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성범죄 제 식구 감싸던' 대검이 달라졌다?

윤지원·허진무 기자 2020. 4. 2. 06: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ㆍ성매매 검사에 면직 청구…성추행 검사는 해임 가능성 커
ㆍ과거보다 높아진 징계 수위…‘성범죄 엄벌’ 여론 의식한 듯
ㆍ검찰 재량권 여전히 크고 입건 규정 불분명 ‘갈 길은 멀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권도현 기자

대검찰청이 성매매·성추행에 연루된 부부장급 검사 두 명에 대해 징계를 청구했다. 성매매 검사는 지난 1월 현장에서 체포된 뒤 한 달 만에 약식기소됐다. 성추행 검사는 지난해 감찰과 동시에 입건됐고 그 후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과거 검찰은 ‘제 식구 성범죄’에 미온적으로 대처해 비판을 받아왔다.

1일 경향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대검은 서울 마포구 오피스텔에서 성매매 도중 현장에서 체포된 광주지검 순천지청 소속 부부장급 ㄱ검사에 대해 징계를 청구했다. 지난해 검찰 공무원을 성추행한 혐의를 받아 감찰을 받은 서울중앙지검 부부장급 ㄴ검사에 대해서도 지난 1월 징계가 청구됐다. 대검은 ㄱ·ㄴ검사에 대한 징계 청구 내용을 확인해주지 않았다. 한 중간 간부급 검사는 “ㄱ 검사에게 면직이 청구됐다”고 했다. ㄴ검사는 구속영장까지 청구되고 재판에 넘겨진 점을 감안하면 면직보다 무거운 해임이 청구됐을 가능성이 있다. 대검은 지난 2018년 강제추행 혐의로 조사를 받은 고양지청 부장검사도 해임을 청구한 적이 있다. 법무부는 이들에 대한 징계심의위원회를 조만간 열 예정이다.

최근 대검의 조치는 ‘제 식구 감싸기’를 해온 그간 검찰의 기조와는 다른 것으로 보인다. 대검은 지난해 11월 ㄴ검사에 대한 감찰 사실이 보도(경향신문 2019년 11월30일자 8면)된 당일 ㄴ검사를 형사 입건했다.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폭로로 출범한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이 성범죄 혐의를 받은 전·현직 검사 4명을 입건한 적은 있지만 대검이 입건을 결정한 것은 이 사건이 처음이다. 2018년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는 검찰이 ‘제 식구 성범죄’를 입건하지 않는 일이 관행처럼 굳어진 점을 놓고 ‘입건 기준을 세우라’고 권고했다. 검찰은 ㄴ검사에게 구속영장도 청구했다. 법원이 영장을 기각하며 ㄴ검사는 지난 1월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성매매 혐의로 약식기소된 ㄱ검사의 면직 청구도 징계 수준이 낮지 않다. 과거 검찰은 성매매보다 중범죄로 분류되는 강제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강모 전 부장검사에 대해 면직을 청구했다. 성매매를 하다 현장에서 적발됐던 모 부장판사는 지난 2017년 대법원에서 감봉 3개월의 경징계를 받았다.

검찰이 내부 단속을 강화한 것은 성범죄 엄벌 여론을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1일 신임 검사들에게 디지털 성범죄를 지칭하며 “악성 진화하는 반문명적 범죄에 엄정 대응해달라”고 했다.

그럼에도 징계 청구에 대한 검찰의 재량권은 여전히 크다. 검사는 일반 검찰 공무원과 달리 검사징계법이 적용돼 파면 없이 해임이 최고 징계다. 검사징계 양정(제19조)은 “징계혐의자의 평소 행실과 직무성적을 고려”해 판단하도록 돼있다. 이 때문에 성범죄를 저질러도 평정이 좋거나 직위가 높다는 이유로 선처를 받을 여지가 있다.

동료를 성추행한 혐의로 지난 2018년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은 서울남부지검 모 부장검사는 입건이나 징계 없이 2015년 퇴직했다.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는 당시 이 사건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은 검찰 간부들을 직무유기 등 혐의로 고발했지만 최근 검찰은 이들을 기소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검찰 내 성범죄자에 대한 입건 규정도 불분명하다. 대검 성희롱 성폭력 성차별행위 예방 및 처리지침에는 성범죄에 대해 ‘무관용 원칙에 따라 징계 등 제재 절차가 있어야 한다’고 돼있지만 검찰공무원의 범죄 및 비위 처리지침은 성범죄에 대해 입건 의무를 명시하지 않고 있다.

임 부장검사는 “강제추행은 양형이 높은 사안이라 해석상 입건이 맞지만 ㄴ검사 이전에는 이러한 예가 없었다”며 “(남부지검 부장검사 사건 등) 입건하지 않은 과거의 예가 관행이란 이름으로 합법화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윤지원·허진무 기자 yjw@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