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러운 손으로 왜 만지냐고" 지하철 청소노동자의 한숨

김지애 기자 2020. 3. 29.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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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3월 하순 지하철역 풍경은 퍽 달라져 있었다.

출퇴근 인파는 여전하지만 마스크를 쓴 시민들은 에스컬레이터 핸드레일을 잡지 않았고 엘리베이터 버튼도 맨손 대신 옷 소매나 휴대전화로 눌렀다.

서울도시철도 지하철 역사에서 일하는 환경미화직원들은 승객들이 만지지 않으려 하는 손잡이와 버튼을 전보다 더 꼼꼼히 닦느라 바쁘게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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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도시철도 지하철 역사 환경미화직원 동행취재
지난 24일 서울 5호선 광화문역에서 청소 노동자들이 역사 곳곳을 소독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3월 하순 지하철역 풍경은 퍽 달라져 있었다. 출퇴근 인파는 여전하지만 마스크를 쓴 시민들은 에스컬레이터 핸드레일을 잡지 않았고 엘리베이터 버튼도 맨손 대신 옷 소매나 휴대전화로 눌렀다. 바이러스 전파를 피하기 위해 손으로 직접 만지는 행위는 금기시되고 있다.

서울도시철도 지하철 역사에서 일하는 환경미화직원들은 승객들이 만지지 않으려 하는 손잡이와 버튼을 전보다 더 꼼꼼히 닦느라 바쁘게 움직였다. 이들은 하루 4차례 승객의 손이 많이 닿는 핸드레일과 엘리베이터 버튼 등을 소독한다. 재택근무를 할 수 없어 지하철을 이용할 수밖에 없는 수많은 시민을 위한 방역 최전선에 지하철 청소 노동자가 있는 것이다.

지난 24일 오후,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곳곳을 누비는 이들을 동행취재했다. 마스크를 쓰고 실내를 빠르게 돌아다니다보니 20분도 채 되지 않아 숨이 찼다. 하지만 미화원들은 소독작업 내내 단 한 순간도 마스크를 벗지 않았다. 권미향(59·여) 그린환경 총괄팀장이 들고 있는 5ℓ 용량의 소독기는 제대로 들기 어려울 정도로 무거웠지만 이들은 2개층 방역을 마칠 때까지 한순간도 쉬지 않았다.

약 한 시간 정도 소독 작업을 마치고 휴게실로 돌아와 마스크를 벗자 두 뺨에 마스크 자국이 선명하게 남았다. 마스크 공급이 원활하지 않아 보건용 마스크에 일반 마스크를 덧대 고무줄이 더 팽팽해진 탓이다.

코로나19가 수도권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청소 노동자들도 더 바빠졌다. 권 팀장은 “지하철역 청소 업무에 수시로 하는 소독이 더해졌고 방역을 위해 고려해야 할 점들이 많아 기존 업무를 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말했다. 최근에는 방역을 위해 청소하는 부위에 따라 4종류의 색깔이 서로 다른 걸레를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가중된 업무보다 미화원들을 더 힘들게 하는 것은 코로나19 확산으로 각박해진 일부 시민의 차가운 말이다. 권 팀장은 “한번은 아이가 에스컬레이터에서 뛰길래 위험하니까 잡아줬는데, 아이 엄마가 ‘왜 더러운 손으로 아이를 만지냐’며 화낸 적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24일 서울 5호선 광화문역에서 청소 노동자들이 역사 곳곳을 소독하고 있다. 윤성호 기자


청소 노동자들도 사실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특히 취객이 바닥에 뱉은 가래침을 닦거나 버려 놓은 일회용 마스크를 만져야 할 때면 혹시 모를 감염 우려에 불안감이 밀려온다. 누군가 “요즘은 토사물보다 가래침이 더 무섭다”고 하자 다들 공감했다.

그래도 시민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는 이들을 움직이는 원동력이다. 이경숙(59·여)씨는 “계속 마스크를 쓰고 일해야 하니 땀이 차고 불편하다”면서도 “수고 많으시다, 감사하다는 시민들의 격려가 큰 힘이 된다”고 말했다.

권 팀장도 “코로나 기승이 잠잠해질 때까지는 휴게시간을 반납한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 시민들에게 안전한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 뿐”이라며 웃었다.

김지애 기자 am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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