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준영의 속풀이 과학]사막 딱정벌레 등껍질에서 '전세계 물부족 해법' 찾는다

류준영 기자 2020. 4. 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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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완두 박사의 '자연모사기술' <1부>

[편집자주] ‘속풀이 과학’은 신문 속 과학기사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이면과 뒷이야기, 혹은 살면서 문득 갖게 된 지적 호기심, 또는 알아두면 쓸모 있는 과학상식 등을 담았습니다. 

(왼쪽부터)KTX-산천, 산천어/자료사진=코레일

#, 최고 속도 320km로 달리는 서일본철도회사의 신간선 고속열차는 터널을 빠져 나올 때 발생하는 엄청난 충격파와 소음으로 주민들에게 큰 불편을 안겨줬다. 신간선 설계 책임자이자 평소 새를 유난히 좋아했던 에이지 나카츠는 이 문제 해결법을 ‘물총새’로부터 찾았다. 물고리를 잡기 위해 물속으로 다이빙할 때 물튀김이 거의 없는 물총새 부리에서 영감을 얻어 열차 앞부분 형상 설계에 적용한 것이다. 이로 인해 소음저감은 물론, 10% 속도 향상과 15% 전력사용 저감 효과를 거뒀다.

국내 순수 기술로 개발된 고속열차 ‘KTX-산천’ 역시 우리나라 강에 서식하는 토종 물고기 산천어의 형상을 본 떠 디자인해 붙여진 이름이다. 공기저항을 줄일 수 있는 유선형 외형을 산천어 형상에서 가져왔다.

프랑스 파리 에펠탑 설계도 인체 뼈대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벤츠 자동차가 2005년 발표한 콘셉트카는 거북복(복어의 일종) 형상을 모사해 65%나 낮은 공기저항계수(물체의 운동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작용하는 공기의 저항력)를 기록했다.

연꽃잎 표면은 물기와 먼지 등 이물질이 남아 있지 않고 항상 깨끗한 상태를 유지한다. 잎표면에 빗물이 퍼지지 않고 동그랗게 뭉쳐지는 일종의 초발수 현상을 ‘연꽃 효과’이라 하는 데 이를 모방해 방수페인트 ‘로투산’이 개발됐다.

이처럼 자연 속 생물체 구조와 다양한 기능·행동을 인위적으로 모방해 이용하는 기법을 ‘생체모방기술’이라고 한다. 최근 들어 과학자들은 이보다 폭넓은 개념의 '자연모사공학’이란 용어를 주로 쓴다. 이는 자연 생명체의 기본 구조, 원리, 메커니즘 그리고 자연의 생태계와 현상에서 영감을 얻어 공학적으로 응용하는 기술을 뜻한다.

(왼쪽부터)거북복, 거북복 모양을 본뜬 벤츠 자동차/사진=벤츠

자연생태계가 배푼 서비스 가치 약 7경1224조원

노벨과학상 메달 뒷면/사진=노벨위원회
노벨과학상(물리·화학상) 메달 앞면에는 상의 창시자인 노벨의 옆모습이 새겨져 있다. 그 뒷면엔 무슨 그림이 새겨져 있는지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메달 뒷면엔 과학의 여신 스키엔티아(Scientia)가 자연의 여신 나투라(natura)의 베일을 들추는 모습이 새겨져 있다. 자연의 신비로운 현상과 원리들을 탐구하고 분석해 조금씩 밝혀 나간다는 의미가 담겨 있는 것이다.

현재 자연에 서식하는 동물의 종수는 약 150만 종, 식물은 약 50만 종 이상이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종까지 고려하면 수천만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 1997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의 발표에 따르면 자연 생태계가 인류에게 베푸는 서비스의 가치는 연간 최대 58조 달러(약 7경1224조 원)에 이르며, 이는 연간 이자에 불과할 뿐 자연 전체의 가치는 최대 500조 달러(약 61경400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안 터지고 공기 주입 필요없는 타이어…'벌집'에서 영감
20년간 이 분야 연구를 전문적으로 해온 김완두 한국기계연구원 연구위원은 “자연 생태계의 선순환적 구조에서 영감을 얻어 과학기술의 난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혁신성장 동력을 찾은 사례가 무수히 많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이 최근 펴낸 ‘미래혁신기술, 자연에서 답을 찾다’에는 자연·생체모방기술 관련한 갖가지 국내외 연구시도와 성과가 실렸다. 그중 흥미로운 몇 가지 사례를 소개한다.

벌집 모양은 적은 양의 재료로 효율적으로 하중을 지탱하는 구조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서 영감을 얻은 비공기압 타이어가 개발이 한창이다. 이는 자동차 타이어 펑크로 인한 위험을 완전히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벌집 구조를 채용한 타이어의 구조/자료사진=위키트리


글로벌 타이어 제조기업 미쉐린은 비공기압 타이어의 영감을 보통 허파 꽈리(허파로 들어간 기관지의 끝에 포도송이처럼 달려 있는 자루)라고도 부르는 사람의 폐포 조직에서 얻었다. 수많은 모세혈관, 탄력섬유로 이뤄진 폐포 조직은 그 모습이 마치 ‘벌집’처럼 생겼다. 폐포 구조처럼 타이어 중심부는 단단하고, 지면에 닿는 부분은 유연한 특성을 지닌 비공기압 타이어(Airless tire)를 만드는 게 목표다.

지난 2017년 금호타이어가 디자인어워드 IDEA서 본상 수상한 작품도 ‘본(BON, Birth On Nature)’이란 이름의 비공기압 타이어다. 뼈 구조를 모티브로 삼았다. 회사 측은 “본은 벌집, 나뭇잎의 세포 모양 등과 같은 자연의 비정형적 패턴 구조를 적용 구조적 안정성과 경제적 효율성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사막과 같은 건조지역에 사는 동식물은 물 확보를 위한 나름의 생존전략을 가지고 있다. 아프리카 나미브 사막에 사는 딱정벌레는 등껍질에 공기 중의 수분이 이슬로 맺혀 주둥이로 흐르게 함으로써 생존에 필요한 물을 섭취한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팀은 딱정벌레가 지닌 친수와 소수 성질을 지닌 울퉁불퉁한 등껍질 구조를 모사해 안개 속에서 수증기를 물로 포집하는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이 연구는 전 세계적으로 나타난 물 부족 현상으로 고통을 겪는 나라가 많아지면서 더욱 절실해졌고 예전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는다. 세계 물 부족 인구는 현재 10억 명에서 2025년 25억 명, 2050년 50억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칼텍(캘리포니아 공과대학) 연구진은 물고기가 떼를 지어 이동하는 원리를 밝혀 풍력 발전 단지 배치에 응용했다/사진=칼텍

미국 칼텍(캘리포니아 공과대학) 연구진은 물고기가 떼를 지어 이동하는 원리를 밝혀 풍력 발전 단지 배치에 응용했다.

물고기 떼는 와류가 발생하는 일정 패턴으로 우두머리 물고기의 뒤를 따라 움직임으로써 적은 에너지로 최적의 추진력을 얻는다.

이런 물고기의 이동 경로를 수식화해 최적의 조합을 얻어 풍력 발전기의 배치에 적용, 10배 이상으로 효율을 올렸다.

흰개미집의 자연 통풍 원리를 모사한 짐바브웨의 한 쇼핑센터는 냉난방에 사용되는 에너지의 90% 이상을 절감했다.

완보동물/자료사진

크기가 1mm 정도 밖에 안되며 ‘느리게 걷는 동물’이란 뜻을 가진 완보 동물은 주로 물속이나 수분이 많은 축축한 곳에 서식한다. 하지만 물 공급이 끊기면 모든 생명활동이 중단된 완벽한 휴면 상태인 ‘건면’에 들어간다.

건면 상태의 완보동물은 자기가 지닌 물을 모조리 배출하고 세포의 지방을 ‘트레할로스’라는 당으로 변환하며, 이 당은 모든 필수 장기를 둘러싸고 보호한다.

휴면 상태의 완보동물은 영하 272도로 냉각해도 죽지 않으며, 151도로 가열해도 죽지 않는다.

또 인간에게 치명적 수준의 방사능보다 1000배 강한 방사능에 노출시켜도 죽지 않으며 6000 기압의 고압에서도 죽지 않는다.

이런 완보동물에 대한 연구는 생명현상 규명은 물론 고기능 소재 개발, 식품 보관 기술 등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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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영 기자 j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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