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제재 엎친데 코로나 덮쳐.. 화웨이 세계4위로 급추락

김성민 기자 입력 2020. 3. 31. 03:05 수정 2020. 3. 31.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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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판매량 550만대로 69% 급감, 샤오미에 처음으로 순위 역전당해
美 제재에 홀로 구글 서비스 빠져 "애국 소비만으로 버티기엔 한계"

"코로나 바이러스 이후 공장 인력들이 돌아왔지만, 런정페이 CEO는 재정적 타격을 받고 있다."

지난 25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 온라인판엔 이런 제목의 기사가 올라왔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중국의 최대 스마트폰 회사 화웨이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분석한 기사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이 중국 이외 시장에서는 큰 성장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며 "화웨이는 코로나 사태로 올해 재무 목표를 기존보다 하향 조정했다"고 썼다.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강력한 제재에도 중국 내부의 '애국(愛國) 소비'로 버티던 화웨이가 추락하고 있다. 코로나로 중국 내 스마트폰 수요가 줄면서, 판매량이 급감했다. 기업 규모나 성능 면에서 '한 수 아래'로 여겨졌던 중국의 샤오미에도 덜미를 잡혀 스마트폰 판매에서 세계 4위로 떨어졌다. 특히 올해는 화웨이 연간 판매량이 2억대 아래로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애국 소비가 毒

시장조사 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지난 2월 화웨이의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은 550만대에 그쳤다. 1년 전보다 69% 급감했다. 1위인 삼성전자(1820만대)의 30% 수준이다. 심지어 처음으로 샤오미(600만대)에 역전당했다. 모든 스마트폰 업체가 코로나 타격을 봤지만 유독 화웨이의 감소 폭이 더 컸다.

화웨이는 작년 말까지만 해도 삼성전자에 이어 확고한 2위 자리를 지켰다. 작년 2억4050만대 스마트폰을 팔며 1위인 삼성전자(2억9510만대)를 바짝 추격하기도 했다. 미국의 제재에도 중국인의 '애국 소비'가 이어지며 판매량이 늘었다. 화웨이의 스마트폰 판매량 중 중국 비율은 59%로 유독 높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으로 중국 내 수요가 줄면서 내수 중심 판매 전략은 오히려 독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화웨이의 중국 내 생산, 오프라인 매장 중심 판매 전략도 추락을 가속화했다. 화웨이는 대부분 스마트폰을 중국에서 만든다. 중국 전체가 코로나 사태로 이동 제한 명령이 내려지면서 화웨이는 공장 가동에 큰 차질을 빚었다. IT 업계에서는 샤오미가 화웨이를 역전한 이유로, 샤오미의 온라인 판매 중심 비즈니스 모델을 꼽는다.

◇해외 판매도 차질

작년까지만 해도 화웨이의 주력 스마트폰에는 지메일, 유튜브 등 구글 서비스가 탑재됐다. 하지만 미국의 제재로 올해 나오는 화웨이 신제품에는 구글 모바일 서비스(GMS)가 빠졌다. 화웨이가 지난 26일 온라인을 통해 공개한 스마트폰 신제품 'P40'엔 안드로이드 오픈소스를 기반으로 한 화웨이 자체 운영체제(EMUI 10)가 탑재됐다. 화웨이는 구글의 서비스에 대항하기 위해 화웨이 맞춤형 모바일 서비스(HMS) 등을 개발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역부족이라고 본다. SA는 "화웨이가 구글 모바일 서비스를 대체하기 위해 자체 HMS를 개발하는 것은 위험하고 험난한 여정"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이 제재를 샤오미 등 다른 업체에는 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화웨이에 대한 압박 수위를 한층 높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 26일(현지 시각) "미국 정부가 미국 기업이 만든 반도체 제조 장비로 생산한 반도체를 화웨이에 수출하기 위해서는 허가를 받아야 하는 새로운 규제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규제가 현실화하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세계 1위인 대만의 TSMC는 화웨이에 모바일 칩을 공급하기 까다로워진다. TSMC로부터 모바일 칩을 받지 못하면 화웨이는 스마트폰을 만들 수 없게 된다.

◇후발 주자 맹추격

글로벌 시장조사 업체들은 화웨이의 올해 판매량 전망치를 낮춰 잡고 있다. SA는 올해 화웨이의 글로벌 판매량이 1억8000만대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작년의 75% 수준으로, 화웨이 성장세가 처음으로 꺾이는 것이다. 화웨이도 내부적으로 올해 판매 목표량을 기존 3억대에서 1억대 내린 2억대로 하향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SA는 화웨이가 올해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에 이은 세계 2위 자리도 애플에 다시 내줄 것으로 봤다.

화웨이는 그동안 중저가 스마트폰 라인업을 고수했던 샤오미, 오포, 비보 등과도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한다. 샤오미·오포·비보는 최근 뛰어난 성능의 스마트폰을 잇달아 출시하며 화웨이의 시장을 갉아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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