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자가격리 했다"더니..마트·놀이터 활보한 용산 외국인

백희연 2020. 3. 29.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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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 마련된 선별진료소에서 유럽발 항공편 입국자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심을 받던 외국인이 자가격리 지시에 불응한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서울 용산구에 사는 해당 외국인은 2주간의 자가격리 기간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채 동네를 돌아다니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지난 20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경기 수원시에 사는 30대 영국인 남성에 이은 사례다. 영국인 남성은 확진 판정을 받기 전까지 닷새동안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4개 도시를 이동하면서 총 23명과 접촉했다.

서울 용산구는 지난 26일 한남동에 사는 40대 폴란드 국적 남성인 A씨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용산구에서 8번째로 확진 판정을 받은 이 남성은 지난 12일 확진된 용산구 2번 환자의 접촉자다. 2번 환자 역시 용산구 한남동에 사는 30대의 폴란드 국적 남성으로 해외에서 코로나19에 감염돼 입국한 다음 날 확정 판정을 받았다.

용산구는 이 같은 사실을 홈페이지와 공식 블로그 등을 통해 공지했다. 이와 함께 A씨가 2번 환자가 확정 판정을 받은 날부터 “2주간 자가격리를 했다”고 알렸다. 문제는 A씨의 확진 사실을 안내하는 블로그 글에 달린 주민들의 댓글이었다. A씨가 2주간의 자가격리 지침을 어기고 돌아다니는 걸 봤다며 여러 명의 주민들이 글을 남긴 것이다.

한 주민은 블로그 글에 “A씨가 편의점, 아이들이 있는 놀이터, 길거리 등 자가격리 어기고 돌아다니는 거 많이 봤다”며 “동네 사람들끼리 저 사람 저래도 되나? 신고해야 하나? 했었다”고 적었다.

8번째 확진자 발생을 안내하는 용산구청의 공식 블로그에 달린 댓글. [용산구청 블로그 캡쳐]


용산구청 관계자는 “A씨가 1차 진술 때 자가격리를 했다고 말해 이를 바탕으로 공지를 했는데, 폐쇄회로TV(CCTV)를 확인해보니 동네 마트 등을 돌아다닌 것으로 확인됐다”며 “추가 역학조사를 통해 경로를 파악한 뒤 재공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 용산구 주민은 중앙일보에 이메일을 보내 “용산구는 구민들의 항의 민원 전화가 빗발치는데도 ‘외국인이라 역학조사에 어려움이 있다’고만 얘기한다”며 “용산구의 안일한 대처에 화가 난다”고 했다. 해당 확진자가 양성 판정을 받은 후 자가격리를 했다고 진술하는 바람에 실제로 방문했던 곳들에 대한 방역 골든타임을 놓친 것으로 보인다.

한편 법무부는 지난 19일 외국인이 자가격리·검사·치료 등 방역 당국의 지시에 불응하는 경우, 형사처벌 여부와 관계없이 해당 외국인의 비자 및 체류 허가를 취소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자가격리 조치 등을 위반해 추가적 방역 조치와 감염확산에 따른 국가 손해를 유발할 경우에는 해당 외국인에게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백희연·채혜선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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