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식이법' 두려운 운전자.."내비에 '스쿨존 우회' 기능 넣어달라" 빗발

김정현 기자 2020. 3. 31.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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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자 "스쿨존 피해갈래".. 우회 기능 요구 '봇물'
이통사 "기술 개발은 거의 끝나, 서비스 곧 제공"
SK텔레콤은 스쿨존을 우회하는 '어린이 보호 경로' 기능을 1~2달 이내로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 뉴스1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매일 자차로 출퇴근하는 박유정씨(32·여)는 최근 '민식이법' 통과에 걱정이 크다. 출근길에 꼭 인근 초등학교 앞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박씨는 "지금까지도 스쿨존에서 서행하고 조심했지만 갑자기 애들이 뛰어나와도 내 과실이 0인 경우가 거의 없다는데 무서워서 아예 피하고 싶다"며 "현재 사용 중인 SK텔레콤의 'T맵' 애플리케이션(앱)에도 스쿨존 우회기능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운전자들이 스쿨존 내 사고 가능성에 불안해하며 내비게이션에 '스쿨존 우회' 기능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25일 스쿨존에서 아동 교통사고를 내는 경우 처벌을 강화하는 '민식이법'이 통과되면서다.

지난해 스쿨존 내 교통사고로 사망한 김민식군의 이름을 딴 '민식이법'은 스쿨존 내 교통사고로 어린이가 '사망'할 경우 가해자에게 최저 3년 이상의 징역을, '상해'가 발생하면 1년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SKT "1~2개월내 제공", KT "거부감없는 방식 고민 중", 카카오 "검토 중"

현재 사용자수가 1800만명(2019년 기준)을 넘고, 월 실사용자(MAU)도 1200만명이 넘는 명실상부한 1위 내비게이션 SK텔레콤 'T맵'은 우회 경로를 제공하는 '어린이 보호 경로' 기능을 개발하고 검증 중이다.

SK텔레콤 측이 공개한 공지사항에 따르면 T맵은 현재 민식이법 시행과 관련해 '어린이 목소리'로 스쿨존 구간 안내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또 주행시 운전 부담감 해소를 위해 스쿨존 우회 경로인 '어린이 보호 경로'를 선택 옵션으로 추가할 예정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해당 기능은 '경로'를 제공하는 기능이라 품질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4월에서 5월 중 해당 기능을 선보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내비'를 운영하는 KT는 "이번주 원내비 업데이트에 스쿨존에 대한 정보 안내 및 음성 기능을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스쿨존 우회 경로 기능에 대한 기술 개발은 완료됐다"며 "이용자에 따라 (해당 기능을) 받아들이는 것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 거부감 없는 방식으로 제공하기 위해 검토 중"이라고 강조했다. 일정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반면 카카오와 LG유플러스가 함께 제공하는 'U+카카오내비'는 민식이법 시행과 관련해 "음성 기능 안내는 고려하고 있지만 아직 정책적으로 확정된 부분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스쿨존 우회 경로에 대해서도 "이용자의 이동 시간이나 동선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라며 이 역시 "검토 중"이라고만 답했다.

31일 현재 해당 기능을 제공하는 건 내비게이션 소프트웨어 전문업체 맵퍼스가 개발한 '아틀란'뿐이다. 아틀란 측은 지난 26일 '아틀란 3.0' 업데이트를 통해 스쿨존 설정 기능을 추가했다.

아틀란 앱에서는 설정 메뉴에 들어가면 스쿨존에 들어가면 소리로 경고를 하는 '스쿨존 경고 안내'와 경로 검색 때 스쿨존을 거치지 않는 경로를 탐색해주는 '스쿨존 회피경로 탐색' 기능이 적용됐다.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켜고 끌 수 있다.

아틀란 앱에서 제공하는 '스쿨존 회피경로'기능. 중간의 역삼초를 우회한 경로(왼쪽)과 통과한 경로(가운데). 옵션에서 켜고 끌 수 있다. © 뉴스1

◇한문철 변호사 "스쿨존, 위험지역…위험지역은 벗어나야"

최근 운전자와 보행자 간의 사고에서 운전자 무과실 확률이 극도로 낮다는 점과 스쿨존 내 어린이 사고는 무조건 가중처벌 대상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운전자들 사이에서는 "차라리 스쿨존을 피해가겠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이용자들은 '스쿨존 우회 기능'을 도입한 내비게이션 정보를 공유하고 해당 기능을 업데이트하지 않은 업체들에 업데이트를 요구하는 등 '민식이법' 에 대한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섰다.

교통사고 전문가인 한문철 변호사는 이같은 스쿨존 우회 기능에 대해 "스쿨존이 위험지역이 됐는데 이를 피해가도록 하는 것은 대단히 좋은 앱"이라며 "당연히 (해당 기능을) 제공해야 한다"고 평가했다.

한 변호사는 "일각에서는 (스쿨존 우회를) 마치 음주단속 피해가는 앱에 비유할 수도 있지만 전혀 다른 상황이다"며 "아무리 조심해도 갑자기 튀어나온 어린이가 다치거나 사망하면 일단 운전자 잘못이 되고, 내 잘못이 10%밖에 안돼도 전과자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어른들은 그렇게 뛰어나오는 경우가 거의 없는데 애들은 언제든지 뛰어나올 수 있다"며 "아무리 조심해도 갑자기 뛰어나온 아이가 다치거나 사망하면 운전자 잘못이 되고, 벗어나려면 엄청나게 힘드니까 아예 위험지역은 벗어나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교통사고 전문 한문철 변호사 © 뉴스1

Kri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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