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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루마니아어로도 번역..전세계 '코로나 족보' 된 韓 행동지침

백희연 입력 2020.04.01. 05:01 수정 2020.04.01.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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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프로젝트 홈페이지가 개설된 첫날 576명이 들어왔다는 것을 알리는 트윗. [번역 프로젝트 트위터 캡쳐]

질병관리본부가 지난달 2일 배포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응 지침(지자체용)’이 전 세계로 수출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해 효율적이고 신속한 한국 정부의 대응을 알려 다른 국가들이 참고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미국의 한국계 뇌과학자 세바스찬 승(Sebastian Seung·한국명 승현준) 프린스턴대 교수는 지난달 28일 자신의 트위터에 “다음 주 월요일까지 한국의 코로나 행동지침을 번역해 생명을 살리자”는 글을 올렸다.

승 교수는 삼성전자 리서치 부사장이자 인공지능(AI)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다. 삼성전자에서 AI 전략 수립과 선행 연구 자문 등을 하는 그는 현재 프린스턴대 교수직을 겸임하고 있다.


80명이 넘는 봉사자들과 함께 번역본 완성

“번역이 생명을 살릴 수 있다(Translation can save lives)”며 시작된 번역 프로젝트 게시물을 여러 명의 사람이 공유하자 자원봉사자들이 몰려들었다. 88명이 넘는 사람들의 자발적인 참여 덕분에 75페이지의 번역본은 3일 만에 완성됐다. 번역본이 올라와 있는 홈페이지(https://covidtranslate.org)도 개설했다.

승현준 교수와 번역을 자원한 봉사자들이 화상회의를 진행 중인 모습. [승현준 교수 트위터 캡쳐]

해당 홈페이지에는 “코로나19와 싸우기 위해 지식을 전 세계로 퍼트리자(Spreading knowledge worldwide to fight COVID-19)”는 문구가 걸렸다.

이어 “해당 번역본은 오류가 있을지 몰라도 코로나19에 대응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해 먼저 공개했다”며 “코로나19에 어떻게 대처할지를 고민하는 전세계 국가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번역본이 완성되자 프랑스어와 스페인어, 심지어 루마니아어로의 번역이 필요하다는 트윗도 쏟아지고 있다. 이에 트위터 사용자들을 중심으로 각 언어로 번역 프로젝트가 생겨나고 있다. 루마니아어로 번역하는 프로젝트의 공유 문서는 누구나 접속과 수정이 가능하다. 현재는 약 30여명의 번역가가 접속 중이다.


세계은행과 미국 씽크탱크 “한국 대응 모범적”

한편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한 한국의 모범적 대응은 세계은행(World Bank)과 미국의 씽크탱크 등 여러 유수 기관이 인정한 바 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세계은행은 지난달 25일 "한국의 코로나19대응 경험을 전염병 대응에 취약한 개도국과 공유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개별 회원국의 별도 요청이 있는 경우 양자 간 협력도 제공해달라는 요청도 했다.

이어 미국의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도 지난달 27일(현지시각) 코로나19 발병 이후 한국의 대응을 일지로 정리해 공개하며 한국이 모범적 대응을 펼쳤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해 이동제한이 내려진 가운데 텅 빈 파리 루브르 박물관. [AP=연합뉴스]

실제로 국민 10명 중 8명은 한국의 코로나19 대응 수준이 중국이나 이탈리아, 일본, 미국 등 다른 나라보다 높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대 보건대학원 유명순 교수(한국헬스커뮤니케이션 학회장) 연구팀이 지난달 25일부터 28일까지 전국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0.5%가 중국·이탈리아·일본·미국에 비해 한국의 대응 수준이 높다고 평가했다.


참고용으로 쓰되 각 국가에 맞게 적용해야

한편 한국의 행정체계와 의료체계에 맞춰진 행동지침을 영어로 번역하는 작업이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정기석(한림대 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전 질병관리본부장은 “의료체계 등 모든 게 너무 달라 그대로 따라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참고하거나 팁을 얻을 수는 있겠지만, 해당 국가 실정에 맞게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우리나라의 확진자 진단과정, 접촉자 차단과정, 역학조사를 통해 동선을 찾는 과정 등 잘하고 있는 부분 등을 참고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도 “우리도 대만이나 싱가포르 등 비교적 엄격하게 대응하는 국가의 지침을 벤치마킹한 것”이라며 “그런 부분에서 우리나라 지침을 참고해 나라별로 기준을 세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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