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재난지원금 못받는 고소득층 "세금만 많이 내고 역차별" 불만

김성은 기자 입력 2020.03.30. 14:00 수정 2020.03.30. 19:25

"세금은 훨씬 더 많이 내면서도 국가에서 돈을 나눠줄 때는 쏙 빠지니까 아무래도 박탈감 같은 게 있죠."

물론 박 부장에게 돈이 당장 급한 것은 아니다.

정부가 앞서 국민의 70~75% 수준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3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가 재난 상황에서 전국민의 75%에 지급되는 혜택을 나머지 25%에 돌아가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생각한다"며 "재난기본소득 전국민에게 주든지, 주지 말든지 해달라"는 글이 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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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금 더 내는데 국가서 돈 나눠줄 땐 쏙 빠져"
전문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증세 어려워질 것"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서울=뉴스1) 김성은 기자 = "세금은 훨씬 더 많이 내면서도 국가에서 돈을 나눠줄 때는 쏙 빠지니까 아무래도 박탈감 같은 게 있죠."

국내 한 대기업에 근무하는 외벌이 20년차 박모 부장(48·남)의 한숨이 수화기를 통해 전해졌다.

정부는 30일 중산층을 포함한 소득 하위 70% 기준 1400만 가구에 100만원(4인가구 기준)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구체적 소득 기준을 제시하진 않았지만, 매년 보건복지부 산하 중앙생활보장위원회가 정하는 '기준 중위소득'을 기준으로 따져보면 월 소득 상한선은 Δ1인가구 263만6000원 Δ2인가구 448만8000원 Δ3인가구 580만6000원 Δ4인가구 712만4000원 등이다.

부인과 아들·딸이 있는 박 부장의 연봉은 1억원 남짓한 수준으로 이번 긴급재난지원금 대상에서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박 부장에게 돈이 당장 급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번 정부가 출범 첫 해부터 고소득자에 대한 증세 기조를 이어온 상황에 비춰볼 때 '언제나 돈은 고소득층만 내고 혜택은 저소득층에 돌아가느냐'는 불만이 내심 커지는 것도 사실이었다.

박 부장은 "현금거래로 소득을 숨겨서 세금을 피하는 자영업자들은 이번에도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겠지만 월급쟁이들만 또 지원 대상에서 비껴가지 않을까 싶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는 박 부장만의 생각은 아니다. 정부가 앞서 국민의 70~75% 수준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3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가 재난 상황에서 전국민의 75%에 지급되는 혜택을 나머지 25%에 돌아가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생각한다"며 "재난기본소득 전국민에게 주든지, 주지 말든지 해달라"는 글이 오르기도 했다.

국가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사례도 눈에 띈다. 대구에서 자영업을 하는 50대 가장이라고 소개한 한 청원자는 "누구도 겪어보지 못한 초유의 상황에서 대구가 특별재난지역이 되고 정부와 지자체가 대응하는 자세도 평상시와는 다른 것 같아서 기대감이 조금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며 "그러나 기대는 점점 실망과 허탈감으로 바뀌고 있다"고 했다.

최근 대구시의 긴급생계지원금과 전기요금·건강보험료 감면,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대상에서 줄줄이 배제됐다는 설명이다.

이 청원자는 "평소 소득이 비교적 적은 분들을 도와주는 것에 반대하진 않았다"며 "그러나 지금은 평상시와는 다른 때라고 생각한다. 일부의 정말 돈 많은 분들을 제외하곤 모두가 힘든 때라고 느낀다"고 했다. 이어 "지금의 지원방식은 또 다른 사회적 갈등과 역차별을 불러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학계에선 사회적 갈등 비용을 고려할 때 전국민에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방안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사회갈등지수는 OECD 국가 가운데서도 최상위권에 속한다. 이에 따라 한해 82조원 이상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승호 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증세를 할 때 이번 재난기본소득 대상에서 빠진 상위 30%가 반대의 목소리를 내면서 세금 걷기가 더욱 어려워진다고 본다"며 "경제 논리로만 보면 하위 70%를 선별해 지원하는 정책이 긍정적으로 보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정치적·사회적 비용이 뒤따르면서 복지국가로의 발전에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se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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