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 셋인데 온라인 수업에 쓸 건 낡은 휴대전화 하나"

강보현 기자 입력 2020. 4. 2.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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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한 지역아동센터에서 1일 만난 초등학교 4학년 한선호(가명·11)군은 "바람이 세게 부는 날엔 와이파이가 뚝뚝 끊긴다"며 "집에서 휴대폰으로 수업을 들어야 한다는데 감이 안 온다"고 했다.

선호네 집에는 선호군을 포함해 초등학생이 3명인데, 온라인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기기는 엄마가 쓰다 물려준 휴대전화 1대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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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습 환경 열악한 학생들 적잖아

서울의 한 지역아동센터에서 1일 만난 초등학교 4학년 한선호(가명·11)군은 “바람이 세게 부는 날엔 와이파이가 뚝뚝 끊긴다”며 “집에서 휴대폰으로 수업을 들어야 한다는데 감이 안 온다”고 했다.

선호군은 12살 형, 다섯 동생과 2칸짜리 반지하집에서 부모님과 함께 산다. 바람이 불면 와이파이가 끊기는 이유를 아이는 모른다. 집안에 설치된 무선인터넷 공유기가 낙후됐거나 무선인터넷 신호가 바람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선호네 집에는 선호군을 포함해 초등학생이 3명인데, 온라인 수업을 들을 수 있는 기기는 엄마가 쓰다 물려준 휴대전화 1대뿐이다. 선호군은 “5년 정도 된 기계라 작동이 잘 안 된다”며 난감해했다. 또한 두 살배기를 포함해 아직 학교에 입학하지 않은 동생이 넷이나 있어 1시간이라도 제대로 수업을 들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교육부는 온라인 개학을 공식화하면서 저소득층 학생에게 스마트기기를 제공하겠다고 하지만 선호네처럼 제대로 된 학습 환경을 갖추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이들이 적지 않다.

서울 강북구에서 슈퍼마켓을 하는 박모(40)씨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개학 연기로 속앓이를 하고 있다. 박씨에게는 초등학교 3학년과 5학년, 중학교 1학년 세 딸이 있는데 넓지 않은 집에서 세 아이가 어떻게 수업을 들어야 할지 막막하다.

박씨는 “집에 PC가 한 대뿐이라 이걸 누가 써야 할지 모르겠고, 학교에서 기기를 빌려준다 해도 집이 좁아 서로 수업 소리가 겹칠 텐데 어떻게 하느냐”고 말했다. 이어 “온라인 수업을 하면 아무래도 선생님과 아이 모두 집중력이 떨어질 것”이라며 “강남 아이들은 다 학원에 다니면서 보충할 텐데, 강남과 강북 학생 수준 차이가 벌어지는 것 아니냐”고 걱정했다.

어머니와 단둘이 사는 최민희(15)양의 사정도 비슷하다. 최양은 스마트폰과 노트북을 다 갖고 있지만 노트북은 사실상 수명을 다한 상태다. 최양은 “아침부터 스마트폰으로만 수업을 들어야 하는 상황인데, 이렇게 작은 화면으로 선생님 필기가 보일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성능 좋은 노트북을 하나 사고 싶지만 그럴 형편이 아니라 속상하다”고 했다.

장애인 특수학교나 학급 상황도 다르지 않다. 서울의 한 고등학교에서 지적장애 학생을 가르치는 교사 김모씨는 “지적장애 학생은 비대면 수업이 사실상 불가능한데 장애 학생을 위한 지침조차 내려온 것이 없다”며 “장애 학생에 대한 이해와 고민이 전혀 없는 정책”이라고 비판했다.

서울의 한 복지센터 전문가는 “저소득층 학생 가운데 통신요금 지원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은 결국 카페나 PC방 등에서 무료 와이파이로 수업을 들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그렇게 되면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온라인 개학 정책 취지에 부합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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