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덕에 다 웃었다, 아베는 빼고
국가가 임금 80% 보장하는 英, 사망자수 적은 獨도 지지율 뛰어
소극 대처했던 아베는 하락했다가 최근 日여론조사에선 소폭 상승
코로나 바이러스가 아이러니하게도 전 세계 주요 민주주의 국가 지도자들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고 있다. 초기 대응 실패로 각국마다 코로나 환자가 급증했지만, 위기가 심각해지자 현직 대통령을 중심으로 뭉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1일(현지 시각) 여론조사 회사 모닝 컨설트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가 3월 11일 코로나 바이러스의 팬데믹(대유행)을 선언한 후 주요 국가 지도자들의 지지율이 올랐다. 대표적인 사례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다. 그의 올해 1월 1일 지지율은 41%였고, 지난달 11일 지지율은 42%였다. 그러나 지난달 24일 기준으로 지지율은 44%로, 이 회사의 최근 1년 자체 조사 결과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말까지만 해도 "어느 날 마법처럼 (바이러스가) 사라질 것"이라고 하는 등 코로나 위협을 무시하고 대비를 제대로 하지 않다가 미국의 코로나 확진자 수가 20만명을 넘어가는 대참사를 낳았다. 그런데도 그의 지지율은 최근 대부분 여론조사에서 상승해 취임 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공화당뿐 아니라 무당파와 민주당원들 사이에서도 지지율이 올라갔다.
미국 언론들은 가장 큰 이유로 위기 시에 대통령을 중심으로 뭉치는 문화를 꼽고 있다. 트럼프가 코로나 대응 브리핑을 위해 매일 1~2시간씩 생방송으로 사실상 '대선 유세'를 하고 있는 것도 중요한 이유다. 여기에 현금 지원 등 비상경제대책이 경제를 살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큰 것도 있다. 워싱턴포스트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 트럼프의 경제 대응에 대한 지지율은 57%에 달했다.
주요국 지도자들 중 지지율이 가장 많이 오른 사람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다. 지난달 11일 46%였던 그의 지지율은 24일 61%까지 급등했다. 존슨 총리는 코로나 확산 초기에 손을 놓고 있다 지난달 23일에야 처음으로 시민들의 이동 제한을 발표했다. 그 결과 영국의 코로나 환자 수는 3만여 명으로 늘어났다. 그런데도 그의 지지율이 급등한 데는 코로나로 어려운 속에서도 고용을 유지하는 기업의 임금을 최대 80%까지 국가가 부담한다는 파격적인 정책을 꺼내 노동자층의 지지를 이끌어 낸 것이 주효했다. 그가 코로나에 감염돼 격리되면서 동정론이 일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도 지난달 11일에서 24일 사이 지지율이 40%에서 49%로 뛰었다. 독일은 코로나 환자 수가 7만7000명이 넘지만 사망자 수는 930여명 정도다. 상황 관리를 상대적으로 잘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지지율도 같은 기간 28%에서 35%로 올랐다. 이는 프랑스가 대통령에게 권한이 매우 집중된 강력한 대통령 중심제를 택하고 있어 국가적 위기가 닥치면 리더인 대통령을 중심으로 여론이 결집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같은 기간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의 지지율도 38%에서 49%로 올라 코로나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렸다.
그러나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우 같은 기간 지지율이 33%에서 32%로 떨어졌다. 아베 정권이 코로나 확산에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각종 스캔들이 계속되면서 소폭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최근 일본 언론사 여론조사에선 아베 지지율이 회복되거나, 소폭 상승한 결과도 나왔다.
문제는 지지율 상승이 얼마나 지속되느냐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전문가를 인용해 "2007년 영국 고든 브라운 총리는 구제역 발발로 인한 위기 극복을 통해 인기가 급등했지만, 불과 4개월 후 부정 평가가 더 높아졌다"고 했다. 지지율 상승이 일시적인 현상일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2001년 9·11 테러 이후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등한 뒤,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보다 높아지기까지 2년이 걸린 사례도 있다고 F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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