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해야" vs "집에 가겠다"..해외입국자 광주서 한밤중 소동

한산 기자,허단비 기자 2020. 3. 31.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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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격리 하려는 공무원과 입국자 가족 실랑이
"재난문자 수십통 보내면서 이런 건 왜 미리 안 알리나"
31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생활치료시설로 쓰이는 광주 서구 치평동 5·18교육관에서 입국자들의 가족들이 광주시 공무원에게 항의하고 있다. 2020.3.31/뉴스1 © News1 한산 기자

(광주=뉴스1) 한산 기자,허단비 기자 = 광주시가 해외 입국자를 의무적으로 시설에 격리하도록 특별행정명령을 내린 지 이틀만에 현장에서 혼선이 빚어져 한밤중 고성이 오가는 등 소동이 빚어졌다.

31일 오전 0시16분쯤 경기 광명역에서 ktx를 타고 광주 광산구 광주송정역에 도착한 광주 지역 해외입국자 13명을 광주시 공무원들이 맞이했다.

시 직원들이 역에 도착한 시민들에게 "시설 격리 대상자이니 함께 이동하셔야 한다"고 말하자 시민들이 웅성거리며 동요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마중 나왔던 가족들을 만나지도 못하고 어리둥절한 채 시가 준비한 버스에 탑승해 광주 서구 5·18교육관으로 이동했다.

공항에서도 자가격리 대상자라고 생각하고 온 이들이 광주에 도착하자마자 "시설 격리 대상자"라고 통보받자 당사자는 물론 자녀와 손자 등을 맞기 위해 준비하던 가족들도 황당하긴 마찬가지였다.

소식을 들은 격리대상자 가족들이 급히 5·18교육관으로 모여들었고 현장에서는 고성이 오가는 등 1시간여 소동이 빚어졌다.

이들은 얼굴도 보지 못한 채 가족이 격리당하는 이유를 따졌다.

딸과 손주를 마중 나온 한 남성은 "시설에서 격리한다고 미리 알려줬다면 굳이 딸과 손주들이 지낼 집을 구했겠느냐"며 "정부가 하라는 대로 아이들이 교통편을 이용하게 했고 격리 준비도 철저히 한 우리를 왜 몰지각한 사람으로 만드느냐"고 언성을 높였다.

31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생활치료시설로 쓰이는 광주 서구 치평동 5·18교육관에서 입국자들의 가족들이 광주시 공무원에게 항의하고 있다. 2020.3.31 /뉴스1 © News1 한산 기자

딸을 마중 나온 한 남성은 "아이가 역에 도착할 때까지도 당사자나 가족들은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했다. 격리 사실을 미리 알았다면 '잘 부탁한다'고 말하기 위해 여기에 왔겠지만, 지금은 이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어서 오게 됐다"고 언성을 높였다.

시 공무원이 특별행정명령을 언급하며 협조를 구했지만 시민들의 항의는 그치지 않았다.

한 남성은 다소 격앙된 어조로 "몇 년 만에 귀국하는 동생 볼 생각에 온 가족이 이 늦은 시간까지 집에서 기다리고 있다"며 "재난문자는 수십 통씩 보내면서 왜 이런 일은 미리 알려주지 않았느냐"고 항의했다.

"4월1일부터 모든 해외입국자를 대상으로 한 조치도 자가격리가 원칙인데 통보도 없이 납치하듯이 아이를 데려갔느냐", "혹시 모를 전염을 막기 위해 아이가 탈 차도 한 대 더 끌고 마중 나왔다", "인천공항에서 승용차로 광주로 온 사람들도 있다. 이 사람들은 어떻게 찾을 것이냐" 등의 항의가 30여분간 이어졌다.

시 공무원들은 결국 오전 1시30분쯤 일본에서 귀국했다는 시민의 귀가를 시작으로 해외 입국자들을 하나둘 귀가시켰다.

하지만 미국발 입국자 한 남성이 "나라에서는 자가격리 하라고 하는데 왜 나를 시설에 격리하려고 하느냐"며 따졌고 시 공무원들과 1시간동안 실랑이를 벌였다.

이 남성은 "자가격리를 하기 위해 집을 모두 비워놨고 격리 지침을 따르기 위해 모든 것을 준비했다"며 자가격리를 주장했다.

시 공무원들은 "시설격리 대상자이다"는 말을 반복하다 결국 "자가격리 수칙을 어기면 강경 대응하겠다"고 경고한 뒤 귀가 조치했다.

공무원들은 이들의 연락처를 확보하고 자가격리 준수를 당부할 뿐이었다.

광주 송정역에 도착한 13명 중 3명은 광주 송정역에서 자차로 귀가했고 첫번째 버스로 이동한 미국발 입국자 2명과 유럽발 입국자 1명 등 총 3명만이 시설에 입소했다.

이후 두번째 버스로 이동한 격리대상자 7명은 광주시와 실랑이 끝에 결국 "자가격리 지침을 준수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모두 귀가했다.

7명 중 2명은 일본 입국자로 자가격리 대상자였고, 나머지 5명 중 4명은 각각 루마니아와 헝가리에서 입국한 가족들로, 두 가족 모두 15세 미만 자녀가 있어 시설격리 예외 대상자로 분류됐다.

미국에서 입국한 나머지 1명은 자가격리 지침 준수를 약속하고 집으로 돌아갔다.

한편 광주시는 지난 29일부터 유럽‧미국발 입국자 중 코로나19 무증상자도 3일간 생활치료센터에 격리하도록 한 특별행정명령을 내렸다.

3일째에 검사를 시행해 양성 판정이 나오면 격리치료병원에서 치료를 받도록 하고 음성이 나오면 시설퇴소 후 자가격리 하도록 했다.

격리기간은 입국일로부터 14일간이다. 입국자 본인이나 동거인이 고위험 직업군인 경우 해외입국자 입국일로부터 14일간 시설에 격리하도록 했다.

이외의 해외입국자에 대해서는 입국일로부터 14일간 자가격리하도록 했다. 광주시는 격리 13일째 되는 날에 검사를 실시해 격리 해제 여부를 결정하도록 했다.

beyondb@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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