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학 9일 남기고 "온라인 수업"..유은혜의 이해 못할 해명

남윤서 2020. 4. 1.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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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31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초·중·고교 개학 방안 및 대학수학능력시험시행 기본계획을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준비할 시간이 몇주 만이라도 더 있다면 이렇게까지 당황스럽지는 않을 겁니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 A씨는 갑작스럽게 떨어진 ‘온라인 개학’ 결정에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화상 강의 프로그램 사용법을 급히 배웠지만, 그것만으로 한 번도 해보지 않은 온라인 수업을 잘할 수 있을 리 없다. A씨는 “15년 경력 교사지만 온라인에선 초보 교사나 마찬가지”라며 “정부가 미리 예상을 하고 준비할 시간을 줄 수는 없었냐”고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한 달간 개학 연기가 이어지는 동안 교육부가 온라인 개학을 얘기한 적은 없었다. 그러다 지난달 25일에서야 온라인 개학을 검토하겠다고 하더니 31일 전면적인 온라인 개학이 발표됐다. 4월 9일에 고3과 중3이 우선 온라인 개학을 하고 나머지 학년이 순차적으로 온라인 개학한다는 것이다. 갑작스러운 발표에 따라 개학까지 학교에는 단 9일이 주어졌다.

휴업 장기화와 온라인 개학은 '예상 가능한 미래'였다. 이미 감염병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장기화를 예상했고, 교육계 안팎에서도 섣부른 개학을 하지 말라는 여론이 압도적이었다. 국내 대학들이 온라인 수업을 하고 있었고, 해외에서도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하는 곳이 적지 않았다.

교육부가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빨리 움직였다면, 교사와 학교가 온라인 수업을 준비할 시간적 여유를 줄 수 있었다. '예상이 실패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처음 개학을 연기할 때부터 온라인 학급방을 개설하고 온라인 학습 프로그램을 지원해왔다”며 “예상을 못 했다기 보다는 현장과 소통하는 시간이 필요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3월 초 교육부가 온라인 학급방을 운영하라 한 것은 학생들에게 신학기 학급 편성을 알려주고 위생 수칙과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온라인 학습 프로그램도 예전부터 존재하던 EBS 학습영상 등을 안내해 방학 중 학습 공백을 보완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정규 수업을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의 온라인 수업 준비는 전무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일 부산 부산진구 전포초등학교 정문에 ‘학생 기다리는 마음’ 담은 현수막이 달려 코로나19로 인한 개학 연기로 불안해 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힘을 북돋워 주고 있다. 송봉근 기자



아직도 학생 PC 보유 현황 파악 못해
교육부가 소통해왔다는 해명도 믿기 어렵다. 교육부는 온라인 개학을 발표하면서도 학생들에게 PC 등 스마트기기가 얼마나 부족한지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사들이 출근하지 않아 파악이 늦어지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미리 현황 파악에 나섰다면 이처럼 늦어질 일도 아니다. 교사들에 따르면 학생이 보유한 기기를 파악하라는 지시는 지난 주말에서야 학교에 떨어졌다.

유 부총리는 온라인 개학을 “교육 역사상 초유의 일”이라고 표현했다. 미리 사태를 예견하지 못한 정부 탓에 학교는 단 9일 만에 이런 변화를 만들어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교사도, 학부모도 온라인 수업은 낯설다. 온라인 개학 초기는 예상치 못한 수많은 문제로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체 모를 감염병의 최전선에서 이름 없는 의료진과 자원봉사자들이 싸우듯, 낯선 온라인 수업의 최전선에서 학생을 가르쳐야 하는 건 결국 현장의 교사다. 교사들이 힘겨운 싸움을 해내려면 인프라 지원과 제도 개선, 콘텐트 저작권 문제 등이 걸림돌이다. 더 이상 교육부가 쌓인 과제를 해결하는데 뒤쳐지지 말기 바란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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