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조 비례정당 '졸속 공약', 거대 정당 후보는 토론 외면

박용하·박순봉 기자 2020. 4. 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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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더시민, 현 정부와 다른 입장의 공약 제출했다가 철회
ㆍ소동선거 코앞 급조된 열린당, 선관위에 ‘10대 정책’조차 못내
ㆍ부산·호남 유력 후보들, 당선 ‘기정사실화’ 토론에 소극적

더불어민주당의 비례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이 졸속 공약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뒤 논란이 되자 철회했다. 다른 비례정당인 열린민주당은 정책조차 제대로 공개하지 않고 있다. 비례위성정당 출현이 4·15 총선을 ‘졸속·깜깜이 선거’로 만들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더시민은 31일 오전 선관위에 총선 10대 공약을 제출했다. 더시민은 자료에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을 전환해 북한을 이웃 국가로 인정하겠다고 밝혔다. “평화를 위협하는 행동에는 모든 수단으로 총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며 대북 강경 노선을 밝히기도 했다. 문재인 정부 정책을 계승하겠다는 당 입장과는 다르다.

더시민은 일제 강제동원·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을 위해 문희상 국회의장이 추진한 ‘기억·화해·미래재단법’을 보완하겠다고도 밝혔다. 하지만 화해·치유재단의 잔액(약 60억원)을 재원으로 하겠다고 밝혀 논란을 샀다. 더시민은 또 ‘무본드·무라벨 페트병 100% 재활용’ 등 현실성이 불분명한 정책도 공약에 넣었다.

정의당 강민진 대변인은 “졸속 창당에 따른 예견된 참사”라며 “창당 취지대로라면 참여 정당들 간 숙의를 통해 공약을 만들어야 하지만, 의석수 확보를 위해 급조한 정당이 그 절차를 제대로 밟을 리가 없다”고 지적했다. 열린민주당도 성명에서 “(더시민이) 문재인 정부를 뒷받침하려는 정당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파문이 일자 더시민은 “소수정당들과 논의할 때 기계적으로 취합한 정책들을 실수로 낸 것”이라며 반나절 만에 제출한 공약을 철회했다. ‘꼼수 창당’을 시작으로 부실 공약 논란까지 비례위성정당의 실상을 드러낸 것이다.

열린민주당은 이날까지 선관위에 10대 공약을 제출하지 않았다. 출범한 지 한 달 가까이 된 이날에야 1호 공약인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를 내놓았다. 의석수 확보만 노리고 급조된 정당의 한계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책 선거를 주도해야 할 거대 정당의 유력 후보들은 토론회를 거부하며 검증을 회피하고 있다. 민주당 전북 완주진안무주장수 안호영 후보와 전주을 이상직, 익산갑 김수흥, 남원임실순창 이강래 후보는 최근 법정 토론회 외엔 지역 방송사 토론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기 고양 덕양을의 민주당 한준호 후보는 지역언론 주최 토론회에 미래통합당 후보와 일대일 토론만 하겠다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야권이 유리한 부산 등에서는 통합당이 토론회에 소극적이다.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는 지난 26일 성명을 내고 “여론조사에서 지지도가 앞선 후보들이 선거토론을 거부하는 것은 당선이라는 오만에 빠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도 “토론은 후보자 정보를 수집하고 정책을 비교하는 중요한 수단”이라며 “토론회 불참은 유권자의 알권리를 박탈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거대 정당 후보들이 토론회를 기피하는 것은 진영 대결이 강화된 총선 분위기 때문이다. 제3후보들의 ‘바람’이 시들한 상황에서 여야 유력 후보들이 벌써부터 당선을 기정사실화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토론회 불참 시 과태료가 최대 1000만원에 불과한 것도 이들의 ‘오만’을 부추기는 요인이다.

박용하·박순봉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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