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쇼크, 금융위기 초반 능가"..2020년과 2008년 비교

김지섭 기자 2020. 4. 1. 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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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팬데믹과 함께 글로벌 증시 폭락
2008년 금융위기 때와 美증시 그래프 비교
"올해 코로나 사태 파괴력 사상 최고 수준"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형)’으로 번지면서 지난달 글로벌 증시는 큰 충격을 받았다. 가파른 코로나 확산세로 미국과 유럽 경제가 ‘올스톱’ 상태에 빠지면서 역대 최악의 하락장(場)이 펼쳐졌다.

투자자들이 코로나 확산 국면에서 느낀 공포감이 얼마나 컸는지를 가늠하기 위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와 비교해봤다. 한 달 남짓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 패닉’은 금융위기 초반부와 비교해 ‘퍼펙트 스톰’이 지나갔다고 할 수 있을만큼 강도가 셌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S&P 500 지수의 변동추이와 시장에 영향을 준 이벤트들/NH투자증권

◇초반 낙폭, 금융위기 때의 5배 넘어

비교 대상으로 삼은 것은 미국 증시 대표 지수인 ‘S&P 500’이다.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와 함께 S&P 500 지수가 외부 충격이 발생한 뒤 얼마나 출렁였는지를 2008년과 올해로 나눠 분석했다.

2008년 지수가 급전직하한 시점은 세계 4위 투자은행이었던 ‘리먼브라더스’가 법원에 파산보호를 신청하기 직전(9월12일)다. 그 이후 지수는 4%대 급락과 4%대 급등이 잇따르는 극심한 변동성 장세 속에 5거래일(보통 일주일 정도) 간 0.3% 상승(1251.7→1255.07)했다.

올해 글로벌 증시의 본격적인 하락은 지난 2월 20일쯤부터 우리나라를 비롯한 중국 이외 지역으로 코로나 바이러스가 급속히 퍼져나가면서 시작됐다. 2월 21일을 기점으로 5거래일 간 지수는 3337.75에서 2954.22로 11.5%나 떨어졌다. ‘리먼브라더스 파산’ 소식에도 처음 5거래일간 0.3% 상승했던 2008년과 비교하면 패닉이라고 할 수 있을만큼 강력한 쇼크가 발생한 것이다.

이후 10·15·20거래일 하락률을 보면 금융위기 때는 각각 -3.1%, -12.2%, -28.2%였고, 올해 코로나 사태는 각각 -10.9%, -18.8%, -30.9%였다. 현재까지의 진행 상황을 비교하면 ‘코로나 쇼크’가 금융위기를 능가하는 셈이다.

지난달 9일 러시아와 사우디 간 갈등으로 원유 감산 합의에 실패하면서 유가(油價)가 20달러 아래로 까지 떨어지는 등 저유가가 이어진 것도 ‘불 난 집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했다.

2008년 S&P 500 지수의 최고·최저점은 각각 1월 2일(1447.16)과 11월20일(752.44)로 약 10개월간 48%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올해는 지난달 30일까지를 기준으로 최고·최저점이 2월19일(3386.15)과 3월23일(2237.4)로 한 달 만에 33.9%나 지수가 떨어졌다.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올해 최고점 대비 지수가 20% 넘게 빠지는데 걸린 시간은 17거래일에 불과했는데 이는 1987년 ‘블랙먼데이’(40거래일)와 2008년 금융위기(197거래일)보다 훨씬 짧은 것이다.

올해 S&P 500 지수의 변동추이와 시장에 영향을 준 이벤트들/NH투자증권

◇美증시와 코스피 동조화, 금융위기 때는 미미

미국 증시는 코스피를 비롯한 전세계 주식시장 흐름을 좌우한다. 올해 코로나 사태에서도 코스피는 미국 증시와 비슷하게 움직였다. 코스피는 지난 2월 21일 이후 5거래일 간 8.1% 하락했고, 10거래일 간 5.7%, 20거래일 간 27.6% 하락하며 S&P 500 지수와 동조화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때는 동조화 수준이 미미했다. 당시 S&P 500 지수가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5거래일 간 2.1% 떨어지는 동안 코스피 지수는 반대로 6.7% 상승했다.

기간을 조금 더 늘려서 봐도 지수 그래프는 다르게 움직였다. S&P 500 지수의 10거래일과 20거래일 등락률이 -4.0%, -17.8%를 기록한데 반해 코스피는 각각 +4.3%, -1.4%를 기록했다. 미국 증시의 움직임이 코스피에 온전히 반영되지 않았던 것이다.

이에 대해 NH투자증권 김병연 연구원은 “금융위기가 있기 전 3~4년간은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 시장이 잘 나가던 때였기 때문에 한국 증시가 외부 충격에도 탄력성을 이어갈 수 있었다”며 “또 당시에는 초반에 (전세계가 아닌) 미국에서 벌어진 사태라는 인식이 있었고, 지금보다 글로벌화가 덜 되었던 때여서 급격히 전세계 금융시스템으로 위기가 전이될 거라는 생각을 크게 하지 못했다. 투자자들에게 정보가 퍼지는 속도가 늦었던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 증시 대표 지수인 S&P 500 지수가 전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했던 사례들/NH투자증권

◇“세계 경제 근본적 회복 쉽지 않을 듯”

2008년 금융위기 때는 6개월 가량의 시차를 두고 증시가 상승 추세로 돌아섰다. 2009년 2~3월 미국 정부가 감세와 경기 부양을 위한 8000억달러 규모의 재정 투입을 결정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시중에 대거 달러를 푸는 양적완화(QE) 조치를 시행하면서부터다.

올해 코로나 사태의 경우, 지난달 미 연준이 두 차례에 걸쳐 금리를 1.5%포인트 내렸음에도 증시가 하락했다가 연준이 무제한 양적완화를 선언하고 미 정부가 2조2000억달러 어치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통과되면서 회복세를 보였다.

하지만 코로나 확산 소식에 지난달 27일 다시 S&P 500 지수가 3.4% 가량 하락하는 등 극심한 변동성이 이어지고 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코로나로 촉발된 세계 경제의 위기를 극복하려면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월가의 대표적 비관론자인 스티븐 로치 미국 예일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최근 본지 인터뷰에서 “코로나 확산세가 잡힌다면 올해 하반기, 늦어도 연말까지는 세계 경제가 회복될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세계 경제의 '근본적인(fundamental)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 백악관 거시경제 분야 수석 고문을 지낸 모리스 옵스펠드 미국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교수는 “(코로나 사태를) 금융위기 때와 비슷한 불황으로 생각한다면 너무 낙관적인 것”이라며 “세계가 금융 위기 당시 연간 경제성장률이 -9%(2011년)까지 하락했던 그리스와 비슷한 처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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