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만화방·미용실·음식점..유학생들 '일탈'이 무서운 이유

김상훈 기자 2020. 3. 30. 0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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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용 시설 집중..검사 후 지하철 이용도
'사회적 거리두기'로 동선 최소화 국내 확진자들과 대비
2020.3.11/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김상훈 기자 =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해외 유입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확진 판정을 받은 유학생들의 동선이 대부분 일상생활을 위한 가벼운 외출에 집중된 것으로 파악됐다.

코로나19 국면이 두 달째 이어지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으로 동선을 최소화하고 있는 확진자들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이에 강남 일대에선 '유학생 포비아' 현상이 나타나는 등 지역주민들의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30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강남구에선 3월에만 17명의 해외 접촉 관련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 중 11명이 유학생이다. 서초구도 9명으로 이 중 6명이 유학생이다. 대표적인 부촌으로 자녀를 유학보냈거나 해외에서 사업하는 주민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영향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일부 유학생들의 경우 자가격리 지침을 어겨 지역 감염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유학생들의 동선은 코로나19 사태 초기에 주로 나타났던 '가벼운 외출'에 집중된 것으로 파악된다.

강남구가 제공하는 확진자 이동 동선에 따르면, 강남구 25번째 확진자 A씨(19·여)는 미국 뉴욕주 소재 대학에 다니는 유학생으로 학교가 폐쇄되자 지난 17일 귀국했다. 입국 당시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었지만 21일 오전부터 코감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해 후각과 미각이 없어지고 두통증세가 겹쳐 25일 강남구보건소에서 검체검사를 받고 확진 판정을 받았다.

A씨의 동선은 서울 강남구 청담동 '학동사거리'에 집중됐다. 지난 20일에는 카페, 만화방, 약국, 음식점 등을 방문했으며, 증상이 심해진 21일에도 학동사거리 인근 음식점, 공원, 편의점 등을 다녀갔다. 또한 23일에는 강남구청역 3-1번 출구에 있는 쇼핑매장과 강남구청 주변 카페에 방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유증상 상태에서 제주 여행을 다녀와 논란이 일고 있는 강남구 21번째 확진자 B씨(19·여성) 역시 미국 유학생으로 지난 15일 귀국 후 20일 제주도 여행을 가기 전 동선이 공개됐다. 19일 역삼동 소재 이마트에 방문한 뒤 대치동에 위치한 미용실을 다녀왔다.

서초구 16번째 확진자 C씨(21·여)는 지난 17일 미국에서 귀국 후 24일 최초 증상이 나타났고 25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증상이 나타난 24일에는 반포동 신세계백화점에 1시간가량 머물며 의류매장과 카페 등을 방문했다. 이후에는 고속버스터미널 지하상가에 30분가량 머문 것으로 나타났다.

중랑구 11번째 확진자 D씨(21.남)는 검사를 지난 25일 받은 뒤 자택에서 머무는 대신 서울 시내 곳곳을 활보했다. 오후 2시 이후 지하철로 이동하며 7호선 면목역, 2호선 건대입구역, 신촌역 등을 거쳐 신촌에 오후 6시까지 머무르다 똑같은 방식으로 귀가했다.

강남구 25번째 확진자 동선. (강남구청 홈페이지 캡처)© 뉴스1

이같은 모습은 코로나19 확산 초기 국내 확진자들의 모습과 비슷한 모습이다. '수퍼 전파자'라는 오명을 얻었던 31번 확진자의 경우, 증상 발현 이후에도 의료기관과 교회, 호텔 등을 방문해 지역사회 감염의 시초가 됐다.

반면, 코로나19 국면 두 달여를 보낸 국민들은 최근 들어 이동 경로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돋보여 일부 유학생들의 부주의한 모습과 대비된다. 여기에는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 홍보도 인식 변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앞서 지난 22일 강화된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을 발표하며 다음달 5일까지 최대한 외출을 자제하고 타인과 접촉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유학생 일탈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면서 강남 일대 지역주민들 사이에선 때 아닌 '유학생 포비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2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강남구청의 코로나19 전염병 확산에 대한 개선 요구 및 확진자와 방역에 관한 정보 공개청구' 청원에는 이날까지 3803명이 참여했다.

일부 강남 지역 주민들은 아파트 단지 엘리베이터 등에 붙어 있는 '동 내 확진자 발생' 등의 공지를 사진으로 찍어 공유하는 등 감염자의 정보를 자체적으로 공유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에 거주하는 A씨(37·여)는 "외국에 살다와서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건지 모르겠지만 이기적인 행태에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는 것"이라며 "국내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 실천 등 알아서 조심하려 하는 분위기인데 현재 상황을 너무 가볍게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해외 유입 사례가 확산됨에 따라 오는 다음달 1일부터 내외국인 상관없이 모든 입국자를 대상으로 입국 후 14일간 자가격리 조치를 취하도록 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무증상이고 음성 진단을 받더라고 국내 입국 후 2주간은 자택에서 자가격리 조치를 취하게 된다.

award@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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