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언유착'이냐 '尹 찍어내기'냐.. 채널A는 자체 조사

김주영 2020. 4. 1.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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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모 기자의 '유시민 비위 제보 압박' 논란
1일 채널A ‘뉴스A’ 캡쳐
이른바 ‘신라젠 사건’ 취재 과정에서 취재원에게 검찰 고위직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여권 인사의 비위를 제보하라고 압박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채널A 기자에 대해 사측이 자체 진상조사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기자의 취재윤리 위반에 대한 지적과 더불어, 이번 일을 두고 ‘검·언 유착’(검찰과 언론의 유착)이 드러났다는 주장과 신라젠 사건을 덮기 위해 윤석열(검찰총장)에 타격을 주기 위한 것이란 주장이 맞서고 있다.

채널A의 메인 뉴스 프로그램 ‘뉴스A’의 동정민 앵커는 1일 클로징 멘트에서 “본사 기자가 신라젠 사건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취재윤리에 어긋난 행위를 했다는 지적과 관련해 자체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해서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동 앵커는 “최대한 신속하게 조사할 것이며, 조사 결과가 나오는 대로 외부 인사로 구성된 자문위원회의 검증을 거쳐 책임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31일 MBC ‘뉴스데스크’ 캡쳐
앞서 전날 MBC ‘뉴스데스크’는 채널A 법조팀의 이모 기자가 서울 남부구치소에 수감 중인 신라젠의 전 대주주 이철 밸류인베스트먼트코리아 전 대표에게 접근해 윤 총장 측근으로 꼽히는 검사장과의 친분을 내세워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위를 캐려고 했다고 보도해 거센 논란이 일었다. 이 기자는 지난 22일 이 전 대표의 지인 A씨를 채널A 본사에서 만나 ‘유 이사장 등 여권 인사들의 비위를 제보하지 않으면 검찰로부터 더 강도 높은 수사를 받게 될 것’이란 취지의 발언을 했다고 MBC는 밝혔다. 그는 A씨에게 ‘유시민은 솔직히 개인적으로 한 번 쳤으면 좋겠다, 검찰도 좋아할 것’이라고도 했다고 한다.

의혹의 당사자로 지목된 검사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비판이 쏟아졌다. 열린민주당 비례대표 후보인 황희석 전 법무부 인권국장은 자신의 SNS에서 해당 보도와 관련해 “모종의 기획에 윤 총장이 개입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황 전 국장은 “채널A 기자들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가족 수사가 한창일 때 대검과 직접 소통한 흔적이 아주 역력하게 증거로 남아 있다”고도 했다. 같은 당 후보인 최강욱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과 손혜원 최고위원도 가세했다. 더불어민주당의 비례대표용 연합정당인 더불어시민당도 성명에서 “정치검찰과 보수 종편의 검은 유착을 특별 조사하고 처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서 해당 보도와 관련해 “사실 여부에 대한 보고를 먼저 받아볼 계획”이라며 “합리적 의심을 배제할 수 없는 단계라고 판단되면 감찰 등 여러 방식으로 조사하겠다”고 해당 검사장에 대한 감찰을 시사하기도 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자료사진
반면 MBC의 이번 보도가 여권 인사들이 연루됐다는 의혹에 휩싸인 신라젠 사건을 덮고 윤 총장에게 흠집을 내기 위한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MBC 뉴스도 세팅된 것 같다”며 “왠지 프레임을 걸고 있다는 느낌”이라고 지적했다. 진 전 교수는 “이상한 사람들이 (윤 총장의) 장모를 공격해대고, 유시민은 윤 총장이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하고, MBC는 윤 총장 측근이 언론사와 내통이 됐다고 보도하고, 열린민주당은 법무부에 감찰하라고 성명을 내고,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라고 적었다. 그는 “이번 사건은 고차방정식 같다”며 “세상이 참 무서워졌다”고도 부연했다.

채널A도 전날 MBC 보도와 관련해 신라젠 사건 본류와 무관한 취재에 집착한 의도와 배경은 무엇인지 되물었다. 채널A는 또 취재원과 자사 기자가 만나는 장면을 몰래 촬영한 MBC 보도 역시 취재윤리에 어긋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채널A의 자체 진상조사 소식이 알려지자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기자 하나로 꼬리자르기 하려느냐”거나 “신라젠 수사에 집중하라”는 등 의견이 엇갈렸다.

김주영 기자 buen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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