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사·혈변 등 증상 궤양성 대장염 환자, 건강한 장 '분변미생물' 이식 시도할 만 [의술인술]

박소원 |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소아소화기영양과 교수 입력 2020. 3. 31. 2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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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올해 초등학교 5학년이 된 궤양성 대장염 어린이 환자는 3년째 생물학적 제제와 면역조절제, 항염증제를 복합적으로 사용해 치료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병원에 입원해 스테로이드 치료를 받지 않으면, 다시 질병이 심해져 혈변과 설사를 지속한다. 수시로 병원 입원 생활이 반복돼 결석이 잦아짐에 따라 학교생활에도 많은 지장이 있다.

의료진은 고민 끝에 임상시험 중인 분변미생물이식술을 시행했고, 이후 증상이 호전돼 스테로이드를 사용하지 않고, 다른 약제만으로 질병이 잘 조절돼 정상적으로 다시 일상생활을 하게 됐다.

염증성 장질환은 장에 만성 염증이 호전과 재발을 반복하는 질환이다. 크게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으로 나뉜다. 이전에는 서양에 많은 질환이었는데 최근에는 국내에서 급격하게 유병률과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염증성 장질환은 유전적, 환경적, 면역학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일어나는 것으로 추측할 뿐 명확한 발병기전은 밝혀지지 않았다. 특히 전체 환자 4명 중 1명은 18세 미만의 소아·청소년 시기에 발병한다. 신체적 성장은 물론 정서 발달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궤양성 대장염의 주 증상은 점액이 섞인 혈변, 수회에서 수십회에 이르는 설사다. 크론병은 복통, 설사, 전신에 힘이 없으며, 체중이 감소하거나, 항문에 통증을 호소한다. 심한 경우 장관 협착, 천공, 농양, 누공 등으로 수술을 받기도 한다. 치료에 많이 사용되는 약물은 스테로이드제제, 면역억제제 등이 있으나 약효가 없거나 떨어지는 경우, 스테로이드를 사용해야만 질병이 조절되는 경우, 부작용으로 더 이상 약제 사용이 불가능한 경우도 있다.

최근에는 염증성 장질환 환자에게 건강한 사람(공여자)의 대변을 깨끗한 처리 과정을 거쳐 내시경을 통해 이식하는 분변미생물 이식이 활발하게 시도되고 있다. 염증성 장질환 환자는 일반 사람보다 장내미생물의 다양성이나 총량이 상대적으로 많이 부족하고, 유익균주보다 유해균주가 좀 더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불균형을 다시 정상화해 치료에 활용하는 것이다.

분변미생물 이식은 2016년에 상대적으로 부작용이 적고 안전해 항생제 치료가 듣지 않거나 자꾸 재발하는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균 감염 환자에 대한 신의료기술로 허가된 바 있다. 궤양성 대장염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무작위 비교연구 결과를 보면 전체적으로 위약군에 비해 분변미생물 이식을 받은 군에서 뚜렷하게 질병의 호전을 보였다.

세브란스병원에서 실제 임상시험으로 이식을 받는 소아·청소년들 중 50% 정도만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클로스트리듐 디피실리균 감염 환자에게는 치료방법으로 인정되지만, 염증성 장질환 환자에게 분변미생물 이식은 정식 치료방법으로 인정되고 있지 않다. 연구진은 분변미생물 이식이 불균형한 장내미생물의 균형을 회복시킬 뿐만 아니라 장내미생물이 만들어내는 대사산물 등이 염증을 완화하는 데에 도움을 주고, 무너진 면역체계를 다시 정상화하는 데에 도움을 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염증성 장질환은 증상이 없어지는 관해기와 증상이 악화되는 활동기가 반복된다. 따라서 완치보다는 증상 조절을 통해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치료 목표로 한다. 그러므로 기존 치료방법에 반응하지 않거나 스테로이드에만 반응하는 염증성 장질환 환자에게는 분변미생물 이식을 하나의 치료 방법으로 고려해 볼 수 있다.

박소원 |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소아소화기영양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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