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설 격리 거부 강제조치 못 해.. 약발 안 먹히는 '특별행정명령'

한현묵 2020. 4. 1.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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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장에서는 과연 '엄한 명령'이 내려진 게 맞나 싶은 장면이 펼쳐졌다.

전국의 상당수 지자체가 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 차단을 위해 해외 입국자들을 대상으로 진단과 격리를 강제하는 특별행정명령을 발동하고 있지만 시설격리를 거부하거나 무단이탈자가 잇따르는 등 약발이 잘 먹히지 않고 있다.

전남 목포시도 지난달 28일 발 빠르게 행정명령을 발동해 선제 대응에 나섰으나 자가격리 대상자 A씨가 대낮에 2시간가량 공원을 활보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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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시행 실효성 논란 / 해외입국자 무단 이탈 잇따라 / 담당 공무원 어설픈 대응 한몫
# 광주시는 지난달 28일 특별행정명령을 발동했다. 유럽과 미국에서 광주로 온 모든 입국자는 사흘간 생활치료센터에 머물며 코로나19 검사를 받도록 한 것이다. 또 이 검사에서 음성이 나와도 2주 동안 자가격리를 하고, 입국자 본인이나 동거인이 고위험군일 경우 시설격리를 하도록 했다. 이는 증상이 있을 때만 검사를 받도록 한 정부의 지침보다 센 조치다. 광주지역 확진자 24명 중 14명(58%)이 해외에서 온 사람들임을 감안한 것이다.
생활치료시설로 쓰이는 광주 서구 치평동 5·18교육관에서 입국자들의 가족들이 광주시 공무원에게 항의하고 있다. 뉴스1
하지만 현장에서는 과연 ‘엄한 명령’이 내려진 게 맞나 싶은 장면이 펼쳐졌다. 31일 오전 1시쯤 해외 입국자 10명이 인천공항에서 KTX를 타고 광주송정역에 도착했다. 광주시 공무원이 이들을 생활치료센터인 5·18교육관으로 이송하려 하자 거센 항의가 쏟아졌다. 당사자와 가족들은 “시설에서 검사를 받으라는 어떤 통보도 받지 않았다”며 시설 입소를 거부했다. 결국 10명 중 3명만 시설격리에 응했다. 유럽과 미국에서 온 두 가족 4명은 특별행정명령을 무시한 채 귀가해 버렸다.
전국의 상당수 지자체가 코로나19의 지역사회 감염 차단을 위해 해외 입국자들을 대상으로 진단과 격리를 강제하는 특별행정명령을 발동하고 있지만 시설격리를 거부하거나 무단이탈자가 잇따르는 등 약발이 잘 먹히지 않고 있다. 격리 대상자들의 이기심과 비협조 탓이 크나 당국의 어설픈 대응도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달 31일 코로나19 생활치료시설로 지정된 광주 서구 5·18교육관에서 독일 입국자가 격리되고 있다. 연합뉴스
광주시가 특별행정명령을 어기고 귀가한 이들에게 고발조차 못한 게 단적인 예다. 사전에 격리대상 통보를 했음에도 따르지 않아야 고발대상이 된다. 그러나 광주시는 해외 입국자들이 광주에 도착한 후에야 질병관리본부로부터 명단을 넘겨받아 미리 알리지 못했다.

전남 목포시도 지난달 28일 발 빠르게 행정명령을 발동해 선제 대응에 나섰으나 자가격리 대상자 A씨가 대낮에 2시간가량 공원을 활보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경찰에 고발하는 선에 그쳤을 뿐이다.

코로나19의 집단감염을 우려해 각종 집회와 교회 예배 등을 금지한 행정명령을 도외시한 사례도 적지 않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노조원들이 지난 지난달 3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교육 당국이 비정규직 돌봄전담사에게 학생 보육 안전 및 감염병 예방을 떠넘기고 있다”면서 집회를 열고 있다.연합뉴스
대구시청 앞에서는 지난달 30일 대구학교비정직연대회의 관계자 20여명이 집회를 가졌다. 참가자들은 집회 장소 바로 옆에 집회금지 행정명령을 알리는 간판이 세워져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처럼 지자체장의 행정명령권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는 데는 경찰 고발 외 마땅히 강제할 수단이 없고, 담당 공무원들이 대상자 눈치를 보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 광주시 한 관계자는 “행정명령을 위반했더라도 현장에서 구금하거나 집 밖을 나오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등의 조치를 할 수 없고 나중에 고발만 하는 수준이니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해외 입국자의 경우 음성 판정자들의 관리가 더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신준호 전남대 의과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지역에 온 해외 입국자가 양성 판정을 받으면 바로 치료센터로 보내니 관리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며 “(확진 판정 여부 전까지)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 ‘음성 입국자’의 경우 관리를 소홀히 하면 지역 내 감염이 확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광주·포항=한현묵·배소영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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