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 설계자 "한국 머뭇거리면 12년전 일본 꼴 난다"

최원석 국제경제전문기자 2020. 3. 29. 17: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조선일보, 세계 경제 석학 긴급 인터뷰
하마다 고이치 "머뭇거리지 말고 돈 풀어라"
스티븐 로치 "근본적인 회복, 시간 오래 걸려"
모리스 옵스펠드 "항공사부터 바텐더까지 지원해야"
왼쪽부터 하마다 고이치 예일대 명예교수, 스티븐 로치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전 모건스탠리 아시아지역 회장), 모리스 옵스펠드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전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조선일보DB, 모리스 옵스펠드 홈페이지

코로나 바이러스가 강타한 글로벌 경제가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바이러스를 막으려 주요국이 어쩔 수 없이 ‘자발적 멈춤’을 선택하면서 동시다발적 경제 충격이 세계를 강타 중이다. 정부와 중앙은행의 고군분투에도 미국에서 한주 사이 실업자 300만명이 새로 생기고 글로벌 증시는 폭락을 거듭한다. 코로나는 경제에 얼마나 큰 상처를 남길까. 그리고 인류 사회는 여기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을까. ‘아베노믹스’ 설계자인 하마다 고이치 예일대 명예교수, 시장 전문가인 스티븐 로치 전 모건스탠리 회장(아시아 지역), 거시·국제경제 석학인 모리스 옵스펠드 전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인터뷰했다.

◇하마다 고이치 “한국 머뭇거릴때 아니다. 무조건 돈 풀어라”

하마다 고이치(浜田宏一·84) 예일대 명예교수는 본지 인터뷰에서 “과감한 금융정책(양적 완화)으로 시장 불안, 경제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중앙은행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요구된다”며 “재정건전성 훼손 등을 이유로 시간 끌다가는 미래 세대에 물려줄 자산 자체가 무너질지 모른다”고 말했다. 하마다 교수는 2012년 말 아베 총리가 취임한 이후 총리실 고문(내각관방 참여)으로 아베노믹스의 틀을 짠 인물이다.

그는 “각국이 무제한적 돈 풀기에 나서고 있는데 한국만 머뭇거린다면 경제적 피해가 한국에 몰릴 우려가 있다”고 했다. 그는 또 “코로나 사태 초기엔 중국과 인접한 한국의 타격이 컸지만, 최근 뉴욕타임스에서도 ‘코로나 방역 우등생’으로 묘사하는 등 한국에 대한 외부 인식이 달라진 점에 주목한다”고 했다. 단기적으론 한국도 피해가 크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대외 이미지가 오히려 개선되는 계기가 될 수 있고, 삼성전자 같은 뛰어난 기업이 버티고 있는 한 국가적 매력은 여전하다는 것. 그렇기 때문에 자신감을 갖고 양적 완화(돈 풀기)에 강력히 나설 것을 주문했다.

하마다 교수는 2008년 리먼 쇼크 이후 일본의 실책을 한국이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당시 일본은행이 빨리 양적 완화에 나서지 않는 바람에, 달러당 120엔 수준의 환율이 2010~2013년에 70~80엔대까지 떨어져 건실한 일본 기업들까지 회복 불능의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그는 “정책 당국의 판단이 잘못된다면, 리먼 쇼크 이후 일본 기업이 당한 수난을 한국 기업도 똑같이 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스티븐 로치 “코로나 잡혀도 세계 경제 근본적 회복 어려워”

월가의 대표적인 비관론자인 스티븐 로치(75) 미국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최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 확산이 진정되더라도 향후 세계 경제의 ‘근본적인(fundamnetal) 회복’은 쉽지 않으며 ‘통계적인 회복’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지역 회장을 지낸 로치 교수는 ‘아시아통’으로도 손꼽히는 경제 전문가다.

로치 교수는 이미 취약했던 세계 경제 기반에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충격이 더해지면서 ‘강력하고 이례적인 글로벌 리세션(경기 침체)’이 발생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일본 경제는 지난해 하반기 소비세 인상으로 경기 둔화를 겪고 있었고, 프랑스와 독일의 산업 활동도 비정상적으로 약세였다”며 “중국도 지난해 27년 만에 가장 낮은 경제성장률을 나타냈으며, 매우 강력해 보이는 미국 역시 작년 4분기 성장률이 2.1%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무제한 양적 완화’를 선언하는 등 각국 중앙은행들은 경기 부양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그러나 로치 교수는 “중앙은행은 이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메인 기관이 아니다”라며 “중앙은행의 모든 대책은 결국 시장에 유동성(자금)을 공급하는 일인데, 현재 소비와 기업 활동이 크게 위축된 상황을 해결할 수는 없다”고 했다.

로치 교수는 코로나 확산세가 잡힌다면 올해 하반기, 늦어도 연말까지는 세계 경제가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근본적인 회복에 이르기까지는 오랜 시간과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모리스 옵스펠드 “항공사부터 바텐더까지 전방위적 지원할 때”

모리스 옵스펠드(68)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다국적 항공사부터 동네 바텐더까지, 경제의 모든 구성원이 정부의 도움 없이 고통을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과거와 비슷한 규모·방식·속도론 코로나발(發) 경제 위기의 충격을 줄일 수 없다”고 말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였던 그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백악관 거시경제 분야 수석 고문을 지낸 국제·거시경제 분야 전문가다.

옵스펠드 교수는 미국 경제가 코로나 바이러스의 충격을 본격적으로 받기 시작한 이달 중순 즈음부터 세계 경제는 이미 심각한 불황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2008년) 금융 위기 때와 비슷한 불황이군’이라 생각한다면 당신은 너무 낙관적일 가능성이 크다”라고 했다. 옵스펠드 교수는 대처 또한 유례없는 속도와 규모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막대한 돈 풀기) 이후의 부작용을 지금은 생각할 때가 아니다”라고 했다.

경제 반등이 언제쯤 가능할지에 대해선 ‘최소한 6개월’이라고 전망했다. 정부가 방역과 경제 모든 측면에서 과감하게 대응해 구체적 성과를 내는 최상의 시나리오를 가정할 경우의 얘기다.

코로나로 인한 경제 충격은 정규직보다는 비정규직, 대기업보다는 소상공인 등 사회적 약한 고리에 더 압도적인 피해를 주고 있다. 이런 이유로 옵스펠드 교수는 “정부 지원은 전방위적으로 이뤄져야 하지만, 그 무게는 경제적 약자에게 실리는 것이 맞는다”고 강조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