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 전망] 감염병전문병원 건립 더 미룰 수 없다

2020. 3. 31. 0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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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후속대책 포함됐지만
코로나19 때도 병상 태부족
서울부터 건립계획 서둘러야
김병관 <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장 >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그리고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까지 약 5년을 주기로 대규모 호흡기 감염병이 유행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후에도 감염병 위기는 끝나지 않고 계속될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도 발생할 위기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코로나19의 국내 확진자 수는 30일 0시 기준으로 9661명이다. 186명의 국내 확진자가 발생한 메르스 사태 때보다 51배나 많다. 메르스 사태의 경험을 토대로 국가지정 입원치료병상의 확대, 체계적인 감염관리지침 제정 등의 진전이 있었으나 전례 없는 대규모 감염자가 다시 발생하면서 치료할 병상마저 부족한 상황에 몰렸다. 아직도 국내에 제대로 된 감염병전문병원이 없기 때문이다.

감염병전문병원의 필요성은 메르스 사태 이후 꾸준히 제기돼 왔다. 보건복지부는 2015년 9월 ‘국가방역체계 개편방안’을 발표하면서 중앙 및 권역별로 감염병전문병원을 운영해 공중보건 위기대응을 위한 감염병 전문 치료체계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비슷한 시기에 서울시도 ‘감염병관리 종합대책’을 통해 평시에는 호흡기 환자를 치료하고 감염병 발생 시에는 이를 전담하는 ‘안심호흡기전문센터’ 건립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두 사업은 별다른 진척이 없다. 이대로라면 향후 또 다른 대규모 감염병이 발생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으리란 법이 없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감염병전문병원 설립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과거 감염병전문병원 설립법안을 제시하기도 했던 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도 최근 언론을 통해 “앞으로도 또 올 다른 종류, 다른 형태의 감염병 유행 사태에 대비해 시·도별로 감염병전문병원을 설치하고 이번 같은 사태가 있을 때 주축이 돼 대응해야 한다”고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그럼에도 감염병전문병원 건립이 지금껏 속도를 내지 못하는 주된 이유는 지역 내 감염 확산에 대한 지역사회의 우려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우려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 초기 반대여론이 거셌던 중국 우한 교민의 아산·진천 지역 수용 과정에서도 보았듯이 안전한 시설과 체계적 감염관리 시스템이 마련된다면 지역사회 감염 확산 우려는 말 그대로 기우에 불과하다. 또 호흡기 바이러스는 환자와 수m만 떨어져도 감염률이 매우 낮다는 것이 중론이므로 거주지와 떨어진 감염병전문병원은 주거공간까지 병을 전파시킬 수도 없다.

오히려 최첨단 감염병전문병원이 지역에 들어선다면 평시에는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받고, 현재처럼 감염병 대규모 확산 시에는 지역 내 감염 환자가 우선적으로 치료받을 수 있어서 지역 주민의 건강권 보장에 유익할 것이다.

최근 대구·경북 지역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대규모로 발생하면서 이 지역 내 치료시설이 부족해져 입원대기 중인 확진자가 치료받지 못하고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있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가용한 시설에 생활치료센터를 급히 설치했고, 의료기관은 일반 병동을 비우고 음압시설을 설치, 격리병동으로 전환해 운영하고 있다. 만약 호흡기 감염병 치료를 전담하는 전문병원이 지역사회에 충분히 있었다면 어땠을까.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우리 모두 한 번쯤은 고민해 볼 만하다.

언제 올지는 모르지만 코로나19와 같은 대규모 호흡기 감염병은 앞으로도 반드시 찾아올 것이다. 지역사회, 특히 인구 1000만 명이 거주하는 수도 서울의 감염병전문병원 건립은 더 이상 미뤄져서는 안 된다. 코로나19와 사투를 벌이는 지금부터라도 빨리 시작해야 할 것이다. 감염병전문병원 건립이라는 공공의 편익 증진을 위해 지역사회 이해당사자 간 합의가 절실히 요청되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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