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80%만 주겠다"..정부-지자체 예산매칭 놓고 충돌

나윤석 기자 2020. 3. 31.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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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선 거듭되는 재난지원금]
중복지급 강행하는 부산·대구도
"정부가 100% 책임져야" 주장
충북·세종은 자체 지원금 철회
마찰 계속 땐 추경 더 커질수도
[서울경제] 정부가 오는 5월부터 소득 하위 70% 가구에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기로 한 가운데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예산 매칭 비율(8대2)’을 놓고 충돌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모든 도민을 대상으로 10만원씩 지원금을 주는 경기도가 “정부 지원 몫인 80%만 받고 나머지 20%는 추가 부담하지 않겠다”고 밝힌 데 이어 부산시도 “중앙정부 지원금은 100% 국고로 보전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또 경기도와 부산을 비롯해 대구·대전·인천 등은 중복지급을 강행하기로 한 반면 충북·세종 등은 자체 지원계획을 보류 또는 철회하면서 국민들이 실제로 받아갈 지원금 액수를 놓고 당분간 혼선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중앙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방정부로 하여금 20%를 부담하라고 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이미 재난기본소득을 지급하는 경기도는 지자체 몫의 예산 20%를 분담하지 않고 정부 몫의 지원금만 도민에게 주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별도의 재난소득을 지급하는 경기도 내 시군 역시 정부 지원금에 대한 ‘매칭’은 안 해도 될 것”이라며 “다만 별도의 재난소득을 도입하지 않은 시군은 중앙정부가 요구하는 매칭을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 지원금에 대해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8대2의 비율로 분담하자는 정부 방침에 사실상 반기를 든 이 지사의 주장대로라면 같은 경기도라도 파주와 수원 시민에게 돌아가는 정부 지원금이 달라진다.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파주의 4인 가족은 정부 지원금 100만원 가운데 지자체 부담분 20%(도 10%+시군 10%, 20만원)는 제외한 80만원만 받게 된다. 이 지사가 파주처럼 이미 재난소득을 지급하는 시군은 정부 몫에 추가로 ‘매칭’하지 않아도 된다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반면 별도 지원계획을 수립하지 않은 수원시에 사는 4인 가족은 80만원에 경기도를 제외한 10%의 ‘매칭’ 예산을 얹은 90만원을 챙길 수 있다. 이용섭 광주시장도 이날 “광주의 별도 생계비 지원은 그대로 시행한다”며 “재난지원금의 20%를 지자체가 부담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맞섰다.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2차 추가경정예산안에 대한 국회 논의 과정에서 협의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갈등 양상에 따라 정부가 이들 지역에는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 자체를 하지 않는 초강수를 둘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부산·대구·대전 등 경기도처럼 정부 지원과 별도로 지자체의 재난소득 지급을 강행하기로 한 지역에서도 비슷한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 이미 지역민을 대상으로 지원계획을 밝힌 만큼 철회는 곤란하다면서도 정부 지원금에 대한 추가 예산 보조는 부담스럽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이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한 1인당 100만원 지원은 예정대로 진행한다”면서도 빠듯한 재정여건을 고려해 정부 지원금을 100% 국고로 보전해달라고 요청했다. 대구시의 한 관계자도 “4월3일부터 신청을 받겠다고 공고한 생계지원금은 그대로 지급할 예정”이라며 “정부 지원금은 4인 가구 기준으로 80만원만 주겠다고 할지, 또는 100만원 전부를 정부가 부담해달라고 건의할지는 추가 검토가 필요한 사항”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31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시작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전날 총 9조1,000억원 규모의 재난지원금 가운데 지자체 부담분(2조원)을 제외한 7조1,000억원을 추경으로 조달하겠다고 발표했는데 지자체들의 반발 수위에 따라 추경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반면 충북과 세종 등은 별도의 지원계획을 보류하고 중앙정부가 지급하는 지원금에 대해서만 20%를 부담하기로 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혼란이 빚어지는 원인으로 지자체의 포퓰리즘과 정부의 정책조율 미비를 지목했다. 홍우형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자체장들이 선거를 앞두고 주목받기 위해 경쟁하듯 ‘돈 뿌리기’에 나섰는데 정부가 통제는커녕 중복지급을 허용하면서 혼란이 가중되는 것”이라며 “정부와 지자체가 8대2로 예산을 분담하는 것은 통상적인 비율인데 일부 지자체가 80%의 정부 지원금만 챙기겠다는 것은 비합리적인 처사”라고 지적했다. /세종=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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