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 1만명, 작별인사도 못 나누는 '통곡의 이탈리아'

김향미 기자 2020. 3. 29.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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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가족들 죽음에 슬퍼할 겨를도 없이 ‘격리 먼저’
ㆍSNS엔 고통 끝나기를 기원 ‘#모든 것 잘될 것’

교회 밖에 갈 곳 없는 시신들 이탈리아 북부 롬바르디아주 소도시 세리아테의 한 교회에서 28일(현지시간) 한 사제가 코로나19로 숨진 이들의 시신이 안치된 관들을 지나며 고인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세리아테 | 로이터연합뉴스

이탈리아에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28일(현지시간) 1만명을 넘어섰다. 지난달 21일 북부 롬바르디아주에서 첫 지역 감염 사례가 나온 이래 36일 만이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의 29일 오후 7시(한국시간) 집계에 따르면 이탈리아의 코로나19 확진자는 9만2472명이고, 사망자는 1만23명이다. 확진자는 미국(12만4686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고, 사망자는 전 세계 사망자(3만982명)의 3분의 1로 발병국 중 가장 많다. 사망자 증가 속도가 빨라서 화장터가 24시간 가동되고 있는데도 시신이 안치된 관들이 교회 곳곳에 쌓이고 있다. 최근엔 시신을 옮기기 위해 군병력까지 동원됐다.

현지 언론 코리에레델라세라는 28일(현지시간) 코로나19로 상처를 입은 ‘가족의 비극들’에 대해 썼다.

롬바르디아주 발테리나 지역에서 80대인 3형제 중 맏형이 열흘 전 심장병으로 죽고, 남은 형제 2명은 일주일 사이 코로나19로 숨졌다. 보게라 지역에선 86세 아버지와 40~50대인 2명의 아들이 사흘 걸러 차례로 세상을 떠났다. 베네토주의 비첸차에선 82세 아버지와 50세 딸이 지난 26일 같은 병원 병상에서 나란히 숨졌다. 토스카나주 몬테바르치에선 할머니가 코로나19로 죽고, 엄마는 병원에 입원하면서 11살짜리 쌍둥이 자매만 집에 남겨졌다.

코로나19는 죽음을 슬퍼할 기회조차 앗아갔다. 롬바르디아주 베르가모 인근 알비노 마을에 살던 80대 노부부는 코로나19에 감염돼 지난 10일 두 시간 간격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들은 8일 동안 집에서 머무르며 39도가 넘는 고열에 시달리다, 병원에 도착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차례로 눈을 감았다. 아들인 루카 카라라는 페이스북에 “나와 아내, 아이들은 격리돼 있다. 떠나는 부모와 인사조차 할 수 없다. 우리의 슬픔은 몇 배 크다”고 썼다.

지난 10일 전국 봉쇄령과 함께 장례식도 금지되면서 ‘죽음의 존엄성’마저 무너졌다고 영국 BBC가 전했다. 롬바르디아주 크레모나의 장의사 마시모 만카스로파는 “많은 이들이 마지막으로 가족의 시신을 볼 수 없냐고 묻지만, 지금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인의 유품은 물론 가족들의 작은 메모 하나 관에 넣을 수 없다. 만카스로파는 “매장할 때 한두 명만 올 수 있는데 대부분 할 말을 찾지 못해 침묵할 뿐”이라고 했다.

밀라노의 한 장례식장에서 일하는 안드레아 세라토는 “가장 어려운 건 유가족의 고통을 덜어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떠나는 이의 뺨을 만지고,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며 “그렇게 할 수 없다는 건 충격적인 일”이라고 했다.

이탈리아 소셜미디어에서 최근 유행하고 있는 해시태그는 ‘#Andratuttobene’(모든 것은 잘될 것)이다. 이탈리아 각 지방정부는 31일 정오 전국 공공기관에 조기를 게양하고 코로나19로 숨진 이들을 추모하기로 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최근 들어 누적 확진자 증가율이 서서히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어 이탈리아의 코로나19 확산세가 정점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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