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막판 뒤흔드는 무당층엔 '야당표'가 더 숨어 있다

이지혜 2020. 3. 30. 05: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여론조사 메타분석, 총선 판세 가늠자]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4·15 총선을 앞두고 발표되는 수많은 여론조사를 보면, 아직 투표할 정당이나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는 ‘무당층’의 비율이 최대 40%에 이르는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깜깜이 여론조사’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여론조사로는 무당층의 마음을 알기 어렵지만, 실제 투표 결과에는 무당층의 표심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 선거 결과가 번번이 여론조사와 다르게 나타나는 핵심 원인이기도 하다. 누구도 알 수 없는 영역이지만 총선 향배를 좌우하는 열쇠인 무당층의 마음을 들여다볼 방법은 없을까?

서울대 국제정치데이터센터는 <한겨레>의 의뢰로 지난해 9월부터 지난 27일까지 7개월 동안 진행한 정당지지율 조사를 종합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무당층의 규모와 정당별 지지율의 관계를 추적했다. 조사에 활용된 데이터는 여론조사 업체 22곳이 실시해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에 등록한 전국 단위 여론조사다. 베이스(Bayes) 모형에 기초해 개별 조사의 편향성을 통제하고, 인구 비율과 표본 크기를 고려해 추산한 ‘평균 추이’와 개별 조사의 추이가 얼마나 다른지 살펴보는 방식이다.

분석을 진행한 박종희 서울대 교수(정치외교학)는 29일 “조사기관마다 각 정당의 지지율 추이가 서로 다르게 나타나는 것은 개별 조사기관이 추정한 무당층의 규모와 매우 관련이 깊다”며 “이번 분석은 무당층이 투표장에 가면 결국 어느 당을 선택할 가능성이 큰지를 살펴볼 수 있는 의미 있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분석 결과(그래픽 참조)를 보면, 무당층이 평균 추이보다 크게 추정된 여론조사일수록 미래통합당의 지지율을 적게 추정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지지율도 무당층 규모의 영향을 받았지만 통합당과 견주면 그리 크지 않았다. 정의당의 경우는 영향이 거의 없었다. 박 교수는 “무당층으로 분류되는 이들 중 상당수가 통합당 지지 여부를 두고 갈팡질팡하는 반면 정의당이나 민주당 지지층은 상당히 견고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최근 보도되는 여론조사 판세 분석은 사실상 ‘무당층이 모두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가정 아래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분석 결과를 보면 무당층의 상당수가 여론조사 공표 금지 기간인 선거 전 일주일 동안 표심을 정하고, 야당 성향의 유권자일수록 더 늦게 마음을 정하는 경향이 있다고 추정해볼 수 있다. 지난 7개월 동안의 선거 여론조사를 읽어낼 땐 ‘무당층의 투표율과 야권 성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4년 전 20대 총선 전 여론조사와 실제 개표 결과를 비교해봐도 상당수 무당층이 ‘야당’으로 이동했다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2016년 총선을 3주 앞둔 3월 넷째주(22~24일)에 한국갤럽이 전국 1004명에게 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당시 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이 39%, 민주당 21%, 국민의당 8%, 정의당 5%의 지지율을 보였다. 무당층은 27%였다. 20대 총선의 실제 정당득표율은 새누리당 33.5%, 민주당 25.5%, 국민의당 26.7%, 정의당 7.2%였다. 여론조사 때 무당층으로 분류된 이들이 일정 부분 국민의당을 포함한 야권으로 이동했음을 추론할 수 있다.

무당층의 규모는 여론조사 기관마다 차이가 있다. 자동응답전화(ARS), 조사원 면접 등 조사 방법부터 조사 기간, 질문의 내용과 순서까지 다양한 요소가 변수로 작용한다. 조사원의 질문 방법도 큰 영향을 미친다. 무당층 비율이 높게 나타난 조사기관 중 하나인 한길리서치의 홍형식 소장은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는 응답자에게 ‘조금이라도 더 호감이 있는 정당이 어디냐’고 다시 질문하지 않으면 부동층이 상당히 높게 나타난다”며 “최근에는 재질문을 하는 쪽으로 방침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박종희 교수는 “개별 조사기관이 어느 정당에 편향적 결과를 보여주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공식·비공식적 요소가 종합돼 나타나는 것”이라며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의 유불리를 만들기 위해 의도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이지혜 기자 godot@hani.co.kr

※ 이미지를 누르면 크게 볼 수 있습니다.

▶[연속보도] n번방 성착취 파문
▶신문 구독신청▶삐딱한 뉴스 B딱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겨레.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크롤링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