일화), 김용희(성남 일화), 이영표(안양 LG)가, 골키퍼로 신의손(부산 아이콘스)이 각각 선정됐다. 성남 일화와 부산 아이파크가 각각 세 명씩을 배출했다. 최우수 선수는 신태용, 최우수 감독은 차경복 감독의 차지였다. 신태용은 K리그 역사상 최초로 최우수선수(MVP)상을 2회 수상했다.
한편, 이 시즌 정규리그 135경기에선 159만 9,289명의 관중이 경기장을 찾아 경기당 1만 1,847명의 관중을 기록했다. 2000시즌 평균 관중인 9,865명을 앞선 풍작이었다. 다만 평균 득점은 경기당 2.3골로, 2.77골을 기록했던 2000시즌에 비해 낮아진 게 특징이다.
글=임기환 기자(lkh3234@soccerbest11.co.kr)
사진=베스트 일레븐 DB
그래픽=박꽃송이·김주희(www.bestelev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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