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아베 정권, '밖으로 빗장 걸고, 안으로 봉쇄'..때늦은 코로나 대응

조은효 2020. 3. 31.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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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외 봉쇄령..한미중 전역에서 온 외국인 입국금지
대내 봉쇄령..긴급사태 선언 만지작 
지난 3월 28일 도쿄 총리관저에서 기자회견에 나선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로이터 뉴스1

【도쿄=조은효 특파원】일본 정부가 한·미·중 전역과 유럽의 거의 모든 지역에서 온 외국인의 입국 거부 카드를 꺼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대외 봉쇄령'을 결단한 셈이다. 적이 육지에 발을 붙이지 못하도록, 물가(공항·항만)에서부터 차단해 버린다는 '미즈가와 대책'의 강화다. 코로나19가 불처럼 번질 경우를 대비해 대외 봉쇄령에 이어 긴급사태 선언 및 도쿄봉쇄라는 '대내 봉쇄령'까지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도쿄올림픽 개최가 무산될까 코로나19 확산 숨기기에 급급해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판이 상당한 가운데 사후약방문식 극약책을 내놨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외 봉쇄령…총 73 국가·지역 입국거부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은 3월 31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가까운 시일 내 입국 거부 대상 지역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중국은 입국 거부 지역이 일부 지역에서 전역으로 확대되며, 미국과 캐나다 전역 입국이 거부될 예정이다. 유럽에선 영국과 그리스 등이 추가돼 거의 전역이 입국 거부 지역이 된다. 동남아시아에선 인도네시아와 태국 등 7개국이 새로 입국 거부 지역이 된다. 이 밖에 아프리카, 중남미, 중동의 일부 국가도 포함해 입국 거부 대상은 총 73개 국가·지역으로 늘어난다고 NHK는 전했다. 출입국관리법에 근거한 입국 거부 조치가 취해지면 최근 2주 이내 대상 지역에 체류한 외국인은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일본에 입국할 수 없게 된다.

코로나 확산을 우려해 일본의 벚꽃 명소인 도쿄 우에노 공원 일부 지역에 출입금지가 내려졌다. AP뉴시스
대내 봉쇄령…"긴급사태 선언 나올 시기"
전날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4월 1일 또는 4월 2일에 긴급사태를 선언할 수 있다는 시중의 소문과 관련 '가짜뉴스'라고 부인했으나, 이미 아베 내각에선 최근 도쿄를 중심으로 한 코로나 감염 확산세를 근거로, 현 상황이 긴급사태 발동 요건에 부합하는 지 여부를 놓고 본격 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아베 정권의 부인에도 코로나 감염자 수가 일본 전역에서 최근 연이어 전국적으로 세 자리수로 증가하면서 긴급사태 선언이 임박했다는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진앙지는 다름 아닌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긴급사태 선언시 꼭 자문하겠다고 한 코로나 및 긴급사태 관련 전문가회의에서다. 전문가 회의 위원인 가마야치 사토시 일본의사회 상임이사는 이날 자 도쿄신문에 "개인적으로는 긴급사태를 선언할 시기"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르면 일본 정부 전문가회의의 비공개 회동에서 위원들 간에 "이제 긴급사태를 선언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실제 일본 총리 관저 내에선 "도쿄에서 세 자리수 감염자가 계속 이어지면 선언하게 될 것"이란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역시 긴급사태 발동은 신중히 할 것이라면서도 "직전의 상태에 있다"고 밝혔다.

일본의 국민 개그맨인 시무라 겐이 지난 3월 29일 코로나로 별세했다. 일본 내에선 아베 총리가 늑장 대응을 하는 바람에 시무라 겐을 잃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AP뉴시스

일본의사회 측은 감염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뒤 선언하게 되면, 봉쇄 대책의 효과가 떨어지고, 마스크, 방호복 등의 물자부족과 병상 부족 등 이른바 의료붕괴가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일본의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에다노 유키오 당 대표도 "단계가 바뀌고 있다. 긴급사태 선언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지적할 정도다.

긴급사태 선언되면…'강제력' 관건
긴급사태는 근래 일본에서 한 번도 발동된 적 없는 초헌법적 조치다. 헌법이 아닌 '신종 인플루엔자 등 대책 특별조치법'이라는 특별법에 근거한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조치이기 때문에 단순한 권고적 조치에 불과한 지, 계엄령과 같이 강제력을 수반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상당하다.

긴급사태가 선언되면 개인의 이동제한은 물론이고, 백화점 등 대규모 시설의 사용제한, 학교·병원 등 공공시설에 대한 강제력 강화 등이 예상된다. 다만, 강제력 여부는 아직 불투명하다. 특별조치법 상에선 이동에 관해선 벌칙은 규정돼 있지 않다. 벌칙이 있다해도 의약품이나 마스크 등에 관한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로 한정돼 있다. 코이케 유리코 도쿄도지사가 언급한 '도쿄봉쇄' 역시 외출 금지 및 통행 제한시, 벌칙을 부과할 수 있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도시봉쇄는 특조법에 규정돼 있지 않다.

이에 긴급사태 선언에 관한 특조법을 담당한 니시무라야스토시 경제재정·재생상은 지난 3월 29일 NHK에 나와 도쿄봉쇄에 대해 "해외와 같은 강한 강제력을 가지고 억지하는 것은 법률상 어렵다"고 토로했다. 국토교통성 간부도 아사히신문에 "교통 이용자에게 부탁에 기반한 이동의 자숙을 요구하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일본 정부가 이미 법적 근거없이 대규모 이벤트 자숙을 요청하고, 임시 휴교령을 내린바 있어 유럽과 같이 강력한 수준의 도시 봉쇄가 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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