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씻을 물도 없는데 집에 있으라 해"..남아공 빈민가 현실

김성진 2020. 4. 2.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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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실도 없고 씻을 물도 없어서 밖에 나갈 수밖에 없다."

카옐리차엔 공동 수도가 한 곳 있어서 물을 직접 양동이로 집까지 날라야 한다.

남아공에서 3월 초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후 정부는 카옐리차 같은 타운십에 물을 실어나를 트럭을 배치하고 비누를 제공했다.

배수 트럭이 카옐리차에서도 좀 더 밀집한 곳에 가까스로 들어와도 과거 우리나라 달동네나 판자촌처럼 오두막이 위아래로 연이어 있는 곳에는 길조차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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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대응 기본수칙인 손씻기도 힘들어..아파르트헤이트 시절 조성
인구과잉에 노후 하수도로 오물 넘쳐나..'판자촌'에 배수차 간신히 들어가
3월 31일 케이프타운 근처 임시 거주지 카옐리차 전경 [AFP=연합뉴스]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김성진 특파원 = "화장실도 없고 씻을 물도 없어서 밖에 나갈 수밖에 없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지난달 27일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령이 3주간 시행되고 있는 가운데 케이프타운 빈민가 카옐리차 타운십에 사는 아이린 체체(55)의 하소연이다.

2일 AFP통신 보도에 따르면 그녀는 침실 하나밖에 없는 판잣집서 아들과 같이 산다.

창문도 없고 큰 쥐들이 집에 들어오기도 한다.

그녀는 "우리도 봉쇄령 때문에 집 안에 있으려고 하지만 하루 내내 어두컴컴한 집안에만 있을 수 없다. 최소한 문이라도 열어놓고 밖이라도 슬쩍 나가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들 모자가 사는 카옐리차 타운십은 남아공 최대 '임시 거주지' 가운데 하나이다. 임시 거주지는 남아공에서 살 집이 없는 빈민들이 임시로 모여 사는 슬럼가를 에둘러 부르는 말이다.

카옐리차엔 공동 수도가 한 곳 있어서 물을 직접 양동이로 집까지 날라야 한다.

카옐리차 공동화장실서 오물이 길 위로 넘쳐 나온 모습 [AFP=연합뉴스]

지나가는 길에 공중화장실이 있는데 비좁은 길 위로 오물이 넘쳐난다.

이처럼 위생이 불량하지만 최근 이곳 주민이 지난 주말 코로나19 양성반응을 보여 비상이 걸렸다.

아이들은 뜨거운 양철지붕 오두막집을 피해 거리에서 논다. 각 오두막에는 가구당 3∼7명이 사는 것으로 추정된다.

바깥에서 노는 카옐리차 아이들 [AFP=연합뉴스]

지난 2011년 최신 인구조사에 따르면 카옐리차에는 최소 40만명이 산다. 그러나 계속 타운십이 지난 10년 동안 퍼져나가면서 주민들은 인구가 100만명에 육박할 것이라고 본다.

주민의 65% 정도가 전기도 상수도도 없는 임시 주거시설에서 산다.

거주지는 도시 서비스 제공 속도보다 빠르게 팽창해 타운십 가장자리에 사는 사람들은 공동수도나 화장실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도시계획이 제대로 안 돼 있다 보니 특히 위생 시설을 갖추는 데 어려움이 많다.

카옐리차 개발포럼을 맡은 은디티니 티히도는 "그들은 길도 안 만들어 인프라가 아예 없다"고 말했다.

1994년 종식된 남아공 소수 백인 정권의 아파르트헤이트(흑백차별정책) 때문에 공간계획 없이 빈민가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티히도는 "하수 시스템은 1983년에 최대 25만명을 수용하게 계획됐다"면서 "하수관이 더는 처리를 못 하면서 하수관은 말 그대로 배설물로 가득하다"고 말했다.

남아공에서 3월 초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후 정부는 카옐리차 같은 타운십에 물을 실어나를 트럭을 배치하고 비누를 제공했다.

3월 31일 카옐리차 주민들이 배수차에서 물을 받고 있다. [AFP=연합뉴스]

2일 기준 남아공 확진자는 1천380명에 달하고 사망자는 5명이다.

즈웰리 음키제 보건장관은 이미 확진자가 발생한 타운십을 중점으로 코로나19 감염여부 검사를 대폭 확대할 계획이라고 지난달 31일 밝힌 바 있다.

과밀한 임시 거주지는 코로나19와 같이 치명적인 호흡기 질환에 취약하기 때문이다.

티히도는 그러나 "우리는 일부 주민에겐 손 씻을 물도 없다는 걸 잘 알면서도 매일 사람들에게 손을 씻으라고 알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배수 트럭이 카옐리차에서도 좀 더 밀집한 곳에 가까스로 들어와도 과거 우리나라 달동네나 판자촌처럼 오두막이 위아래로 연이어 있는 곳에는 길조차 없다.

24세에 실직해 여자친구, 어린 딸과 같이 사는 얀디사 그소크웨는 AFP에 "물을 얻은 지 사흘이나 됐다. 언제 트럭이 다시 올지 모르겠다"면서 할 수 있는 한 많은 양동이에 서둘러 물을 채웠다.

카옐리차의 한 여성이 물 양동이를 머리에 인 채 나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sungj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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