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처럼 버려졌다" 이스라엘 검문소에 버려진 팔레스타인 노동자..코로나에 더 고통받는 약자들
[경향신문]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전세계 약자들이 겪는 고통들이 더 커지고 있다. 각국이 의료진과 생필품 부족 등에 시달리고, 서로 국경을 걸어잠그는 등 분위기가 험악해지면서다. 세계 곳곳에서 난민과 빈곤층 등 정치적·사회적 약자들이 겪는 차별과 소외, 경제적 어려움은 더 커졌다.
특히 지난 2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경찰이 텔아비브 건설현장에서 일하던 팔레스타인 남성을 이스라엘 도심과 요르단강 서안을 잇는 ‘베이트 시라’ 검문소 밖으로 던져버리는 충격적인 사건이 벌어졌다. 이 남성은 고열에 시달려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상태였다. 팔레스타인 수도 라말라에서 출발한 구급대가 베이트 시라에 도착하기까지 3시간이 걸렸다.
당시 상황을 담은 영상이 소셜미디어 상에서 퍼져 나갔고, 팔레스타인에서는 공분이 일었다. 게다가 검사 결과는 ‘음성’이었다. 이 남성이 쓰러져있는 장면을 목격한 이브라힘 아부 사피아(25)는 지난 26일 중동전문매체 미들이스트아이에 “움직일 힘도 없어 보이는 사람을 길바닥에 쓰레기처럼 던지고 가버렸다. 마치 공포영화 같았다”면서 “국적을 떠나 ‘생명’을 경시하는 행위 아니냐”고 격분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는 강력하게 항의했다. 이 남성이 치료를 받고 있는 나블루스의 시장 아난 알-아시리아는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에 사전 통지 없이 의식도 없는 환자를 길거리에 버렸다. 전쟁범죄와 같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스라엘 경찰 대변인은 “그 노동자가 불법체류 상태여서 국경 밖으로 인도한 것일 뿐”이라며 “팔레스타인 지역 의료진의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상황도 열악하다. 코로나19 확진환자가 나오기 시작했지만 2007년부터 이스라엘에 의해 국경이 봉쇄된 탓에 의료시설과 약품은 턱없이 부족하다. 전력 공급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환자가 늘어나면 제대로 된 치료는 기대하기조차 힘들다.
세계 곳곳의 난민들도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됐다. 시리아 난민촌의 경우 코로나19로 의심되는 환자가 목숨을 잃는 사례가 생기고 있지만, 진단키트는 물론 약품도 부족하다. 의료진은 보호장비조차 없어 코로나19 증상을 보이는 환자를 치료할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의 공공보건연구원 아담 콧츠는 “난민촌 사람들은 심지어 아이들을 씻기지 않는다”며 전염병에 더 쉽게 노출되는 환경을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난민들은 코로나19에 가장 취약한 집단”이라고 했고, 워싱턴포스트는 7000만명에 달하는 난민들에게 코로나19는 더 큰 두려움으로 다가오고 있다고 전했다.
인도에선 시골 출신 노동자 수만명이 ‘도시에서 굶어죽느니 고향으로 돌아가겠다’며 버스 정류장으로 몰려들었다고, 인디아투데이 등이 28일 보도했다. 시골에서 도시로 이주한 노동자들은 약 1억2000만명으로, 이들은 청소부, 건설 노동자, 택시 운전사, 인력거꾼, 경비원, 날품팔이 등 하루 벌어 하루를 사는 노동에 종사하고 있었다. 그런데 코로나19 확산을 저지한다며 정부가 전국봉쇄령을 발동하면서 일거리가 자취를 감춘 것이다.
인도 북동부 알라하바드에 거주하는 키샨 랄은 “며칠째 돈을 벌지 못했다”면서 “청소노동자인 친구는 음식을 살 돈조차 남지 않았다고 걱정한다”고 토로했다고 BBC가 전했다. 하지만 수만명이 한꺼번에 이동에 나서면서 코로나19 감염 위험을 더욱 키우고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윤정 기자 y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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