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식이법 시행 1주일 됐는데.. 스쿨존은 여전히 '과속 지대'

강보현 기자 2020. 4. 1.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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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북구 소재 초등학교에 다니는 이모(13)양은 작년에 친구가 횡단보도에서 지나가던 차에 치이는 걸 눈앞에서 봤다.

점심시간이 되자 서울 종로구 서울대 사범대 부속초 앞에는 차량 4대가 줄지어 주차하기도 했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한 초등생 학부모는 "학교 앞 과속보다 불법 주정차 차량이 더 위험하다"며 "법을 더 강화해 어린 학생들이 교통사고를 당하는 일이 줄어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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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차량 시속 30km 구간서 시속 58km로 내달려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아동 교통사고가 날 경우 처벌을 강화하는 ‘민식이법’ 시행 일주일째를 맞은 1일 서울 마포구 성원초등학교 앞 어린이 보호구역으로 차량이 지나고 있다. 권현구 기자

서울 강북구 소재 초등학교에 다니는 이모(13)양은 작년에 친구가 횡단보도에서 지나가던 차에 치이는 걸 눈앞에서 봤다. 친구가 크게 다치지는 않았지만 이양은 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면 가슴이 쿵광거린다. 이양은 “민식이법 진짜 필요해요, 잘 지켜졌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했다.

어린이 보호구역 내 교통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민식이법’(도로교통법 개정안 등)이 1일로 시행 일주일째를 맞았다. 하지만 국민일보가 이날 서울 시내 9곳의 초등학교 앞을 돌아본 결과 스쿨존은 여전히 ‘무법지대’였다.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아동 교통사고가 날 경우 처벌을 강화하는 ‘민식이법’ 시행 일주일째를 맞은 1일 서울 마포구 성원초등학교 앞 어린이 보호구역으로 차량이 지나고 있다. 권현구 기자

이날 오전 8시. 서울 종로구 운현초 앞 도로에는 제한속도가 시속 30㎞라고 적혀 있었다. 가로수에는 다가오는 차량의 현재 속도가 선명하게 숫자로 표시되고 있었다. 하지만 스쿨존을 지나는 차량과 오토바이는 일반도로와 다를 바 없이 쌩쌩 내달렸다. 15분간 스쿨존을 지난 차량 80대 가운데 16대는 제한속도를 지키지 않았다. 한 차량은 시속 58㎞로 달리기도 했다.

학교 앞 횡단보도 신호를 무시하는 운전자도 있었다. 서울 성북구 돈암초 정문 앞에서 만난 한 오토바이 운전자는 횡단보도의 신호가 파란불로 바뀌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내달렸다. 뒤따르던 차량 3대도 자연스럽게 신호를 위반했고, 보행신호가 끝날 때쯤 횡단보도에 급히 들어온 한 40대 남성이 승용차가 부딪칠 뻔하는 아찔한 상황도 연출됐다.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아동 교통사고가 날 경우 처벌을 강화하는 ‘민식이법’ 시행 일주일째를 맞은 1일 서울 종로구의 한 초등학교 앞에 차량 두 대가 불법주정차 중인 모습. 강보현 기자

민식이법 시행으로 주정차 위반에 대한 처벌과 단속도 강화됐다. 주정차된 차량에서 키가 작은 아이가 갑자기 튀어나오는 사고를 방지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스쿨존 곳곳에서 주정차위반 차량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서울 종로구 서울대 사범대 부속초 앞에는 차량 4대가 줄지어 주차하기도 했다.

스쿨존마다 설치된 교통단속 장비도 천차만별이었다. 서울 중구 덕수초 앞 속도계의 숫자판은 꺼져 있던 반면 시범학교인 강북구 송중초 앞에는 속도계가 2개나 설치돼 있었다. 송중초 앞 횡단보도에서는 “좌우를 살피고 건너라”는 안내음이 계속 흘러나왔다.

대다수 시민들은 민식이법 시행에 긍정적인 반응이다. 서울 마포구에 거주하는 한 초등생 학부모는 “학교 앞 과속보다 불법 주정차 차량이 더 위험하다”며 “법을 더 강화해 어린 학생들이 교통사고를 당하는 일이 줄어들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 초등학교에서 학교보안관으로 일하는 김병윤(62)씨도 “등·하교 시간에는 보안관과 어머니회가 돕지만 나머지 시간은 사실상 무방비상태”라며 “민식이법 같은 제어 장치가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배달업 종사자나 출퇴근이 바쁜 직장인은 큰 폭으로 오른 벌금에 상당한 부담을 느끼는 모습이다. 배달일을 하는 40대 고모씨는 “우리에게 속도는 생계가 달린 문제인데, 500만원 벌금을 서민이 어떻게 내라는 거냐”며 “사고 나면 서민은 그냥 징역 1년을 살란 얘기냐”고 반문했다. 이어 “살짝 스치기만 해도 부모가 합의금을 몇백만원 부를 수도 있다”며 “법이 악용될 가능성도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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