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미국인은 이제라도 마스크 써야 할까..트럼프도 본격 공론화

박현영 2020. 3. 31.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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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브리핑 '모든 사람 마스크 착용' 질문에
트럼프 "논의할 수 있어..짧은 시간 착용 가능"
WP "CDC 마스크 착용 말라 지침 수정 검토 중"
의료진용 N95, 수술용 마스크는 X, DIY 천마스크 O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 미국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코로나19 브리핑에서 미국인들이 마스크를 쓰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손으로 마스크를 표현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모든 사람이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써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데요. (백악관) 태스크포스팀이 동의할까요?" (기자)

"아직 거기까지 논의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당연히 우리가 논의할 수 있는 부분입니다. 짧은 기간은 쓸 수도 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일반 대중이 마스크를 쓰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예방법으로 일반인의 마스크 착용을 권장하지 않고 있는 미국에서 마스크 착용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것이다.

이와 관련,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일반 대중에게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권고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워싱턴포스트(WP)가 보도했다.

CDC를 비롯해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럽 보건 당국은 아프지 않은 일반인은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가 없다고 권고해왔다.

미국 보건 관료들이 기존 CDC 지침을 바꿔 일반인에게 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가리는 조치를 취하라고 권장할지를 논의 중이며 아직 결론에는 이르지 못했다고 WP는 전했다.

익명의 한 소식통은 신문에 "마스크에 관한 CDC 가이드라인은 아직 작업 중이며 결론은 나지 않았다"면서도 "새 지침은 대중이 의료진이 쓰는 수술용 마스크나 N95 마스크를 써서는 안 된다는 점은 분명히 규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스크 관련 지침이 바뀌더라도 시판용 마스크를 권장하지는 않겠다는 것이다.

또다른 소식통은 CDC가 시중에 판매 중인 마스크 대신 얼굴을 가릴 수 있도록 헝겊 등으로 만든 'DIY 얼굴 가리개'를 권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수술용 마스크와 N95 마스크 등 의료진을 위한 개인보호장비(PPE)가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30일 미국 뉴욕주에서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앞바다에 떠 있는 해군 병원선 컴포트호를 바라보고 있다. 이날 도착한 병원선은 1000개 병상과 1200명의 의료진이 뉴욕주내 환자들을 돌보게 된다. [AFP=연합뉴스]


마스크 착용 논의는 일부 전문가들이 적극적으로 주장하면서 공론화하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은 스콧 코틀립 전 식품의약품안전청(FDA) 국장이다.

그는 최근 워싱턴 싱크탱크 미국기업연구소(AEI)에서 발간한 팬더믹 대응 보고서에서 경제 복원을 위한 로드맵을 제시하면서 "감염병 전파 초기 단계에는 무증상자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공공장소에서 비의료용 천 마스크를 쓸 것을 권장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9일 CBS 방송 뉴스프로그램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서도 수술용 마스크가 아닌 홈메이드 천 마스크 착용을 주장했다. "면(cotton)으로 된 마스크"를 예로 들면서 "CDC는 개인이 직접 마스크를 만드는 방법을 가이드라인으로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스크 착용을 옹호하는 미국 전문가들도 마스크가 바이러스 감염을 막아준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WP는 전했다. 천 마스크는 물론 시판하는 수술용 마스크도 감염을 차단하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이지만, 마스크를 쓴 사람이 내뱉는 비말(droplets)을 줄이는 효과는 있다는 것이다.

CDC 내부에서도 일반 대중이 공공장소에서 일제히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코로나19 예방에서 큰 차이를 만들어낼지에 대한 의견이 일치하지 않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일부 전문가는 마스크 착용이 잘못된 안도감을 줘서 사회적 거리 두기 같은 보다 확실한 예방법을 소홀히 하는 역효과를 내는 것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 내 첫 코로나19 환자가 나온 워싱턴주 시애틀시 보건 책임자인 제프리 두친 박사는 두 가지 이유에서 시애틀시는 일반인의 마스크 착용을 권장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마스크 착용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불확실하고, 의료진이 쓸 마스크도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두친 박사는 "홈메이드 마스크는 소재와 얼굴 밀착감이 최적화됐을 때 이론적으로는 약간의 보호(some protection)를 제공하지만 불확실(uncertain)하다"면서 "손 씻기나 사회적 거리 두기를 게을리하거나 오염된 마스크를 만지는 과정에서 감염 위험을 더욱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마스크와 장갑을 낀 남성이 30일 미국 로드아일랜드의 한 기차역에서 주방위군 앞을 지나고 있다. 주 방위군은 로드아일랜드주에 도착하는 모든 여행객은 14일간 자가 격리 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CDC와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팀 내 전문가들은 검증된(tried and true) 코로나19 예방법으로 ① 손 씻기 ②자주 만지는 물건과 표면(surface) 소독하기 ③손으로 얼굴 만지지 않기 ④사람과 사람 간 6피트(약 1.8m) 이상 거리 두기 ⑤ 집에 머물기 등을 권장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 내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CDC 권고와 상관없이 마스크를 착용하는 미국인들이 점점 늘고 있다. 존스홉킨스대 집계에 따르면 이날 미국 내 코로나19 환자는 16만 4539명이며, 이 가운데 사망자는 3164명이다. (한국시간 3월 31일 오후 1시 30분 기준)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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