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틀려"..황교안·김종인 동시에 여론조사 때리는 이유

홍지유 2020. 4. 2.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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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1일 오전 서울 동작을에 출마하는 나경원 후보 선거사무실을 찾아 나 후보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뭐 때문에 돈 들여 여론조사 하나"
미래통합당이 여론조사 때리기에 나섰다. 김종인 통합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2일 수원 경기도당 당사에서 "여론조사를 보면 통합당이 아주 열세로 나오는데 신뢰를 주지 않는다"며 "과거 판세를 보면 결과에 맞는 것을 보질 못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전날에도 서울 동작을 나경원 후보의 선거사무실을 방문해 "뭐 때문에 돈을 그렇게 많이 들여 경쟁적으로 여론조사를 하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했다.

황교안 통합당 대표도 1일 "당 자체 여론조사를 해보면 시중 여론조사 기관과는 다른 결과가 나오고 있다"며 "구체적인 수치는 말할 수 없지만 숨겨진 표가 많이 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과 황 대표가 나란히 최근 공표되는 여론조사의 신뢰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하고 나선 상황이다.

통합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은 지도부 발언에 앞서 여론조사를 문제 삼았다. 지난달 24일 '총선 관련 여론조사 진단 및 올바른 해석 방향'이라는 제목의 내부 보고서를 통해서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리서치가 KBS 의뢰로 지난 12~14일 실시한 서울 광진을 여론조사에선 고민정(43.3%) 민주당 후보가 오세훈(32.3%) 통합당 후보를 11.0%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왔다. (그 밖의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보고서는 이같은 조사결과를 인용하면서 “응답자 지지 정당 비율은 민주당·정의당 등 범여권이 62.7%, 야권이 29.2%였다. 여권 지지자가 여론조사에 더 적극적으로 응답하다 보니 민주당 후보 지지율이 실제보다 더 높게 나왔을 수 있다”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

전문가들은 통합당의 여론조사 때리기가 '밴드왜건(승자편승)'효과를 차단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라고 봤다. 지지하는 후보가 열세로 나타나는 경우 유권자가 투표 의지를 잃고 대세에 편승하게 되는데 이를 방지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김형준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500명 상대로 한 여론조사라면 9% 내외의 격차는 통계학적으로 무의미하지만, 유권자들은 표심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이미 승자가 결정돼 있으니 투표장을 나갈 필요가 없다'는 심리를 차단하려는 행보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반면 통합당의 여론조사 때리기가 도리어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준한 인천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여론조사를 믿을 수 없다'는 발언을 하기에 앞서 최근의 열세를 인정하고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야 했다고 본다"며 "이런 발언은 '반대를 위한 반대', '훼방만 놓는 야당'의 이미지를 오히려 강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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