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인, 자가격리 위반' 확진자 병원 면회까지..'뿔난' 주민들 [김기자의 현장+]

김경호 입력 2020. 3. 31. 23:02 수정 2020. 3. 31. 2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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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인 자가격리 무시 / 감염 우려가 있는 상태에서 환자들이 모인 병원을 찾아 / 이태원 상인들 불안·걱정·분노 등 다양한 감정 표출 / 용산구 106개 나라 대사관 밀집..외국인 1만6000명 거주 / 주민들 '외국인 혐오는 경계해야' / 문재인 대통령 "해외유입, 더욱 강력한 조치와 철저한 통제 필요"
코로나19 영향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계속되고 있는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는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집에만 있지 뭐 좋다고 돌아다니는지 원. 답답하고 속만 터집니다.”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한 상인은 “2주간 집에 있는 게 그렇게 힘든가요?”며 “코로나가 빨리 끝나길 간절히 비는 심정인데, 우리는 하루하루가 피가 바짝바짝 마릅니다”라며 인상을 찌푸렸다.

이태원 상인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확산 우려로 유동인구 준 데다 한남동 사는 한 외국인 A(42세 남성, 용산구 8번 환자)가 자가격리조치를 위반하고 거리를 활보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불안·걱정·분노 등 다양한 감정을 쏟아냈다.

이날 오후 서울 이태원 거리를 걸으면 둘러보았다. 거리는 한산했고,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은 발걸음을 재촉했다. 이태원 음식점마다 ‘저희 업소는 코로나 19 예방을 위해 방역을 완료하였습니다’라는 문구가 적인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계속되고 있는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 한 상점은 손소독제 사용 및 마스크 착용을 독려하고 있다.
 
이태원 거리는 점심때임에도 불구하고 한산했고, 상점은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듯했다. 평소 점심시간 같으면 가득 차야 할 유명 음식점은 텅 비어 있었고, 이태원 대표 길거리 음식인 케밥 가게는 텅 빈 채 손님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었다. 문을 열어둔 상점은 구경하는 손님조차 찾아볼 수 없었다. 한 상인은 “외국인 상대로 장사하는 곳이라 외국인 확진자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라며 “하루빨리 지나 이 사태가 지나서 장사가 좀 됐으면 소원이 없겠다”라고 했다.

‘이태원 맛집 골목길’은 마스크를 착용한 시민들만 간간이 눈에 띌 뿐 음식점·카페 등 한산했다. 음식 장사를 하는 이모씨는 “안 그래도 이태원이 예전보다 사람들이 줄었어요”라며 “겨우 버티면서 문만 열어 둔 상태”라고 하소연했다. 이어 그는 “생각보다 외국인들 마스크 잘 안 씁니다. 그런 데다 확진 판정을 받은 외국인이 거리를 돌아다녔으니 환장할 노릇”이라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이태원은 외국관광객뿐만 아니라 내국인도 주로 찾는 서울의 대표적인 관광코스 중 한 곳. 한해 1000만 명이 찾고 있다. 특히 용산에는 세계 106개 나라의 대사관과 대사관저가 밀집했을 뿐만 아니라 1만6000명의 외국인이 살고 있다.

폴란드인 확진자로 자칫 외국인 혐오로 이어질까 우려하는 주민도 있었다. 이태원에서 만난 한 주민은 외국인 확진자 자가격리를 무시하고 거리를 활보한 것을 두고 “그 사람만이 문제 인 거지 다 싸잡아 비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라며 “이태원에서 열심히 사는 외국인도 많은데, 그 사람들에게 영향이 갈까 봐 걱정된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계속되고 있는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 한 음식점 유리문에는 “마스크 미착용, 열, 기침 증상, 최근 2주 해외 체류, 매장 내 장시간 음주” 적힌 입장 금지 안내문이 붙어있다.
 
구 한 관계자는 “자가격리 할 때 ‘코로나 19’ 예방수칙을 준수하도록 안내·지도 충분히 설명했다”라며 “하루에 두 번씩 전화해서 구청 직원이 모니터링 한 상태에서 이런 일이 생겨서 안타깝다”라고 했다.

앞서 지난 30일 서울 용산구는 자가격리조치를 위반한 혐의(감염병예방법 위반)로 한남동에 사는 외국인 A(42세 남성, 용산구 8번 환자)씨를 고발했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경기 침체 우려가 계속되고 있는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이태원 거리는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구에 따르면 폴란드인 A씨는 친구 B씨의 접촉자로 분류돼 13일부터 26일까지 자가격리를 하도록 방역 당국으로부터 지시받았으나 이를 어기고 이 기간에 집 근처 편의점을 방문하거나 공원을 산책하는 등 감염병예방법을 위반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자가격리 기간 중 서울 한 병원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용산구는 “확진자 면회는 불가능해 두 사람이 만나지는 못했다”고 밝혔지만, 감염 우려가 있는 상태에서 병원을 찾은 것이다.

성장현 용산구청장은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19가 확산하는 가운데 관내 해외유입 확진자들도 늘고 있다”면서 “자가격리 조치를 준수하지 않는 경우 고발 등으로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31일 코로나 19 사태와 관련해 “늘어나는 해외유입에 대해서도 더욱 강력한 조치와 철저한 통제가 필요하다”며 “격리조치를 위반할 경우 공동체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단호하고 강력한 법적 조치가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내일부터 시행되는 해외입국자 대상 '2주 의무격리' 조치가 잘 지켜지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코로나 19가 안정세로 접어들기 위해서는 해외유입 확진자의 증가가 확산 추이의 향배를 가를 핵심요소가 된다는 인식에 따라 각별한 주의 및 단호한 대처를 당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모든 국민이 불편을 감수하며 공동체의 안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이때 한 개인이 모두의 노력을 허사로 만드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글·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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