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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청년주택에선 '호텔서비스' 요금 받습니다"..90% 입주 포기

신지수 입력 2020.04.0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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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살 최 모 씨는 지난달 24일 밤 '역세권 청년 주택 당첨' 문자를 받고 꿈에 부풀었다고 합니다. 첫 자취인 데다 회사 근처에 내 공간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며칠 뒤 계약을 위해 청년 주택을 방문한 뒤 마음을 접었다고 했습니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내가 꾸밀 수 있는 '공간'이 아니라 그저 호텔이었기 때문입니다.

최 씨는 "리모델링된 방을 기대했는데 그냥 호텔방이었다"라며 "카드키를 꽂고 들어가는 것부터 '어라' 싶다가 바닥이 호텔 카펫인 걸 보고 두 눈을 의심했다"고 말했습니다. 당황한 나머지 함께 방을 둘러보던 민간임대 사업자에게 "이게 리모델링 다 된 집이냐"고 몇 번씩 물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그렇다"였다고 합니다.

호텔 가구에 카펫까지...역세권 청년'주택'인가, 역세권 청년'호텔'인가.

서울 종로구 동묘앞역에서 5분 정도 걸으면 눈에 들어오는 건물. 여전히 호텔 간판이 붙어있지만 더이상 호텔이 아닙니다. 숭인동 역세권 청년 주택입니다.

숭인동 역세권 청년 주택은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역세권 청년 주택 3호로 공공임대는 31세대, 민간임대는 207세대가 공급됩니다. 서울 도심 호텔이 청년들의 주거로 탈바꿈하는 첫 사례다 보니 관심을 끌었습니다.


하지만 계약을 위해 방문했던 예비 입주자들은 당황을 금치 못했습니다. 방에 싱크대와 세탁기 등이 설치됐지만, 호텔에서 사용하던 책상과 의자, 침대 등이 그대로 남아 있었기 때문입니다. 카드키로 방문을 열어야 하고 카드키를 꽂아야만 전등이 켜지는 구조입니다. 거기다 이 가구들을 그대로 사용하고 다달이 사용료까지 내라는 안내를 받았습니다.

당첨자들이 더 황당해 했던 건 바닥에 카펫이 깔려 있어 전문 청소 업체를 써야 하고, 돈을 내고 아침과 저녁 식사를 먹어야 한다는 안내였습니다. 입주자들은 생각지 못했던 '호텔서비스' 요금을 매달 내야 할 상황에 놓인 겁니다.

최 씨는 "혼자 쓸 방에 침대 2개가 있어서 하나 빼달라고 했더니 처음에는 안 될 것처럼 말하다가 어떻게든 해보겠다고 하셨다"면서도 "이불도 개인적으로 가져오겠다고 했더니 그래도 침구 세탁 서비스료가 청구된다고 했다"고 전했습니다.

당첨자들과 민간임대 운영자 등의 말을 종합해보면 민간임대 20㎡ 기준 보증금은 4천864만 원·월세는 36만 원인데 가구 대여료 1만 5천 원, IPTV·인터넷 사용료 1만 2천 원, 청소비 6만 원, 식사비 19만 2천 원에 관리비, 수도·전기요금, 보증금 대출 이자까지 더하면 월 부담액은 70~80만 원이 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민간임대 운영자 측은 호텔식으로 운영한다는 것과 조식·석식, 청소비 관련 내용 등을 공고문에 명시했다는 입장입니다. 실제로 36페이지짜리 입주자 모집 공고문 맨 뒤쪽에 '기타사항'으로 세 줄이 적혀있습니다.

○ 인터넷·IPTV가 통합 설치돼 별도 요금이 부과됩니다.
○ 침대 및 이불 월 사용료, 호텔형 서비스 제공에 따른 객실 청소비가 부과됩니다.
○ 조식 및 저녁 식사를 단체 제공할 수 있으며, 이용요금 월 최소 20회 사용원칙으로 1회 식대 비용이 적용됩니다.

하지만 구체적인 금액은 당첨자들이 청년 주택에 방문했을 때 말로 들었다고 합니다. 민간임대 당첨자 방 모 씨는 "단 세 줄이 전부였다"며 "무조건 필수라고 하더라도 미리 공지하고 설명을 자세히 해줬으면 감안하고 지원을 하든지 안 하든지 했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방 씨는 "당첨, 계약금 20% 보내는 계좌 등이 문자의 전부였다"며 "정말 청년들을 호구로 아는 건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민간임대 당첨자 90%, 입주 포기...운영업체 "필수 사항 없던 걸로"

민간임대 운영자 측은 이에 대해 "바닥에 온돌이 없어 카펫을 그대로 둔 것이고 청소비는 유지관리를 깨끗이 해주기 위한 것"이라며 "그 비용이 엄청나게 분담하기 어려울 정도로 비싼 것도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조식· 석식의 경우 좁은 공간에서 밥 해먹기 어려운 청년들을 위해 호텔 기존 시설을 이용해 제공하려고 했던 취지이며 호텔 가구들을 그대로 둔 것도 호텔에 묵듯 몸만 들어와도 살 수 있게끔 하려고 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나 KBS 취재 결과, 민간임대는 지난달 31일부터 2일까지 계약을 진행했는데, 207명 중 180여 명이 입주를 포기했습니다.

결국, 운영업체는 호텔 가구를 모두 철거하고 청소와 식사 서비스도 제공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신지수 기자 (j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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