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9 외교문서]노태우 정부 '북방외교' 비화 공개..헝가리에 1억2500만불 건네고 수교

이국현 2020. 3. 31.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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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태우 정부가 1989년 2월 동유럽 최초로 헝가리와 수교하기 위해 1억2500만 달러의 은행 차관을 제공한 사실이 30년 전 외교문서를 통해 확인됐다.

노태우 정부가 최대 치적으로 삼고 있는 '북방 외교'를 위해 선(先) 지원, 후(後) 수교 합의가 있었다는 사실이 공식 문서를 통해 드러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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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한·헝가리 '합의의사록' 첫 공개
상주대표부 설치, 수교 위한 교섭 시작
박철언 단장으로 하는 수교대표단 협상
차관 2억5000만불 중 50% 이행시 전제
총 경제협력 제공 규모 6억5000만 달러
[서울=뉴시스] 외교부는 생산 후 30년이 경과한 1989년도 문서를 중심으로 총 1577권(약 24만쪽)의 외교문서를 원문해제(해설·요약본)와 함께 3월31일 국민에게 공개했다. 사진은 한-헝가리 합의의사록. (사진/외교부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이국현 기자 = 노태우 정부가 1989년 2월 동유럽 최초로 헝가리와 수교하기 위해 1억2500만 달러의 은행 차관을 제공한 사실이 30년 전 외교문서를 통해 확인됐다. 노태우 정부가 최대 치적으로 삼고 있는 '북방 외교'를 위해 선(先) 지원, 후(後) 수교 합의가 있었다는 사실이 공식 문서를 통해 드러난 것이다.

1988년 8월12일 박철언 대통령 정책보좌관과 바르타 페렌츠 헝가리 국립은행 총재가 서명한 '합의 의사록'에 따르면 양측은 상주대표부를 설치하고, 양국간 외교관계 수립에 의한 쌍무관계 정상화를 위한 교섭을 시작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양측은 한국이 약속한 2억5000만 달러의 은행 차관 중 50%를 이행했을 때 외교관계를 수립한다는 것을 전제 조건으로 달았다.

당시 한국이 제공하기로 합의한 경제협력 규모는 6억5000만 달러에 달했다. 세부적으로 한국은 헝가리에 직접 투자 자금 지원 2억 달러, 연불 수출 1억2500만 달러, 전대 차관 2500만 달러, 대외경제협력기금 5000만 달러, 은행 차관 2억5000만 달러를 제공한다고 명시했다.

실제 한국은 그해 12월14일 외환은행 등 8개 은행과 헝가리 중앙은행이 1억2500만 달러에 달하는 차관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1989년 2월1일 공식 수교 관계를 맺었다.

합의 의사록이 공개된 것은 처음이다. 당시 외무부는 1988년9월13일 '한국과 헝가리간 상주대표부 설치 합의' 발표를 하면서 경제협력과 관련해 "이제 공식관계가 수립됐으므로 양국간 경제 협력이 거론될 것"이라며 비공개에 부쳤다.

당시 북방 정책에 힘써 왔던 정부는 "헝가리 상주대표부 개설을 통한 공식 관계 수립은 향후 한국과 여타 동구사회주의 국가와의 관계 개선에 긍정적 파급 효과를 미칠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노태우 정부는 북방외교 차원에서 동구권 국가의 수교를 적극적으로 추진했지만 헝가리는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소극적인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후 헝가리는 심각한 경제난에 시달리며 한국에 차관 및 투자를 요청하며 수교 관계 수립까지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헝가리가 직접적으로 경제협력을 요청했으며, 한국과 조율한 정황도 파악됐다. 박철언 대통령 정책보좌관을 단장으로 하는 수교대표단이 7월5일 1차 협상을 위해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찾을 당시 헝가리는 15억 달러를 요구했고, 한국은 4억 달러를 제시했지만 최종적으로 6억5000만 달러에 합의했다.

당시 국가안전기획부는 "헝가리측 제의 내용은 긍정적 검토가 가능하다"면서도 "헝거리 측이 제시한 액수는 한국 경제에 비춰 부담되는 규모다. 총액수는 추후 양국대표가 협의해 조정키로 했다"고 밝혔다.

한편 외교부는 생산 후 30년이 경과한 1989년도 문서를 중심으로 총 1577권(약 24만쪽)의 외교문서를 원문해제(해설·요약본)와 함께 국민에게 공개했다. 올해 공개되는 문서는 우루과이라운드협상, 미국 무역통상법 슈퍼 301조 협의, 재사할린동포 귀환 문제,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과 협의체제 수립, 동구권 국가와의 국교수립 관련 문서 등 포함돼 있다.

외교부는 1994년부터 27차에 걸쳐 총 2만8000여권(약 391만쪽)의 외교문서를 공개해 왔다. 공개된 외교문서의 원문은 외교사료관 내 '외교문서열람실'에서 누구나 열람 가능하다.

☞공감언론 뉴시스 lgh@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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