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폭락장에 시장조성자 공매도 급증.."특혜"vs"급락장 특성"

박응진 기자 2020. 3. 31.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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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시장조성자 공매도 비중 13배 급증
거래소 "변동성 커지고 거래 늘면 공매도도 늘어나"
(참고사진) 2020.3.11/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올해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국내 주식시장이 급락한 가운데 코스피 시장에서 약 3개월 간 집계된 시장조성자의 공매도(空賣渡) 거래대금 규모가 벌써 지난 2019년 한해치의 절반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공매도에서 시장조성자가 차지하는 비중도 같은 기간 5%포인트 가까이 늘었다.

이런 경향은 코스닥 시장에서 보다 두드러졌다. 올해 들어 코스닥 시장에서 약 3개월 간 시장조성자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지난해 1년치의 4배를 넘었고, 전체 공매도에서 시장조성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13배 급증했다.

31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한국거래소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피 시장의 전체 공매도 거래대금 규모는 78조2296억원이었다. 이 중 시장조성자는 6조6861억원(8.55%)을 차지했다.

올해 들어서는 이달 20일까지 전체 25조4682억원 규모의 공매도가 이뤄졌으며, 이 중 시장조성자는 3조4212억원(13.43%)을 차지했다. 올해 들어 시장조성자의 공매도 거래대금이 벌써 지난해 전체의 절반을 넘어선 것이다. 전체 공매도에서 차지하는 시장조성자의 비중은 4.88%포인트 높아졌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지난해 총 25조2638억원 규모의 공매도가 있었으며 이 중 시장조성자는 1021억원(0.40%)을 기록해 그 비중이 미미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이달 20일까지 전체 코스닥시장 공매도 7조7974억원 중 4083억원(5.23%)을 기록해 거래대금 규모가 벌써 4배 이상 늘고, 그 비중은 13배 급증했다.

다만 전체 상장 종목에 대한 공매도가 6개월 간 금지된 이달 16일부터 20일까지 5거래일 동안 시장조성자를 포함한 전체 공매도 거래대금은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나란히 축소됐다.

이 기간 코스피 시장에서는 전체 5113억원 규모의 공매도가 있었고, 이 중 시장조성자는 158억원(3.09%)을 차지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전체 공매도 거래대금 460억원 중 32억원(7.12%)을 시장조성자가 거래한 것으로 조사됐다.

시장조성자는 거래소와 계약을 맺고 유동성이 필요한 종목에 대해 지속적으로 매도·매수 등 양방향 호가를 제시해 투자자가 원활하게 거래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로, 가격 급변을 완화하는 기능을 한다. 시장조성자들은 유동성 공급을 위해 공매도 등을 통한 헤지(위험회피) 거래가 필요하다.

금융당국도 이를 투기 목적이라고 보지 않기 때문에 예외적으로 공매도를 허용하는 것이다. 다만 시장조성자의 공매도가 기관들에 대한 특혜일 뿐만 아니라, 시세조종의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게 일부 개인 투자자들의 주장이다.

국내 증권사 9곳과 글로벌IB 3곳 등 모두 12곳이 시장조성 업무를 하고 있다. 지난해 6월 기준 554개 종목이 시장조성 대상 종목이다. 시장조성자의 공매도 금지 예외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불만이 커지자, 금융당국은 과도한 공매도를 막기 위해 지난 18일 매도호가 의무를 일부 축소했다.

거래소는 일부 개인 투자자들의 주장을 일축한다. 거래소 관계자는 "시장조성자는 계좌를 별도로 신고하고, 그 계좌를 통해서만 거래를 한다. 다른 거래랑 섞이지 않기 때문에 마음 먹고 보면 잘 보인다. 다른 시장 참가자보다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다고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시장 변동성이 커질 때 전체 공매도 거래대금이 늘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전체 거래가 늘면 공매도 거래대금도 같이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면서 "(전체 공매도에서 시장조성자의 비중이 늘어난 것은) 시장의 영향으로 등락이 조금 있는 것"이라고 했다.

또한 "시장조성자는 하나의 방향성을 갖고 투자를 하는 게 아니라, 일정 수준의 보유주식을 계속 유지하면서 양방향 호가를 내는 것이라서 시장조성자 때문에 주가하방압력을 받는 것은 전혀 아니다"라며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공매도를 금지한 나라들도 전부 다 시장조성자는 예외로 하고 있다. 그게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부연했다.

한편 시장조성자 제도는 코스피 시장에 지난 2017년 처음 도입됐다. 코스피 시장에서 시장조성자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지난 2017년 47억원, 2018년 34억원으로 각각 전체의 0.01%에 그쳤다가 지난해 6조6861억원(8.55%)으로 급증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는 지난해부터 시장조성자 공매도 거래대금이 집계됐다.

전체 공매도 거래대금 규모는 해를 거듭하며 커지다가 지난해 소폭 줄었다. 코스피 시장 공매도 거래대금은 2016년 70조0092억원, 2017년 77조8219억원, 2018년 96조6737억원, 2019년 78조2296억원이었다. 코스닥 시장의 경우 2016년 14조0653억원, 2017년 17조2562억원, 2018년 31조3877억원, 2019년 25조2638억원이었다.

거래소는 시장조성자별 공매도 거래규모의 경우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 상 금융거래의 비밀보장(제4조) 원칙에 따라 외부에 공개하지 않고 있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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