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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친' 코로나 '덮친' 메뚜기떼..식량안보 '비상' 한국은?

박수현 인턴기자 입력 2020.04.02.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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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 미국의 ‘코로나19’ 환자가 22일(현지시간) 3만 명을 돌파하는 등 급속도로 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감염자가 가장 많이 나온 뉴욕주 전체를 ‘중대 재난지역’으로 선포했다. 22일 미국의 대형마트 중 하나인 ‘코스트코’ 진열대가 텅 비어 있다. (쿠키뉴스 제공) 2020.3.23/뉴스1

전 세계에서 식량 안보가 화두로 떠올랐다. 코로나19가 초래한 식료품 사재기, 글로벌 공급망 파괴와 함께 일부 지역 메뚜기떼 출현으로 식량 수급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어서다. 주요 식량 생산국들은 자국 안정을 위해 너도나도 식량 수출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외신에 따르면 유엔 식량안보위원회(CFS)는 "(코로나19로 인한)국경 및 공급망에서의 규제가 식품 공급 시스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발표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의 막시모 토레로 컬렌 수석 이코노미스트 또한 "식량 공급 붕괴가 4월과 5월 사이에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 퍼지는 동안…아프리카서 날아온 메뚜기떼
[쿠샤브(파키스탄)=신화/뉴시스]지난 1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중부 펀자브주 쿠샤브 마을에서 사막 메뚜기들이 짝짓기하고 있다. 최근 파키스탄 등 서아시아 사막 지역에 아프리카 메뚜기가 몰려와 농작물에 막대한 피해를 주는 가운데 중국의 한 연구소는 "메뚜기의 천적은 오리"라며 파키스탄에 오리를 보낼 것을 주장했다. 서아시아와 국경을 접한 중국은 메뚜기를 막지 못하면 중국 내 농작물도 피해를 볼 우려가 있어 메뚜기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2020.03.03.
코로나19가 빠른 속도로 확산하는 와중에 메뚜기떼는 식량 안보를 위협하는 또 하나의 위협으로 떠올랐다. 아프리카 동부지역에서 농작물과 목초지를 빠른 속도로 파괴한 메뚜기떼가 중동을 넘어 아시아 지역까지 이동했다.

파키스탄은 올해 메뚜기떼 공격으로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파키스탄과 국경을 맞댄 세계 최대의 쌀 생산국이자 소비국인 인도와 중국도 두려움에 떤다. 중국 정부는 메뚜기떼 경로를 따라 감시소를 배치해 이동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도록 각 지역에 긴급 통지를 내렸다.

장저화 중국농업과학원 식물보호연구소 연구위원은 "메뚜기가 중국 내륙으로 직접 이주할 가능성은 극히 낮지만, 해외에서 메뚜기떼의 유행이 지속하면 6~7월 중국이 피해를 입을 확률이 급격히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청궈챵 중국 통지대학 경제경영학부 교수는 "현재 메뚜기떼 위기와 맞물려 코로나로 인한 사재기와 수출 제한, 공급망 교란이 식료품 가격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는 성명을 통해 "(메뚜기떼 피해는)성서적 규모의 재앙"이라며 올해 초 북한 등 51개 저소득식량부족국의 곡물 생산이 불리한 기상조건과 메뚜기떼 등으로 인해 감소할 전망이라고 밝혔다.
식량수출 중단하는 주요 생산국들
[하노이=AP/뉴시스]1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오토바이를 탄 한 남성이 텅 빈 거리를 지나고 있다. 베트남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 예방을 위해 1일부터 보름간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화하고 대중교통 운행을 중단했으며 학교, 병원, 공공장소 등에서 2명 이상 모이지 못하도록 했다. 당국은 격리 규정을 위반하면 최고 징역 5년에 처하는 등 강력히 처벌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020.04.01.
식량 수급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자 주요 식량 생산국은 일시적으로 수출을 중단했다. 로이터 통신은 세계 3위인 쌀 수출국인 베트남이 지난 3월 코로나19로 인해 자국의 곡물 비축을 위해 신규 수출 계약 체결을 중단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태국 또한 국내 공급 부족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가격이 배로 뛰자 26일부터 일주일 동안 달걀 수출을 금지했다.

훈센 캄보디아 총리도 코로나19에 따른 자국 내 식료품 재고 안정을 위해 오는 5일부터 흰쌀과 벼 수출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훈센 총리는 "국내 공급 관련 새로운 조치가 나올 때까지 수출이 금지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캄보디아의 연간 쌀 수출 물량은 연간 50톤에 이른다.

중앙아시아 국가들도 수출 규제에 속속 참여했다. 러시아, 카자흐스탄, 우크라이나 또한 밀 수출을 제한할 계획을 발표했다.

전체 쌀 소비량의 8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는 홍콩에서는 이미 식료품 부족 사태가 현실화됐다. SCMP는 30일 홍콩 대형 슈퍼마켓들에서는 쌀이 품절됐고, 다른 상점에서도 쌀 두 봉지와 달걀 두 상자로 구매 한도를 정해놓았다고 보도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식량자급률이 낮은 중동 지역 국가들은 식량 추가 비축에 나섰다. 아랍에미리트 칼리파 대통령은 30일 코로나19에 대비해 식료품 전략물자 비축을 늘리기 위한 법률을 승인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밀을 100만톤 넘게 비축했으며 4월에 120만톤을 더 수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식량 수급불안에 주목받는 '식량안보'…우리나라는?
(전주=뉴스1) 전국농민회총연맹 전북도연맹 관계자들이 12일 전북 전주시청 앞에서 세계무역기구(WTO) 농업 부문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를 규탄하며 벼를 야적하고 있다. 2019.11.12/뉴스1
사실 세계 곡물시장에서 당장 쌀이 부족한 건 아니다. 매년 생산되는 쌀의 양은 아직 충분하다. 로이터에 따르면, 쌀 수출량 세계 1위인 인도는 넘쳐 흐를 만큼 많은 쌀과 밀을 비축했다. 태국도 수십 년 만의 최악의 가뭄을 겪고도 수출 목표를 달성할 만큼 쌀이 충분하다.

다만 식량자급률이 높지 않은 나라들은 자국의 식량안보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다. 주요 식량생산국들이 추가로 수출 규제를 발표하거나 식량 자원을 무기화했을 경우 식량 수급에 위협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신용평가기관 피치그룹 산하의 시장조사업체 피치솔루션스는 "(일부) 국가들이 식량 안보를 지킨다는 이유로 국가 차원에서 식품 보호 조치를 내리거나 비축을 단행하면 세계 식량 공급에 큰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2017년 3년 평균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은 23%다. 우리나라에서 소비되는 곡물의 77%가 외국산인 셈이다. 세계 평균인 101.5%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농축산물 무역수지 적자규모도 2017년 181억 300만 달러로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크다.

피치솔루션스는 식량 위기로 먼저 타격을 받을 나라로 한국·중국·일본과 중동지역을 꼽았다. 피치솔루션스는 "주요 수출국이 식료품 수출을 제한해 가격이 상승하는 가운데 해외 의존도가 높은 국가들은 식량 수입에 막대한 지출을 감당해야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수현 인턴기자 literature102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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