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드맨] "지방 살면 아프지 마세요"

염규현,남형석 2020. 3. 29. 2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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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데스크] ◀ 로드맨 ▶

메르스 사태를 겪은 지 4년 만에 이번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우리 사회를 덮쳤습니다.

그동안 많은 게 달라졌다고는 하는데 여전히 감염내과 전문의가 전혀 없는 곳도 많다고 합니다.

이곳 세종시도 그렇고요.

더 큰 문제는 이게 감염내과 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필수 의료 인력마저 부족한 지방의 현실을 돌아보고 길 위에서 답을 찾아보겠습니다.

(충북 청주)

이곳은 충북 청주에 한 산부인과 병원입니다.

한번 들어가 보겠습니다.

('저출산 시대'라는데 아침부터 북적이는 산부인과)

[김미화/임신부] ("어디서 지금 오신 거예요?") "조치원이요. 조치원에 산부인과가 두 갠가 있는 걸로 알고 있거든요. 근데 한 곳은 아예 분만은 안 하고."

[임주언/임신부] "저희 충주에서 왔어요." ("여기까지 얼마나 걸립니까?") "1시간 반." ("근처엔 없어요?") "있는데 신생아실이 있는 곳으로…" ("신생아실 있는 데가 충주에 없어요?") "한 군데가 또 있긴 한데."

[오병득/남편] "(의료)기계들 같은 경우에도 지방 같은 경우에는 제한적으로 있어서 보는 게 한계가 있는 것 같아요."

이곳 청주를 제외하면 충북 지역을 통틀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병원은 단 9곳뿐입니다.

(전남 진도)

그나마 병원이 있어도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합니다.

최근에 억울하게 팔을 절단해야 했다고 호소하는 분을 한번 만나보겠습니다.

(선박에서 사고로 팔이 골절된 뒤 병원 4곳을 옮겨 다니다 절단 수술을 한 남성)

[박정수 씨/팔 절단 환자] "목포 병원 처음 갔는데, 전남대병원으로 가라고 하더라고요. 수술 최고 전문가라고 거기로 가라고 했는데 거기에서도 수술을 안 하는 게 침대에 눕혀놓고." ("전남대병원에서도?") "네."

(목포 한국병원 -> 광주 전남대병원 -> 광주 대중병원으로 계속 이송만…)

[박정수 씨/팔 절단 환자] "엑스레이 하나 찍고 다시 전남대병원으로 가라는 거예요. 다시 여기로 전남대병원 왔다가… 사람을 가지고 노는 거예요, 완전히. 그런데 (전남대 병원에서)수술할 의사가 없다고 또 저기(다른 병원)로 가라는 거예요." ("병원을 네 번 왔다갔다 하신 거네요?") "네."

골든타임을 놓친 박 씨는 결국 왼팔을 절단해야 했습니다.

[박정수 씨/팔 절단 환자] "뭔 병원이 진짜 저런 병원이 있는지… 진짜 후회스러워요."

[용선순/박 씨 고용주*사고 당시 동행자] "(세 번째 병원)원장님이 뭐라고 하냐면 '저는 우리병원 오라고 한 적 없으니까 어제 왔던 그 병원으로 다시 가세요.' (그런데)전남대병원에서도 그렇게 얘기 하시더라니까요. '우리(박 씨) 같은 경우가 허다합니다' 이렇게 얘기를 해요. 우리가 떠밀렸다고 생각되거든요."

이에 대해 전남대 병원 측은 "외상센터에 접합 전문의가 없으며, 환자가 최적의 치료를 받도록 다른 병원으로 옮겼다"고 말했지만, 환자를 받았다가 돌려보낸 대중병원 측은 "응급실도 없고, 당일 수술도 불가하다고 전남대병원 측에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 강남)

아파도 제대로 진료 받지 못하는 현실.

지방 환자들은 너도나도 서울로 몰려들고 있습니다.

[정정일/전라도 광주 거주] "광주에서 왔습니다. 거기 대학병원에서 서울로 한 번 가보라고 해서."

[김규문/경상도 포항 거주] "포항 시설하고 여기 서울하고 의료 수준이 차이가 많이 나요."

◀ 팩트맨 ▶

지방의 의료 현실, 얼마나 심각할까요?

우선 4년 전 메르스 사태 이후 감염내과 전문의가 71명 늘었는데요.

그 중 54명이 서울입니다.

세종시와 경상북도엔 여전히 한 명도 없고, 전라남도에도 1명뿐입니다.

그렇게 큰 사태를 겪고도 서울만 개선이 된 거죠.

목숨이 걸린 응급의학 분야도 사정은 마찬가지인데요.

응급환자의 사망비, 그러니까 예측되는 사망자 수와 실제 사망자 수의 비율을 보면요.

서울 동남권과 강원도 영월은 2배 넘게 차이가 납니다.

입원환자의 사망비 역시 서울과 충북을 비교해보면 이 정도(1.4배) 차이가 납니다.

일단 병원 수 자체가 부족한데요.

300병상 이상의 종합병원과 응급실이 없는 기초자치단체만 140곳이 넘습니다.

그나마 있는 지방 병원들도 줄줄이 문을 닫고 있고, 지역 공공 의료시설은 의사가 안 온다며 끙끙 앓고 있습니다.

◀ 로드맨 ▶

(전남 목포)

제가 그 현장에 왔습니다 이곳은 목포시 의료원인데요.

이 병원에서는 의사 구하기가 힘들다고 하소연 하고 있습니다.

[이원구/목포시립의료원장] "(14과에)한 30~40명 정도 의료진은 사실은 포진되어 있어야 하거든요. 지금은 20분 계십니다."

(의사가 수술에 들어가면 해당 과는 모든 진료를 중단해야 하는 상황)

[이원구/목포시립의료원장] "외과라든지 산부인과라든지 소아과라든지, 그런 과에 의사 인력을 우리가 구해야 하는데, 지방, 소도시까지 내려오려고 잘 하지 않습니다."

전남 지역에서 의사 한 명이 책임지는 병상은 서울의 4.6배에 달합니다.

(부산)

의료 인력도 부족한 데다, 있는 병원마저 폐업하는 곳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곳은 지난 2017년에 폐업한 부산에 한 종합병원입니다.

(경영난으로 폐업한 뒤 인수하겠다는 곳 없어 3년째 방치 중)

여기가 응급실이 있던 자리인데요.

지금 병상은 하나도 안 남아있고,

[강제구/관리소장] "여기에 지금 메르스 때 음압 병실 만들려고 공사 하다가 중지된 거예요."

(병원이 유지됐다면 이번 코로나19 사태 때 꼭 필요했을 음압병실)

[강제구/관리소장] "응급실 환자 생기면 이제 갈 데가 없어요. 진짜 갈 데가 없습니다. (그나마 가까운)부산대 가려고 하면 여기서 한참 걸리죠. 한 30~40분 걸리죠."

부산시는 이곳을 공공병원으로 바꿀 계획입니다.

[안병선/부산시 건강정책과장] "지금과 같이 감염병이 굉장히 유행하는 시기나 이럴 때 정말 필요한 게 공공의료기관입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늦어지고 있는 거예요?") "몇 가지 행정적 절차가 필요합니다. 기간이 2년 내지 3년이 걸리는 문제가 있다 보니까."

◀ 팩트맨 ▶

공공병원 얘기가 나왔는데요.

우리나라의 공공 의료서비스가 부족한 건 통계로 확인됩니다.

병상수 기준으로 전체 의료서비스의 10% 정도인데요. OECD 평균은 70%에 달합니다.

그래서 정부가, 이곳 부산뿐 아니라 지역의료 전반을 강화하기 위해서 공공의료시설을 크게 늘리겠다고 밝혔습니다.

주요 내용을 보면요.

의료취약지역 9곳에 공공병원을 새로 만들고, 지방 간호사 인건비도 지원하겠다고 밝혔는데요.

그렇다고 지방에 병원만 더 세워봤자, 지금처럼 지방 일자리와 인구가 계속 줄면 아무 소용이 없을 텐데요.

결국 공공의료 또한 지역의 다른 인프라 확충, 지역균형발전과 함께 논의돼야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 로드맨 ▶

지방에 가겠다는 의사도 부족하고, 응급이나 감염내과 같은 필수적인 공공의료 분야를 전공하겠다는 의사도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국가가 나서야 하지 않을까요?

적어도 지방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더 쉽게 죽는 일은 없어야 할 겁니다.

로드맨이었습니다.

염규현,남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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