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靑하명 수사' 의혹 풀 아이폰 잠금해제.. '스모킹 건' 나오나

김청윤 2020. 3. 30.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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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개입' 수사 새 국면 / 檢 수사관 극단 선택 4개월 만에 / 전용 프로그램 돌려 잠금 풀어내 / 수사관, 김기현 비위 수사 등 확인 / 송병기 수첩보다 강력 증거 될 듯 / 개입 의혹 황운하·한병도 등 출마 / 수사결과 따라 총선 영향 줄 수도
검찰이 ‘청와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조사를 앞두고 숨진 검찰 수사관의 휴대전화 잠금을 해제했다. 이 수사관은 김기현 전 울산시장에 대한 수사를 촉발한 ‘청와대발 범죄 첩보문건’에 깊숙이 관여해 사건 해결의 ‘키맨’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검찰이 유의미한 포렌식 결과를 도출하면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 작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30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대검찰청 디지털포렌식센터는 최근 숨진 백모 수사관이 소지하던 아이폰의 비밀번호를 풀었다. 백 수사관이 지난해 12월 검찰 출석을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 약 4개월 만이다.

아이폰을 확보한 검찰은 지난 4개월간 이스라엘 업체가 제작한 프로그램으로 수차례 잠금해제를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이 프로그램은 숫자와 영문, 특수문자를 일일이 대입해 비밀번호를 해지하는 방식이다. 검찰은 잠금 해제 시도 중 프로그램이 두 차례 먹통이 돼 재차 업체에서 권한을 받아 시도한 끝에 잠금을 풀었다.

검찰은 백 수사관의 휴대전화에서 청와대 울산시장 하명수사 의혹을 규명할 자료를 찾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백원우(왼쪽부터), 송철호, 황운하
사건을 수사한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검사 김태은)는 앞서 이 휴대전화를 증거자료로 채택하지 못한 채 올해 1월29일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송철호 울산시장, 황운하 전 울산경찰청장 등 13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등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백 수사관이 2017년 말 백 비서관이 경찰에 하달한 김 전 시장 비위 수사가 잘 이루어지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직접 울산에 내려간 것으로 보고 있다. 백 수사관의 휴대전화에는 수사 당시 청와대 ‘윗선’과 나눈 대화 내용은 물론 숨지기 직전까지의 통화와 메신저 내용이 남아 있을 것으로 짐작됐고, 이는 검찰이 확보한 ‘송병기 수첩’보다 강력한 증거가 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검찰과 경찰은 이 휴대전화를 두고 쟁탈전을 벌이기도 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해 12월 백 수사관의 사망 현장에서 휴대전화를 입수해 조사에 착수했지만, 검찰이 하루 만에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휴대전화를 가져갔다. 경찰은 이후 변사사건 수사에 검찰이 가져간 휴대전화가 필요하다며 역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두 차례 신청했지만 검찰에서 모두 반려하면서 검경 갈등이 격화됐다.

제21대 총선을 보름여 남겨둔 상황에서 청와대 울산시장 하명수사 의혹의 ‘스모킹 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자 정치권은 긴장하는 모양새다.

이번 사건의 핵심으로 꼽히는 인물들이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확정지은 상태로 검찰의 향후 수사가 판세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임동호 전 민주당 최고위원에게 울산시장 경선에 나서지 않는 조건으로 공직을 제안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은 전북 익산시을에 출마한다. 임 전 최고위원도 국회의원에 도전한다. 김 전 시장에 대한 하명 수사를 진행한 의혹을 받는 황 전 청장은 대전 중구에서 출마를 선언한 상태다.

다만, 검찰이 선거를 앞두고 적극적으로 수사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을 살펴본 김태은 부장검사는 여전히 자리에 머물러 있지만 수사를 지원한 김성훈 대검 공안수사지원과장이나 이상현 울산지검 공공수사부장 등은 모두 자리를 떠난 상태다. 수사 과정에서 검찰 내부 갈등이 다시 불거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검찰은 청와대 선거개입 의혹과 관련한 13명을 기소하는 과정에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반대의견을 내면서 불협화음이 인 바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백 수사관의 휴대전화 잠금장치를 푼 사실을 세계일보 취재가 시작된 뒤 보고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백 수사관은 극단적 선택을 하기 전 ‘윤 총장에게 미안하다’며 ‘가족을 잘 부탁한다’는 유서를 남겼다. 윤 총장은 백 수사관 빈소에서 “아끼던 수사관이었는데 유족들에게 미안하다”며 눈물을 흘린 것으로 전해졌다.

김청윤·정필재 기자 pro-verb@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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