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태 의혹 기소 전직 법관.."이수진 말곤 얘기할 사람 없어"

박태인 2020. 4. 1.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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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재판서 또 언급된 이수진.."법정에서 진실 밝힐 것"
지난달 26일 서울 동작을에 출마한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동작구 선거관리위원회에서 후보자 등록을 하고 있다. 변선구 기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총선에 출마한 이수진(51) 전 부장판사가 양승태(72) 전 대법원장 재판에서 또다시 언급됐다. 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5부(박남천 부장판사)에서 열린 양 전 대법원장 재판에는 이규진(58)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전 고등법원 부장판사)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이수진 말곤 이야기할 사람 없었다"
이 전 상임위원은 이날 재판에서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진보 성향의 국제인권법학회가 계획한 학술대회와 학회 내 소모임 대응과정에서 이 전 판사와 수차례 상의한 사실을 공개했다. 국제인권법 출신인 이 전 판사는 당시 대법원 재판연구관으로 재직 중이었다. 이 전 상임위원은 국제인권법과 관련해 "저로선 얘기할 사람이 이수진 말고 없었다…인권법이 주최할 학술대회에 대해 (이수진과) 상의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상임위원은 양승태 대법원이 와해를 시도한 인권법 소속 소모임 관련 판사들을 설득하는 식사자리에도 이 전 판사가 동석한 사실을 말했다. 이 전 상임위원은 "김명수 서울고등법원 부장(현 대법원장)이 점심에서 이수진을 언급했다. 인권법과 관련해선 이수진에게 묻기도 하고 그랬다"고 말했다. 김 대법원장은 국제인권법학회 초대 회장을 역임했다. 이 전 판사와 김 대법원장이 가까운 사이임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이 전 상임위원은 국제인권법연구회를 압박하고 와해시키려 한 직권남용 혐의로 양 전 대법원장과 함께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지난해 법관재임용도 탈락했다. 반면 이 전 판사는 자신을 양승태 대법원 블랙리스트의 피해자라 주장하며 총선에 출마했다.

이규진 전 대법원 양형위원회 상임위원이 2018년 8월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되는 모습. [연합뉴스]



기소된 이규진, 총선 출마한 이수진
이 전 상임위원의 이날 증언은 현재 상반된 처지에 놓인 두 명의 전직 판사가 양승태 대법원 시절 국제인권법학회 대응 등 민감한 주제에 대해 수차례 상의했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이 전 판사 측은 중앙일보에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재판에 증인으로 채택됐다. 향후 재판에 출석해 진실을 밝힐 것"이라 말했다.

이날 증인신문에서 검사는 이 전 상임위원에게 "이수진에게 인권법이 개최할 학술대회에 대한 우려를 전달한 뒤 부적절하다는 취지의 말을 들은 적이 있냐"고 질문했다. 이에 이 전 상임위원은 "이수진 전 판사가 자기 의견을 말했는지는 특별히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학술대회 자체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란 취지의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 재판기록 등에 따르면 이 전 판사는 2018년 검찰 조사에서 "이 전 상임위원이 나에게 인권법 학술대회를 세 차례 막아보라고 했지만 막을 수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이 전 판사는 "내가 학술대회를 막지 못하자 다른 판사들에게 메시지를 주기 위해 대법원 재판연구관에서 대전지방법원으로 좌천이 됐다"고 검찰에 밝혔다.

4·15 총선에서 여야가 서울 3대 승부처 중 하나로 꼽은 서울 동작을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전 판사(왼쪽)와 미래통합당 나경원 의원이 맞붙는다. [연합뉴스]



이수진 "나는 상고법원 반대했다"
하지만 지난달 27일에도 양 전 대법원장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 전 상임위원의 증언은 이 전 판사의 진술과 결이 다소 달랐다. 지난달 27일 이 이 전 상임위원은 법정에서 "이수진에게 상고법원 추진과 관련해 도움이 필요해 2015년 4월 서기호 의원과의 다리를 좀 놔달라고 부탁했다"고 증언했다.

정의당 소속이던 서기호(50) 당시 의원은 국회 법제사법위원으로 양 전 대법원장의 핵심 추진 과제였던 상고법원을 반대했다. 하지만 이 전 판사와는 가까웠다. 실제 세 사람은 이후 함께 식사했고 이 전 상임위원은 서 전 의원에게 상고법원 추진의 필요성을 전달했다. 이 전 판사는 중앙일보에 "이 전 상임위원이 식사 중 자리를 비웠을 때 서 의원에게 '나는 상고법원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밝혔다. 서 전 의원도 "이 전 판사가 그렇게 말한 것은 사실"이라 말했다. 하지만 한 현직 부장판사는 "입법 로비를 위한 다리는 놓아주고, 상사가 없을 때 이 전 판사가 조용히 상고법원을 반대한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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