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구경 상춘객 '거리 두기' 잘 안 지켜요"

글·사진 이삭 기자 2020. 3. 29. 2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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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청주 ‘무심천’ 가보니
ㆍ시청 공무원 50m 간격 배치…“마스크 착용·일방통행” 권고
ㆍ마스크 벗거나 턱에 걸치고, 일부 어르신은 천변서 술판
ㆍ마찰 우려로 적극 단속 안 해

지난 28일 오후 충북 청주시 상당구 무심천 벚꽃 군락지에서 한 시민이 코로나19 예방을 위한 청주시의 일방통행 권고를 무시하고 반대방향으로 걷고 있다.

지난 28일 오후 충북 청주시 상당구 무심천. 양옆으로 왕벚나무 수천그루가 있는 이곳은 청주의 대표적인 벚나무 군락지다. 매년 봄이 되면 해마다 3만~4만여명이 만개한 벚꽃을 보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 올해도 무심천에는 화사하게 핀 벚꽃을 보려는 상춘객들이 몰렸다.

청주시는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무심동로(송천교∼청남교 구간), 무심서로(흥덕대교∼방서교 구간) 각각 5㎞ 구간에서 마스크 착용, 사람 간 2m 이상 간격 유지, 주정차 금지, 노점상 영업 금지, 음식물 취식 금지 등의 행정명령을 내렸다. 기간은 이날부터 다음달 5일까지다. 이를 어기면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3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행정명령 시행 첫날인 이날 무심천에는 80여명의 청주시청 소속 공무원들이 50m 간격으로 배치됐다. 이들은 빨간색 경광봉을 들고 “이 구간부터 마스크 착용 구간입니다. 마스크 쓰세요” “일방통행입니다. 되돌아 오지 마시고 가던 길로 쭉 가셔야 합니다”라고 말하며 시민들에게 ‘물리적 거리 두기’ 실천을 유도했다.

하지만 이날 청주시의 행정명령은 대체로 지켜지지 않았다. 일부 시민들은 마스크가 답답한지 벗거나 턱에 걸친 채 사진을 찍었다. 손에 마스크를 들고 산책하는 시민들도 눈에 띄었다. 질병관리본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강조하고 있는 2m 거리 두기도 지켜지지 않았다. 일행 이외에 시민들이 자신의 곁을 지나가거나 앞서 산책하는 사람들과의 거리가 2m 이내로 좁혀져도 신경쓰지 않는 모습이었다. 청주시는 이날 사람들의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시민들에게 일방통행을 권고했다. 무심동로는 송천교에서 청남교 방향으로, 무심서로는 방서교에서 흥덕대교 방향으로 통행해야 한다. 두 도로는 마주 보고 있는 구조다. 무심천을 가로지르는 다리와 세월교를 이용하면 일방통행을 하더라도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하지만 일부 시민들은 이 권고를 따르지 않았다. 시청 직원들이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사람들에게 “일방통행이니 되돌아가 달라”고 말했지만 무시당하기 일쑤였다. 마스크를 쓰지 않은 시민이 마주 오는 인파를 향해 역주행하는 것도 목격됐다.

이날 차를 타고 무심천을 둘러본 이모씨(38)는 “벚꽃이 만개해 산책을 나오고 싶었지만 물리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려고 차량을 이용해 무심천을 둘러봤다”며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시행하는 청주시의 행정명령을 무시하는 시민들이 종종 보여서 아쉬웠다”고 말했다.

청주시의 대응도 소극적이었다. 시청 직원들은 행정명령에 따라 마스크를 쓰지 않고 무심천을 찾은 시민들을 고발하거나 돌려보낼 수 있다. 하지만 방역 지침대로 적극적으로 단속하는 직원들은 없었다. 일부 시민이 현장에 배치된 시청 직원에게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고 지적했지만 해당 직원은 “갖고만 있으면 된다”며 대수롭지 않은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또 노인 2~3명이 취식이 금지된 무심천 인근에서 막걸리를 마시고 있었지만 시청 직원들은 이를 지켜보기만 했다.

청주시 관계자는 “행정명령을 내렸지만 시민들에게 부담을 줄 수 없기 때문에 계도와 지도 위주로 진행하려 한다”며 “현장 배치된 시청 직원들의 안내에 강하게 항의하거나 마찰을 일으키는 경우에만 강력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사진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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