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70% 내는 고소득층 재난지원금 제외.."우린 국민 아냐?"(종합)

이훈철 기자,김성은 기자 2020. 3. 30.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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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소득 하위 70%만 재난지원금 지급..상위 30%는 제외
문재인 대통령 "재정여력 비축해야..이해해 달라"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3차 비상경제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20.3.30/뉴스1

(세종=뉴스1) 이훈철 기자,김성은 기자 =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긴급재난지원금을 소득하위 70% 가구로 제한하기로 하면서 지급대상에서 제외된 소득상위 30% 가구에서 불만이 나오고 있다.

부총리까지 나서 너그럽게 헤아려 달라는 입장을 공식 표명했지만 국내 세금의 대부분을 납부하는 소득상위 30% 가구에선 지원금은커녕 향후 세금폭탄만 맞을 것이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30일 정부는 중산층을 포함한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1400만 가구에 최대 100만원(4인가구 이상 기준)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고 발표했다.

정부가 각 가구원수별 지급대상자를 아직 명확하게 밝힌 것은 아니지만 소득 상위 30%는 재난지원금 대상에서 제외했다.

◇전체 근로소득세 74% 내는 상위 10% 월급쟁이, 재난지원금 못받아

고소득층의 불만은 '세금은 우리가 다 내고, 혜택은 소득 하위계층에게만 돌아간다'는 점이다.

특히 이번 재난지원금 대상에 고소득층 경계에 있는 일부 중산층까지 포함되면서 고소득층들의 보이지 않는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국세통계에 따르면 2018년 연말정산 신고 기준 급여총계 상위 10% 고소득 납세자의 결정세액은 28조2000억원으로 총 결정세액 38조3000억원의 73.6%에 달했다. 원천근로소득세의 70% 이상을 상위 10% 고소득자가 내고 있는 것이다.

가구와 개인소득의 차이가 있지만 고소득자가 가구구성원에 포함되면 해당 가구의 소득수준이 올라가 지급대상에 제외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인별 소득기준도 중요한 잣대가 된다.

면세자를 제외하고 실제 납부할 세금인 결정세액이 있는 1136만명을 기준으로 보면 더 차이가 크다. 총급여 1억원 이상 납세자는 결정세액이 12조1000억원이었으며, 2억~3억원 이하는 3조1000억원의 세금을 납부했다. 3억원 이상 초고소득자는 총 6조1000억원의 세금을 납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1억원 이상 고소득자의 결정세액은 21조3000억원으로 전체 결정세액 38조3000억원의 55.6%를 차지했다.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재난지원금 전국민에 달라" 국민청원…문대통령 "이해해달라"

이같은 고소득층의 역차별을 우려해 재난기본소득을 전국민에 줘야 한다는 국민청원까지 등장했다.

국내 한 대기업에 근무하는 외벌이 20년차 박모 부장(48·남)은 정부의 재난지원금 발표 이후 "세금은 훨씬 더 많이 내면서도 국가에서 돈을 나눠줄 때는 쏙 빠지니까 아무래도 박탈감같은 게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부인과 아들·딸이 있는 박 부장의 연봉은 1억원 남짓한 수준으로 이번 긴급재난지원금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박 부장은 "현금거래로 소득을 숨겨서 세금을 피하는 자영업자들은 이번에도 긴급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겠지만 월급쟁이들만 또 지원 대상에서 비켜나가지 않을까 싶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이는 박 부장만의 생각은 아니다. 정부가 앞서 국민의 70~75% 수준의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을 검토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30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국가 재난 상황에서 전국민의 75%에 지급되는 혜택을 나머지 25%에 돌아가지 않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생각한다"며 "재난기본소득 전국민에게 주든지, 주지 말든지 해달라"는 글이 오르기도 했다.

국가 정책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사례도 눈에 띈다. 최근 대구시의 긴급생계지원금과 전기요금·건강보험료 감면,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 대상에서 줄줄이 배제됐다는 설명이다.

이 청원자는 "평소 소득이 비교적 적은 분들을 도와주는 것에 반대하진 않았다"며 "그러나 지금은 평상시와는 다른 때라고 생각한다. 일부의 정말 돈 많은 분들을 제외하곤 모두가 힘든 때라고 느낀다"고 했다. 이어 "지금의 지원방식은 또 다른 사회적 갈등과 역차별을 불러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학계에선 사회적 갈등 비용을 고려할 때 전국민에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는 방안이 더욱 효과적이라는 의견이 제기되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사회갈등지수는 OECD 국가 가운데서도 최상위권에 속한다. 이에 따라 한해 82조원 이상의 경제적 손실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승호 카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증세를 할 때 이번 재난기본소득 대상에서 빠진 상위 30%가 반대의 목소리를 내면서 세금 걷기가 더욱 어려워진다고 본다"며 "경제 논리로만 보면 하위 70%를 선별해 지원하는 정책이 긍정적으로 보이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정치적·사회적 비용이 뒤따르면서 복지국가로의 발전에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국민이 고통 받았고 모든 국민이 함께 방역에 참여했다. 모든 국민이 고통과 노력에 대해 보상받을 자격이 있다"면서도 "재정 여력 비축을 위해 경제적으로 조금 더 견딜 수 있는 분들은 보다 소득이 적은 분들을 위해 널리 이해하고 양보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boazho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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