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모호한 '소득하위 70%'

박은하 기자 2020. 3. 31.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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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긴급재난지원금 기준 혼선
ㆍ구윤철 “4인 가족 700만원 이하” 복지부 통계 ‘기준 중위소득’ 의미
ㆍ실제 ‘소득 가운데 값’ 아닐 수도
ㆍ1만원으로 갈리는 지급 여부에 전문가 “보편지급, 선별환수를”

정부가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의 기준선인 소득하위 70%의 내용을 정해놓지 않고 지급 방침을 발표하면서 시민들의 혼란과 불만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건강보험료 부과 방식 등을 참고하되 금융자산·자동차 등 재산 요건을 엄격하게 반영하지 않을 것이란 방침만 밝히고 있다.

31일 구윤철 기획재정부 2차관은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소득하위 70%’라는 기준선이 나오게 된 배경에 대해 “중위소득 150%(710만원)와 비슷한 수준이기 때문”이라며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은) 대략 (4인 가구 기준) 월소득 700만원 밑으로 하는 분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재부는 당초 재난지원금을 ‘기준 중위소득 150%’ 이내에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구 차관의 말도 실제로는 기준 중위소득을 의미한다. 중위소득은 가구를 소득순으로 줄세웠을 때 한가운뎃값이라는 의미지만, 기준 중위소득은 공공복지의 기준을 만들기 위해 보건복지부에서 통계 등을 참고해 결정한다.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마련한 소비쿠폰도 소득인정액(소득에서 재산을 차감해 환산한 금액)이 ‘기준 중위소득’ 50% 이하인 가구에 지급한다. 올해 ‘기준 중위소득’은 4인 가구 기준 474만9174원으로 150%가 약 712만원이다. 실제로는 가운뎃값이 아닐 수 있다는 의미다. 50%값도 파악하기 어려운 만큼 70%값의 파악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 한 관계자는 “정부가 소득하위 70%선을 정확히 파악해본 경험이 없어 기준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복지급여와 마찬가지로 ‘1만원’을 기준으로 지원 여부가 갈리다보니 시민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소득인정액을 계산할 수 있는 사이트인 ‘복지로’는 쏟아지는 접속으로 이틀째 마비됐다. 정부가 기준을 마련하더라도 긴급한 지원 대상을 가려내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가 갖고 있는 소득통계는 근로소득자들은 2019년, 자영업자들은 2018년 통계이다. 무급휴직 중인 항공사 직원이나 2년 전 잘 운영됐으나 올해 폐업한 식당 주인은 현재 소득이 0원이지만 지난해 기준으로는 지원 대상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

이런 문제점들이 있다보니 조세를 통해 선별지급하자는 아이디어도 나온다. 나라살림연구소는 이날 논평을 내고 “재난지원금은 올해 소득을 기준으로 해야 하며 보편지급한 뒤 소득수준에 따라 상위 30%에만 세금을 걷는 ‘선별환수’ 방식이 정밀한 지원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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