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피해 휴양지로 몰려드는 부자들..이기적 행동에 주민 분노 폭발
[경향신문]
누와르무티에는 프랑스 서부 대서양 연안에 있는 섬이다. 간조 때 드러나는 광활한 갯벌과 넉넉한 자연 풍광 덕분에 프랑스인들이 즐겨 찾는 휴양지로 알려져 있다. 프랑스 정부가 전국에 이동 금지령을 내리면서 최근 이곳 주민들이 파리 등 도시에서 온 사람들에게 분노하고 있다.
앞서 프랑스 정부는 지난 17일(현지시간) 프랑스 전역에서 이동 금지령을 시행했다. 하루 전인 지난 16일 파리 등 대도시에서 금지령이 발동되기 전에 도시를 빠져나가려는 사람들이 기차역과 도로로 몰려들었다. 문제는 이들이 기차나 차를 타고 시골로 이동하면서 해당 지역에서 코로나 19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는 점이다. 시골은 대도시와 달리 환자를 돌볼 병원이나 의료진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에 고령자가 많은 지역 주민들은 감염 공포에 떨고 있다.
르피가로는 28일(현지시간) “바다에 둘러싸인 누아르무티에에서 코로나19는 먼 곳의 풍문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곳에 별장을 소유한 외지인들이 몰려들면서 이곳 주민들은 혼란에 빠졌다”고 전했다.
누와르무티에는 지난 17일 이후 약 2주 만에 주민들의 숫자가 약 1만명에서 2만명으로 두 배가 됐다. 도시에서 온 사람들은 이동 금지령을 어기고 해변에서 피크닉과 서핑을 즐기는 등 휴가지에 온 것처럼 행동해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도시 사람들이 빵집과 슈퍼마켓에서 사재기를 하다 지역 주민들과 다툼이 벌어지기도 했다. 누와르무티에 시장 노엘 포쉐는 “(도시인들의 유입은) 침입”이라면서 “사람들이 거주지를 이탈하는데도 어쩔 도리가 없다”고 토로했다. 분노한 주민들이 파리 번호판이 달린 차의 타이어에 구멍을 내기도 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이 지역의 한 의사는 “(도시인들은) 무책임하고 이기적”이라고 비판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이라는 사상 초유의 재난 앞에서 일부 부유층들의 무책임한 행동은 다른 나라에서도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스페인에서는 총리를 지낸 호세 마리아 아즈나르가 이동 금지령 첫날 짐을 싸서 유명 휴양지 마르벨라로 떠나려는 모습이 포착돼 비난이 빗발쳤다. 독일의 메클렌부르크포어포메른주는 업무상 이유를 제외하고는 별장 사용을 금지해 부유층의 ‘도시 탈출’을 원천 봉쇄했다. 그리스의 에게해 연안의 일부 섬에서는 정부에 육지인 출입금지를 요청했다. 밀로스 섬의 시장은 최근 도시인들의 잇딴 유입을 두고 “지역 사회에 바이러스를 퍼뜨리려는 트로이의 목마”라고 표현했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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